Global MBA 만든 뒷 이야기 – 1. 진짜 ‘처벌’은 넌 못 하니까 그만해라는 것

Policy Korea

지난 봄에 받은 MBA AI/BigData 학생들 중 일부만 Machine Learning 수업시간에 살아남은 성적표를 받은 날,

한국 애들이 어차피 절망적인 상태인걸 뻔히 알고 있고, 직장이다 뭐다 공부할 시간 없다는 것도 아는데,

그냥 무리하지 말고 아예 접을까, 나도 학교 운영하기 귀찮은데… 돈도 안 되고… 진짜 이거 왜 하지… 이런 생각을 하던 무렵이었다.

 

일전에 한번 공유했었는데, S대 데이터 사이언스 석사 과정에 들어갔던 우리 학교 학생 하나의 증언대로,

제대로 가르치면 3명만 남고 40명 이상이 도망가버리는 그런 석사 과정이 한국 사회의 냉정한 현실이니만큼,

아예 학위 장사하라고 안타까운 눈빛을 보여주시던 많은 분들의 소리없는 응원도 생각나고 그렇더라.

 

학교 게시판에 올리고, Global MBA (or Associate) 프로그램 만들어야 될 것 같다고 그랬더니,

학생 하나가 정말 끝까지, 열심히 저항(?)하던데, 다른 학생들 생각이 어땠을지는 모르겠지만,

만만치 않은 학위 과정인 줄 알고 들어온 애들이 점수 엉망으로 받아서 내가 빡친 글을 쓰도록 만들어놓은 상황에

개인 사정들이 있다는걸 모르는건 아니겠지만, 괴로워하는 날 보는 것도, 학생들 서로서로에게도 괴로웠으리라.

 

댓글이 50개 이상 달린 긴 Thread에 걸쳐 저항했던 그 학생이 개인적으로 이런 메세지를 보내왔다.

모 명문대 박사 학위자고, 거기서 강의를 하나 했다더라.

 

박사 조교하던 시절, Stochastic Calculus라는 과목 TA를 맡았던 적이 있다.

S대 수학과 + 국내 증권사 다니는 선배 분이 회사 지원으로 MBA를 오셔서는 Finance 박사 가고 싶으시다며

Stochastic Calculus 수업을 I, II 둘 다를 들으셨다.

과제랑 시험을 채점하면서 무모한 도전을 하시는데, 어떻게 뜯어말릴까는 생각을 한참 했었는데,

한번 형님네에 저녁 식사 초청을 받고가서, 수학과, 공대처럼 S대 출신이면 명문대 박사과정 난이도가 낮은 그런 상황이 아니라,

Finance는 좋은 학교 갈려면 MIT, U Chicago 이런데서 물리학, 수학, 통계학 이런걸로 일단 박사 하나 받고 시작해야된다고,

아니면 그냥 국제 수학 올림피아드 금상, 프린스턴 수학과 수석 졸업, 뭐 이런식의 슈퍼 천재여야된다, 2-3류 학교 박사 어드미션도 이미 기적이다…

이런 이야기를 한참 해드리고 나니 괴로운 표정으로 듣고만 있으시더라.

나중에 우리 지도교수님한테 추천서 써 달라고 메일 왔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이런저런 뒷 이야기를 들었는데,

난 학부 경제학이지만 그 분은 수학 출신이라며 좀 좋게 이야길 해 드리려고 했더만, 지도교수님이 나한테 너도 힘든 놈인데, 걔는 뭐 그냥 논의 대상이 아니라는 식으로 짜르셨었다.

실제로 내가 힘든 놈이라는 걸 항상 느끼며 살기도 했고.

 

위의 저항(?)을 했던 레지스탕스 학생과 수학과 선배 분의 속사정은 조금 다르리라 생각한다.

저항(?)하시던 분은 공부할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는 하소연이었다는게 여러 장면에서 느껴지는 반면,

외람되지만 선배 분은 Finance 박사가 꿀이니까 하고 싶다~ 는 감정이었을 것이다.

나도 후자 쪽에 가까운 감정이었던 인간이라 의지 박약이었는데, 최소한 내가 좋아하던 Financial crisis 주제로 이런저런 모델 만들 때만큼은 공부하는게 재밌던 사람이었다.

 

Global MBA 과정이 아마 시험을 못 친 학생들에게는 처벌처럼 느껴질 것이다.

MSc AI/Data Science도 못 들어가서 MBA AI/BigData로 쫓겨(?)오며 이미 자괴감을 느꼈을텐데,

이젠 학부 2-3학년 과정도 못한다고 또 내려가라는거니까.

 

근데, 진짜 처벌은 공부를 ‘안 했으니‘가 아니라, ‘못 했으니‘까 그만 공부해라고 하는 것이다.

좀 더 심한 표현으로 바꾸면, 너는 공부할 능력이 안 되니까 그만 포기해라고 하는 것이다.

저 수학과 선배 분에게 내려진 ‘처벌’이 바로 그것이다. (물론 공부하려던 목적과 내용이 조금 다르기는 하다)

 

반대로, 저 위의 레지스탕스를 보면서 이렇게 공부하고 싶다는데 뭐 어떻게 도와줘야할까는 고민이 많았다.

어차피 우리나라는 정상 교육으로 내가 가르치는 레벨의 지식을 쭉쭉 흡수할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내는 교육 시스템을 갖추고 있질 않다.

그런 교육만 받은 애들한테 너네가 알아서 준비하고, 알아서 찾아오고, 알아서 살아남아라는게 너무 악마같은 짓 아닌가 싶더라.

 

첫 term (2달) 수업을 듣고 휴학 신청을 하는 학생의 메일을 받고, 저 학생도 힘든 와중에 그래도 많은 걸 느꼈구나는 생각을 했다.

“잘 가르치면 학생들이 안 오죠” 같은 교육만큼은 절대로 안 하겠다는 딸깍발이 정신에 얼마나 공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근데 위의 메일 스샷에서 보는 말투를 보면 정말 공감한거 같지 않나?ㅋ

저렇게 힘들어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 분들이 오랜 훈련 끝에 정말 탄탄한 시야를 갖추게 되는 날들을 상상해본다.

 

Global MBA 과정 왜 만들었나?

예전, 어느 MBA에 강의 요청을 받고, 가기 귀찮아서 100번쯤 망설이고 있던 무렵에,

‘최소한 자기네들이 바보라는 걸 매운 맛으로 쏴 줄 수 있는 사람도 우리나라에 몇 명 없다. 그걸 네가 해라’

라는 말을 듣고, 어떻게 하면 ‘너네가 바보라서 이걸 어떻게 해야하는건지 조차도 모르고 있다’를 설명할 수 있을지 또 한참 고민했었다.

 

지금도 딱히 답은 없는데, 나와 그 ‘바보’들 사이 어딘가에 저 학생들이 있다고 치면,

저 학생들이 공부했던 기록을 따라가는 길이 어쩌면 그 ‘바보’들이 ‘도 터지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교육 콘텐츠가 아닐까는 생각을 했다.

날 가르치시던 교수님들과 나 사이의 어딘가에 나보다 잘 하던 ‘똘똘이’ 친구들이 있었고,

그 친구들이 공부하는걸 어깨 너머로 보면서 나도 열심히 따라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니까.

 

Global MBA는 그간 엄청나게 고생하며 공부해 한국 교육의 굴레를 탈출하고 있는 우리 학생들의 기록을 따라가는 교육이다.

다들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는 강의를 10번씩 들어가며, 연습 문제 어떻게 푸는지도 모르는채로 어벙벙하게 따라가고 그러다가,

기말고사 즈음에 어떻게 현실에 적용되는 지식이라는걸 대형 시험문제들로 풀어내는걸보고 깨우쳤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런 깨우침은 따라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되, 저렇게 시험을 망해서 학교 운영에 누를 끼치는 일은 없도록 하는 학위 과정이다.

어쩌면 지난 5년간, 파비클래스부터 SIAI까지 내 딴에는 좀 더 상세하게, 더 쉽게 풀어내는 교육을 하겠다던 그 도전을

먼저 맞아보며 깨우치던 학생들의 발걸음을 묶어내는 방식으로 ‘더 낮춘’ 과정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닐까 싶다.

 

저 위의 학생이 휴학 상담하는 메일을 보내면서 했던 말을 보면, 역시 Global MBA 과정의 가치를 또 한번 느낄 수 있다.

저 시험을 그냥 쉽게 뚝딱 풀어내는건 한국 교육을 받은 분들 사이에서는 남다른 레벨의 도전인 것이다.

다만, “이런 교육이 진짜 교육”, “데이터 분석 업무를 새로운 관점”, “데이터 프로덕트들이 어떤 문제점을 안고 있는지” 같은 표현은

수업을 제대로 들을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 아닐까?

 

“이후 수업 내용을 잘 소화해낸다면… 직접 해결해 볼 수…”

저 학생도, 나도 저 문구에 희망을 건다. 제발 많이들 시야가 열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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