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재풀에 SIAI 교육이 부적합한 이유?

pabii research

지난 9월 7일, SIAI수업MBA 및 BSc DS학부생 대상으로 운영되는 BUS501: AI in Digital Marketing수업에서 다루는 주제 중 하나를 담은 기사가 우리 언론사 중 한 곳을 통해 나갔다.

기사 제목은 “[기자수첩] 쇼츠(Shorts)와 유튜브 – ②광고삽입과 수익화 – OTT랭킹 (ottranking.com)” 이다.

우리 언론사 기자들 몇 명이 내 지도를 받고 이것저것 정보 조사를 하며 쓴 기사다.

정식으로 SIAI에서 공부한 학생이 아니기도 하고, 언론사 기사에 게임이론이나 통계학 주제를 담은 이야기를 쓸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최대한 간단한 내용만을 담아 요약형 기사를 작성했다.

Source: 매일경제

기사 작업에 동참하신 4명의 기자 분 중 한 분이 가족에게 저 기사를 보여줬단다.

참고로 기자 분 가족은 저 위 도표의 상위 4% 경계선 위에 있는 대학 중 한 곳 출신 공무원이다.

기사 읽는 내내 머리가 깨질 것 같아서, 가족이 일부라도 썼다니까 참고 읽었지만 정말 읽고 싶지 않았단다.

 

겨우 몇 명으로 함부로 재단하고 싶지 않지만, 그간 5년간 한국에서 Data Science 교육을 하며 내가 느낀 것과 사실 비슷한 점이 많은 사건이다.

내 교육을 이해하고 따라오는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굳이 학벌로 끊고 싶지는 않지만 억지로 끊어야한다면,

저 4%에서 10%부근이 거의 마지노선인 것 같더라.

 

그 아래 (역시 이런 표현도 매우 불편하다..) 학벌인 분들 중에서 한국 교육 시스템의 실수로 억울한 분들이 많이 있다는 건 잘 알고 있다.

난 한국 학벌 -> 지적 서열 시스템에 그렇게 공감하고 사는 사람이 아니거든.

진짜 핵심은 수학 지식을 현실에 활용할 수 있는 직관적 훈련을 얼마나 잘 흡수하느냐라고 누차 말하는 중이지 않나?

 

어쨌건, 어느 기준을 넘어가면 사실상 못 따라온다… 아니 ‘머리가 깨질 것 같아서’ 공부 못 하겠다고 도망간다는 편이 맞을 것 같다.

당장 성인 25.7%가 문해력이 문제라 신문을 아예 읽지도 못하는 수준에, ‘심심한 사과’가 무슨 뜻인지 모르는 인구가 태반인 판국이니까.

문자 해독도 못하는 인간 군상이 그보다 높은 레벨의 추상화가 담긴 고급 이론을 이해할 리가 없다.

 

몇 주 전, 국내 초명문대 중 한 곳인 K대 경제학과 출신이라는 학생 하나에게서 이메일을 받았다.

아래는 메일 전문과 내 답변이다. 개인 정보가 노출될만한 부분 일부를 XX처리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XX살 대학생 XXX이라고 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선생님께 어떻게 공부해야하는지, 제가 얼마만큼의 공부를 소화할 수 있는 그릇을 가지고 있는지를 아는 방법은 무엇인지 여쭙고 싶어 실례 무릅쓰고 이렇게 메일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궁핍한 환경의 외딴 시골에서 상경한지 얼마 안되어 아직 식견도 짧고 예의있게 여쭙고 고견을 구하는 방법도 서툴지만, 설혹 제가 예의에 어긋나는 말을 하는 잘못을 저지르더라도, 나쁜 마음에서 그런 것이 아니라 제가 시골사람이라 예의와 격식을 차리는 데에 서툰 탓이니 부디 선생님께서 너그럽게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제가 머리가 나쁘고 게으른데도 스무살이 되던 20XX년에 운좋게 XX대학교 경제학과에 입학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때는 방종해서 뒤늦게 올해가 되어서야 공부를 하기로 마음을 먹게 되었습니다.

그러나(제가 경제원론 수준의 공부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았다는 변명을 드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올해 4학년이 되어서 XX경제학과 같은 경제학 심화 강의들을 수강했는데, 드디어 마음 먹고 여러 교과서를 비교하며 공부를 해보려고 해도 도저히 이해조차 할 수가 없었습니다. 학부생 수준의 공부는 성실하면 된다는 말을 들었던 것 같은데, 저는 그조차도 능력이 되지 않는 사람인지 제 스스로에게 큰 실망을 느꼈습니다.

더욱이 서울대 XXX학과에 학사편입을 준비하면서 ‘XX이론’과 같은 2학년 수준의 과목들을 추가로 수강했는데, 다른 학생들의 수 배의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겨우 진도를 따라잡을 수 있었습니다.

공부는 어떤 방법으로 해야하며, 또 제 그릇의 크기는 어느 정도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일론 머스크같은,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똑똑한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도리어 저는 필부에 불과한 것 같아서 겁이 나는게 사실입니다.

일면식도 없는 선생님께 실례 무릅쓰고 긴 글 드린 이유는, 저에게는 제가 모르는 세계를 접하는 창구가 선생님의 블로그였기 때문입니다. 또 선생님의 글을 읽으며 저같이 부족한 사람도 선생님께서 박학하시고 현명하시다는 건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게으르고 아둔한 천성을 극복하고 더 공부에 좋은 자세로 임할 수 있도록 짧은 조언이나마 청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아직 어린 대학생이지만 선생님께 쓴 충고를 받을 기회가 있다면, 꼭 명심하고 더 열심히 공부해서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모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필부에 불과한 것 같아서 겁이 나는게 아니라, 그걸 받아들이는게 겁이나는 것 같습니다.
받아들일 용기도 없는 듯 보이고, 무엇보다 받아들여야 할 타이밍이 지난 것 같아요.
본인 인생을 위해 더 늦기전에 받아들이고 물려받은 재능의 범위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바랍니다.

짧은 메일에 정보가 부족하긴 하지만, 그간 인생 살면서 겪은 군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
방종해서 뒤늦게 공부를 시작한게 아니라, 대학 들어오니 공부가 쉽지 않았을거에요.
경제학이나 공학, 통계학 같은, 수학을 가차 문학처럼 언어적 도구로 빌려쓰는 학문들이
그렇게 학년이 올라가면서 차례로 낙오자가 생깁니다.
1학년 때부터 낙오했던 걸 체감 못 하고 정신승리하는 상태로 보입니다.

글 잘 쓰시니까 길이 있을 겁니다.


 

위 학생에게 좀 모질게 답변해서 미안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반드시 들어야하는 말을 너무 늦게 듣지 않았나는 생각을 하며 답장을 썼다.

학교 교수님들 바쁘신거 알지만 그래도 저렇게 힘들어 하는 학생들한테 10분만이라도 개인면담 좀 해주시지.

학부 시절부터, 아니 고교 시절부터 수학을 못 하는 친구들, 경제학을 못하는 친구들, ‘추상화’를 못하는 친구들은,

정말 미안하지만 다들 (최소한 수학 기준으로는) 머리가 나빴다.

하버드 심리학 교수였던 조던 피터슨이 아주 솔직하게 말한대로, IQ가 낮은 사람이 무리하게 수학적 도전을 하려고 하면 안 된다.

 

너무 실망할 일이 아닌게, 꼭 수학 역량이 세상의 모든 일을 다 좌지우지하는게 아니잖나?

난 사람 마음 읽기, 여론 읽기, 커뮤니티 음해세력단 대응하기 이런거 진짜 못한다ㅠ

 

우리 직원 하나가 S대 교수하는 어느 선배님 한 분 이름을 들면서, 국내기준 문·이과 끝판왕 스펙을 다 갖춘 모 정치권 인사와 둘 중 누가 더 똑똑하다고 생각하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 형은 S대 교수 제껴놓고 한국 스펙, 지구 스펙이 아니라 우주 스펙이고, XXX(정치권 인사)는 뭐 그냥 한국서 상위 0.1%, 잘해봐야 0.01% 정도 아니에요?

라고 답을 했었는데, 공부하다보면 우주는 커녕 지구 스펙들만 만나도 ‘저 사람들과 굳이 경쟁할 필요는 없다’는 회피 심리가 발동하는게 정상 아닐까?

적어도 난 그렇게 포기했던 길이 많았다. 대신 내가 잘할 수 있는 것들 찾아 삼만리를 살아왔다.

아마 그 형님도 우주 스펙인 연구 분야를 벗어나면 구멍이 많을 것이다. (많겠지?ㅋㅋ)

 

그간 내가 봤던 한국 대기업의 평균 업무 역량 수준은 조던 피터슨 아저씨의 IQ-직장 기준으로 100 언저리에 불과한 것 같다.

15년쯤 전, 첫 직장이었던 모 외국계 증권사 IBD (속칭 i-banking) 시절, 나름 국내 최상위 0.01%의 똘똘이들이 모인 기관으로 외부에 알려져 있겠지만, 당시 이사님이 날 더러 “우리 일은 사실 고졸도 할 수 있는 업무”라는 표현을 쓰시기도 했다.

내부 인력들의 눈 높이가 ‘사시 50등 안 쪽, 행시 재경직 15등, 서연성울가 Top5 의대 아니면 우리보다 한 수 아래’에 맞춰진 자뻑 만렙들로 구성된 조직인데,

정작 그들이 모여 했던 업무의 레벨이 “고졸도 할 수 있는 업무”였으면 국내 직장들 수준은 어떻다고 해야할까?

 

위에 소개한 OTT랭킹의 기사 내용으로, 핵심 수학을 싹~ 다 뺀 내용만 뽑아서 모 공기업 마케팅 관계자와 2달 쯤 전에 비지니스 미팅을 한 적이 있다.

원래는 그런 미팅이 벽치기인걸 알아서 딱 잘라 거절하는데, 예전에 파비클래스 수업을 열심히 들었던 분의 간곡한 부탁이라 예외를 뒀건만,

역시 예상대로 충격먹은 공황 상태로 눈만 뱅글뱅글 돌다가 우리 사무실을 나서더라.

그러니 아예 내용 설명을 포기하고 외부 권위에 기대서 허황된 홍보를 하는게 더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업계에 팽배한거겠지.

 

사실 내 입장에선 저 기사보다 더 쉽게 가르칠 자신이 없다. 더 쉽게…는 아마 사실을 왜곡하기 시작해야 될 것이다.

“AI를 이용해서~ 멋있고 화려하게~ 해외 유명대학 교수 XXX에 따르면~” 이런 내실없는 표현들을 말한다.

외부의 어떤 가상의 권위를 빌려오려고만 하지, 실제로 지식이 담긴 부분은 없기 때문이다.

쓰다보니 어느 유명 벤처투자사 대표님이 우리회사 타게팅 알고리즘을 정말 초간단 예제 이용해 설명하는 미팅 중에 “이렇게 구식 모델을 쓴다고 하면 어떻게…”라는 표현을 쓰신게 떠오른다.

그 분이나 돈 뭉치를 들고 투자하는 분들이나, 내가 실제로 고급 수학을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는 능력자인 것이 중요한게 아니라,

단순히 ‘외부인이 봤을 때 우와~ 싶은 권위’가 붙어있느냐 아니냐 밖에 볼 수 없는 사람들이어서일 것이다.

 

요즘 내 입장에서 답을 찾고 싶은 문제는, 어떻게 서유럽 인재 풀의 반의 반도 안 되는 인력 수준을 갖고,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수준의 경제 성장을 일궈낼 수 있었을까는 의문이다.

분명히 유럽 학부 2학년에서 가르치는 내용을 한국 대학원 석사 과정생 중에 풀어낼 수 있는 인재가 상위 1-2%에 불과하고,

유럽 학부 3학년 수준으로 올라가면 한국에서는 박사과정에서도 제대로 할 수 있는 인재를 거의 찾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한심한 교육 수준과 절망적인 인재 풀, 조금만 도전적인 추상화가 나와도 ‘머리가 깨질 것 같다’고 도망가는 나약한 인재들이 모인 시장인데,

어떻게 이런 허접하고 한심하고 멍청하고 답답한 인재 풀로 세계 경제 10대 대국으로, 그것도 자원 빨 제로, 오직 인재 빨로 올라설 수 있었을까?

 

One-variable regression을 극도로 혐오하는 탓에 함부로 결론짓고 싶지는 않지만,

한국의 반도체 산업 자체가 원천 기술은 모두 영국, 독일, 일본, 미국 등의 해외 선진국들에서 구매한 상품들에서 비롯된 것이고,

한국은 단순히 생산 특화된, 저가 생산이 가능하도록 만든 공장의 ‘기능력’ 뿐이라는 그 주장이 정말로 맞다면,

이른바 칩4라고 불리는 국가들의 “Blessing”을 받은 덕분에 이렇게 성장한 게 아닐까 싶다.

그런 선진국들의 도움이 하나도 없는 한국인 인종 자체 생존은 자본주의였으면 동북 3성 조선족, 사회주의였으면 북한이었을 것이라는 어느 분들의 주장을 반박하기가 너무 힘들다.

제발 나의 멍청한 One-variable regression이 엄청난 주요 변수를 놓쳐서 Omitted variable bias가 있기를 바란다.

 

우리 SIAI 교육이라는 주제로 돌아와서, 위의 사건을 겪으며 이젠 내 나름대로 확신을 갖게 됐다.

Outlier가 아니라면, 한국 교육 시스템을 정상적으로 거친 인재 중 학벌 기준 4~10% 정도가

우리 학교, 아니 글로벌 상위권 학교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최소 요건이라는 사실을.

실제로 그 인력 풀 안에서도 정상 생존하는 경우는 많지 않고, 반대로 더 저평가 받는 대학 출신들이 더 잘하는 경우도 많아서

애초에 내가 학벌주의자가 아니라 지능주의자…기반의 엘리트주의자인 사람이라 이렇게 학벌로 끊고 싶지는 않은데,

외부에서 우리 SIAI교육이나 해외 명문대의 고급 교육에 관심은 있지만 도전을 망설이는 분들이 있다면,

적절한 잣대가 되지 않을까 싶다.

 

혹시라도, 우리 SIAI 들어온 수 많은 Outlier 분들이 상처입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내가 한국 교육을 다 뜯어고칠 수 있는 독재자가 될 수 있다면 우리 학생들 같은 똘똘이들이

자신의 지적 능력에 합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입학시험 제도를 만들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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