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전도체 논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의 발언에 상처받는 연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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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bii research

예전에 서울 강남의 모 고교가 학생-교사 간 문제를 덮어두고 가려고 한다는 걸 외부 커뮤니티에 알린 적이 있다는 학생을 만났던 적이 있다.

평소에 쓰고 있는 글들을 보니 철학적인 무게를 글에 실으려고 노력하는 티가 팍팍 나던데,

우리 직원들이 “대표님, 이렇게 기가 센 직원을 어떻게 쓰실려고..”라며 걱정하기도 했었다.

 

그 분을 만났을 때 내 첫번째 질문이 “펜은 칼보다 강하냐?” 였다.

인생 몇 십년을 살면서 저 문장의 무게를 알게 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좀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내가 대학 만든다고 국내 교육부, 모 기업 회장, 국내 대학 교수들한테까지 치이다가

해외로 나가서도 온갖 집단에게 이용만 당하다가 결국에는 내 의지로 대학을 만들고 겨우겨우 내가 원했던 교육을 만들어 내고 나니,

갑자기 온갖 종류의 음해, 사업 방해 의도가 농후해보이는 ‘검증’, 주변 민폐들을 겪으면서였다.

 

내가 느낀 저 문장의 가치를 좀 더 구체화하면 “입은 주먹보다 강하다”로 바꿔야 할 것 같다.

지금도 파비, SIAI 등의 이름이 언급되는 곳에 가 보면 황당하기 그지없는 뇌피셜들이 보인다.

이래서 사람들이 고소하는구나, 법이 주먹보다 느리니 조폭, 조선족을 동원하는구나,

그리고 언론 조직에 뒷 돈, 댓글조작단에 킹크랩을 운영하는구나는 쓰린 깨달음을 얻게 됐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 입은 주먹보다 강하다

이번에 초전도체 논란을 보면서 권 모 연구교수라는 분이 공명심(?)에 아카이브에 논문을 올린게 결국 이런 논란의 원인이 됐지 않나 싶다.

차라리 학계에서만 알려지는 저널에 던졌으면, 좀 돌아가는 것 같더라도 실험 자료를 더 쌓아서 저널에 투고했었으면,

지금처럼 큰 논란이 생기지는 않았을 것 같다.

아마 그럴 수 없는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자세한 속사정은 모르겠지만, 외부 지원이 거의 없는 외로운 연구를 하면서 온갖 종류의 괴로움이 있었고,

어떻게든 현실을 타파해보려고 하는 와중에 아카이브에 논문을 던지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었을 것이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논문을 저널에 내면 Public info가 되어 버리니까 지적 재산권으로 사업화 하려는 생각에 그냥 아카이브에 던져서 관심만 모으자는 작전이었을 수도 있고,

정말 순수한 마음에 논문 투고 전 단계라는 관점에서 아카이브에 올려봤을 수도 있다.

어느 쪽인지는 알 수도 없고, 나 같은 외부인이 함부로 평가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속사정도 모르는 주제에 공명심(?)이라는 표현을 서두에 쓴 것만으로 죄송하다.

 

이번 사건의 진행을 보면서 내 입장에서 가장 속 쓰리게 다가오는 것은 ‘지하 1층이네 ㅋㅋㅋㅋㅋㅋ’ 같은 누리꾼들의 표현이다.

겉이 삐까뻔쩍한 화려한 연구소, 미국, 영국의 초특급 유명 기관에서 만든 프로젝트가 아니라,

외딴 건물의 지하 1층에서 나온 결과물이니까 못 믿겠다는 뜻일까?

 

‘자본’이 겉을 포장하면 좋은 것, 내실만 알차게 갖춘 것은 나쁜 것인가?

 

SIAI를 온라인 대학, 리모트로 운영되는 연구소로 설립하자고 스위스 공동 창업자랑 합의를 하고 법인 주소지를 공유 사무실로 등록했었다.

그랬더니 한국의 몇몇 커뮤니티들에서 ‘공장에 있는 학교’, ‘건물도 없는 학교’ 등등으로 온갖 놀림이 올라오더라.

 

초전도체라는 연구 검증을 조용히 기다리지 않고 사무실이라는 껍데기를 보고 욕하는 사람들,

학교가 가르치는 교육의 퀄리티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그저 건물 주소만 보고 욕하는 사람들…

 

SIAI를 욕하는 사람들 중에 실제로 이 교육의 가치를 이해하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저 초전도체에 대해서 이런저런 놀리는 댓글을 커뮤니티에 쓰고 있는 사람들 중에 초전도체 연구가 뭔지 이해하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지하 1층이네 ㅋㅋㅋㅋㅋㅋ’

저 연구가 검증이 된다고 하더라도 아마 저 연구자 분들이 연구의 성과를 온전히 누리기는 힘들 것이다.

보나마나 숟가락 얹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우르르 달려들어서 ‘다 빼먹으려고’ 하겠지.

SIAI 설립 된 것이 사실이라는 걸 듣고는 지방에 폐교된 대학들 운영자들이 와서 학위 장사하게 이름 빌려달라고 했던 것만 몇 번인가?

 

학교들이 다들 망하고 있어 돈 될 가능성이 낮으니 SIAI야 외부 카피캣이 없지만,

초전도체는 나처럼 ‘숟가락’들을 다 쳐내고 나면 안 보이는데서 몰래 기술 탈취 같은 사건들이 벌어질 것이다.

스타트업, 중소기업들이 고생해서 만든 기술을 대기업, 해외 스파이들이 훔쳐가는걸 한두 번 봤나?

 

처음 창업할 때는 연구 능력이 있는지 여부가 그 회사의 핵심이고, 나머지는 있으나 마나 같은 불필요한 인력이라고 생각했다.

머리 좋은 인간들, 연구 역량에 그 지능을 결합한 도전적인 인간들 같은, 초특급 우수 인재들 몇 명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황당한 논란을 겪으며, 저런 ‘논란’들을 보면서, 요즘은 아주아주 돈 많은 사람이 성공 여부와 무관하게 전폭적으로 지원해주는 연구 기관을 설립하고,

그 기관에서 나온 결과물들을 상품화하는데 모든 필요 자원을 다 제공해주는 구조가 되어야 연구라는 것이 의미 있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다만 돈 내는 사람 입장에서 어중이 떠중이에게 일을 맡길 수는 없으니 어떤 방식으로건 실력과 역량을 평가하고 인센티브 구조를 책정해야할텐데,

한국 사회는 그런 연구 도전을 아무도 지원해주는 곳이 아니니까, 내가 원하는 사업을 할려면 이 방향으로 가야겠구나는 생각을 하게됐다.

내가 연구를 하고 싶었고 하고 싶은 연구도 많은데, 아쉽지만 최소한 향후 10년간 인력과 자본을 길러야 할테니 그건 어려울 것 같고,

죽기 전에 그런 기관을 하나 만드는걸 인생의 목표로 하고 사는 걸로 인생의 관점을 바꿨다.

 

초전도체 관련해서 어느 외국인 연구원이 국내 대학들 연구 문화를 맹비난 해 놓은 걸 보면서,

‘한국은 그냥 하는척 하는 XX들이 대부분인거 맞음”이라는 댓글이 눈에 밟힌다.

난 국내에서 뱅킹 때 말고는 제대로 사람을 뽑아본 적이 없었는데, 한국의 일반 회사 인력들이 이렇게 심각한 수준인 줄 몰랐었다.

사람을 뽑을 때마다 실망하고 좌절했는데, 저 분도 한국와서 그런 생각들이 많았겠지.

그 와중에 저 연구원이 파키스탄 출신이라고 출신지로 온갖 종류의 비난을 해 놓은 커뮤니티 댓글들을 보면서

저 분의 연구 역량에 대해 손톱만큼도 알지도 못하는 것들이 함부로 사람 평가질이나 하는 꼴이 너무 역겹더라.

 

모 누리꾼의 한국 연구실 비판/출처=Reddi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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