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한국에서 교수하지 말아야 할 이유 – 대학원생 퀄리티

pabii research

S대 학석박 후 포닥 과정 밟고 있는 SIAI 학생의 제보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MIT 학부 신입생들은 XX통계 첫 시간에 heteroskedasity를 배운답니다. 선형회귀 기본 정도는 알아서 떼고 오고, 가우스-마르코프 기본가정들은 숙지해오라는 것이겠지요. 케임브리지 XX학과 신입생들은 첫 시간에 ANOVA를 배우고 벡터공간에서 직각삼각형 형태로 분산이 해체되는 직관을 배운다고 합니다. t-test까지는 알아서 공부해오라고 하고요. UC 버클리 XX통계는 전반부에 PCA, 시계열까지 다 떼고, 후반부는 실제 데이터셋으로 트레이닝합니다.

S대 XX는… 제가 석사생들 붙잡고 평균, 분산 가르쳐야 합니다. XX에 XX통계가 없어서 사회과학대학까지 가서 듣고 오는데, 대학원생 대상 ‘고급 통계학’ 중간고사가 겨우 1변수짜리 단순선형회귀까지 다루고, 기말고사까지 행렬 한번 안 나옵니다.

S대 학부생들도 기본 머리는 있으니, 제대로 공부를 시키기만 한다면 분명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해외에서 진짜 고등교육이 무엇인지 깨닫고 오신 교수님들이 무엇 하나 해보려고 해도, 학생들이 따라주지 않습니다.

프린스턴에 계시다 오셔서 시험에서 ‘4점’ 주신다는 유기화학 교수님, 학생들에게 평가를 이 따위로 (https://phdkim.net/professor/949/info/) 받고 계십니다.

워싱턴대 박사, MIT 포닥 하시고 오신 생물정보학 교수님은 학생들이 연단에서 울어버릴 만큼 철두철미한 크리틱을 하면서 발표, 토론 수업을 하시는데, 학생들한테 이런 소리나 듣고 계십니다 (https://phdkim.net/professor/976/info/).


잘 가르치면 학생들이 안 오죠

내가 저 전공 출신이 아니니까 자신은 없지만, 미국 명문대라고 학부 신입생이 고교 시절에 이미 다 배우고 오는건 아니고,

대신 진도가 정말 미친듯이 빨리 나간다.

한국에서 교과서 1권 다 떼는 수업 들어본 적이 없는데, 탑스쿨들은 진짜 몇 권을 다 떼더라고.

하나 더, 학부 수준에 듣는 공통 기초통계? 정도에서 실제로 회귀분석 다뤄주고, 전공 수업에서는 자기 전공에 맞도록 추가적인 통계지식을 더 배우는데,

아마도 저 박사 분이 말씀하시는게 자기 전공에 배정된 학부 고학년 통계학 수업들을 말하는 것이리라.

 

링크 걸어주신 김박사넷에서 두 교수님에 대한 평가들을 보게 됐는데, (아래에 스크린 샷 달아놨다)

‘잘 가르치면 학생들이 안 오죠’라고 하셨던 어느 명문대 교수님이 생각났다.

저런거 가르치고 교수라고 목에 힘주는가 싶어서 인연을 끊었던 교수님이다.

 

주변에 가깝게 지내는 교수님들 보면 대부분 대학원생이 없어서 연구하기가 너무 힘들다는 분들인데,

나도 성격이 성격인 사람이라 연구 역량보고 가려서 교수 인맥을 유지하다보니 까탈스럽게 사람을 고르는데,

한국 땅에 계실 이유가 전혀 없는데 여러 사정으로 한국 오신 교수님들이 다들 ‘학생들한테 왕따 당하고’ 있구나는 생각,

‘욕은 나만 먹는게 아니었군ㅋㅋ’ 같은 일말의 안도감 같은 걸 갖게 됐다ㅋㅋㅋ

 

연구하고 싶으면 한국오지 마라

내가 석사 논문 주제랍시고 처음 갖고 갔던 논문을 교수님의 천금같은 시간을 써서 설명드리던 날,

I will stop you right there.

이러면서 내 설명을 가로 막더니,

I can only see a single variable regression, and I do not like to hear you anymore.

이어 내가 갖고 있던 자료를 밀어 던지며 자기 주변에서 날 몰아내시더니, 내 얼굴을 보며

We are not stupid right? If we were stupid, we shouldn’t be here right?

이렇게 쏘아 붙이셨는데, 아마 평생 못 잊을 경험 중 하나일 것이다.

 

이분은 하버드 박사 출신이고, 연구자들 사이에 최상위권 논문지들을 일컫는 A 저널들에 연간 3-4개의 논문이 꾸준히 나오는 분이다.

자식 교육이다 뭐다 바빠서 별로 시간이 없어서 많이 못 쓴다고 수업 시간에 가끔 농담하셨던 기억이 난다.

당시엔 나도 그렇게 무시당하니까 진짜 열 받았고, 저녁 먹으러 나와서 아무 생각없이 입에 음식만 부어넣고 있으니까,

석사 동기들이 ‘Did you meet XXXXX just before?’ 이러면서 먼저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 눈치채더라ㅋ

다들 그렇게 정신 폭격(?)을 맞았나보더라고ㅋ

 

국내에서 교수로 계신 선배님들이랑 가끔 이런 이야기를 하면, “한국서 그러면 김박사넷에 폭격 달려”라고 그러시던데,

진짜 김박사넷에 폭격이 달려있네ㅋㅋ

 

그 분들이 대부분 한국에서 연구 조교를 못 찾아서 어려움이 많은 분들이다.

그리고 저 댓글들 사정을 보니 아마 한국에서 연구 포기하셔야 될 것 같다.

제대로 연구하도록 도와주니까 연구실에 아무도 안 오고, 김박사넷에 썅욕만 달리잖아?

 

박사 갈 때 선배님들이 연구하고 싶으면 한국 오지 마라, 직장가고 싶어도 한국 오지 마라고 하셨는데,

직장이야 나도 이미 경험하고 유학 나갔던거라 백분 공감이 됐었지만,

연구는 이번에 절실히 깨닫는다. 한국에서 연구 못하겠네. 사람이 없어서.

내 경험담

우리 SIAI에 온 S대 컴공과 박사 + 대기업인 분이 한 분 있다.

계산비용 절감하도록 계산 기법 몇 개를 골라 비교하는 ‘Computational Efficiency’ 주제를 강의했던 날,

다른 학생들은 다들 개념 이해에 도움되는 질문들을 하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Does this make great change?”

라고 질문하길래, 이건 도대체 무슨 황당하기 그지 없는 질문이냐는 생각을 했던 분이다.

그 이외에도 통계학 훈련이 전혀 안 되어 있는지 t-Test를 조금만 변형해도 질문이 올라오고, F-test도 모르고….

 

아마 내용이 조금이라도 이해 됐다면 ‘A에 적용할 수 있을까?’, ‘그럼 XYZ라는 효과가 나온다고 할 수 있을까?’ 같은 질문을 했겠지.

내용 이해도가 굉장히 빈약했기 때문에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이걸로 뭐 엄청난 혁신 있나요?’ 같은 질문이 되어 버렸을 것이라고 추측하면 너무 학생에 대한 모욕인가?

모욕으로 듣는다면 미안하지만, 반대로 실컷 고생해서 가르친 사람 입장에서 저런 질문을 그냥 길거리 평범한 사람도 아니고 SIAI 학생에게 들으면 모욕으로 느껴진다.

 

난 그래도 최대한 ‘We are not stupid right?’ 이런 말 안 하려고 노력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내가 정말 화가 잔뜩 나 있던게 표가 났었는지 학생들 모임하는 날 찾아와서는 화를 내고 가시더라.

마음씨가 착한 분이어서, 사실 그것보다 S대 공대가 제대로 교육을 못 시킨 탓에 그렇게 혼자 끙끙 앓으며 감정 상하는 중인데,

화를 억누르고 열심히 공부하는 에너지로 승화시키게 되시길 빈다.

 

조금 변명 해 드리자면, 그간 공대 출신들에게 저런 질문들을 너무 많이 받았고, 저렇게 불편한 이해도로 날 도매금으로 비난하고 모욕하는 분들을 헤아릴 수 없이 많이 봤다.

그 분들 탓에 내 마음 속에 생긴 국내 공대 출신들에 대한 격한 감정만큼이나 학교 교육이 A박사님의 지식의 공간에 채워 넣을 수 없는 큰 공백을 만들어 놨을 것이다.

요즘은 그런 분들에 대한 감정을 가라앉히고, 그들도 내가 15년 전까지 그랬듯이 한국 교육의 피해자라고 생각하고 산다.

 

돌이켜보면 나도 그 폭언을 들은 날 이후로

“I’m stupid right? I am not supposed to be here right?”

이렇게 자괴감 가득 섞인 자학 개그를 하면서 어떻게든 실력을 끌어올리려고 노력했다.

 

지적 받았던 석사 논문은 나중에 박사 학위 중에 우리 단과대 대학원생들 대상으로 한 Panel data 수업을 만들 수 있는 동력이 됐고

심지어 그 수업 중에 만들어 뿌렸던 연습문제들은 단과대 교수님들 몇 명이나 찾아와서 답안지도 받아갔고,

단과대의 다른 과 교수들 앞에서 발표 형태의 강의를 하게 됐을만큼 내 인생에 알찬 지식이 됐었다.

 

더 멀리 보면 Panel data를 극복한 이후로 계량경제학을 넘어 AI라고 불리는 계산통계학 계산법들까지,

이쪽 관련 주제들은 쓱~ 보면 바로바로 이해하고 데이터 별로 사용 방식이 바로바로 정리될만큼 시야가 완전히 열리게 되기도 했다.

그 폭언듣고 절치부심했던 1주일 간 쑥과 마늘을 먹은 나와 그 전의 아무 생각없던 나는 지적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에서는 굳이 욕심내지 말고 맞춰줘라?


옥스퍼드 계시던 토종 잉글랜드 백인 교수님이 저희 학부에 부임하셔서 몇 년 강의하신 적이 있습니다. 대학원 수업이었는데 참 쉽고 재미있고, 제게는 심지어 대학원 시험에서 나올 리가 없는 ‘100점 만점’ 을 주시기까지 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에는 역시 명문대 교수님이라 강의도 명강의고, 학생의 잠재력도 알아봐주시는구나 싶었습니다.

한참을 지나 SIAI에 들어와서야, 대표님 수업이 도저히 이해가 안 되어서 온갖 학교의 course material을 다 뒤져보고 나서야, 옥스퍼드 학생들이 무슨 책으로 어떻게 공부하는지 알고 나서야, 그게 인종차별인 줄을 깨달았습니다.

아니, 근거가 있는 차별은 어쩌면 그냥 합리주의라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너는 교과서를 다 읽었구나, 한국인의 상한선은 너니까, 너보다 높은 점수는 준비할 필요가 없겠구나…. 그게 그 교수님의 마음이었겠지요.


 

인종차별? 인지는 잘 모르겠고, 그냥 학교 차별, 학생 차별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저 분도 한국와서 잘 모르고 ‘정상적인’ 강의를 준비했다가, 아마 저렇게 ‘조정’하는 시간을 거치셨을 것이다.

 

SIAI에 대해서도 어이없는 비난을 볼 때마다 이런 사기는 고소해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었는데,

굳이 욕심내지 말고 맞춰줘야 욕을 안 먹고 ‘융화되는’ 삶, 고소 비용을 아끼는 삶을 살 수 있는가보다.

국뽕 유튜버 하면서 한국이 전 세계적으로도 엄청나게 수준 높은 교육을 하는 나라라고 자랑해야 칭찬 듣는거겠지?ㅋㅋ

 

저 학생이 수업 이해하려고 찾아보다 SIAI 강의 자료들이 하버드, MIT, 스탠퍼드, Uof시카고 같은 명문대 강의들과 겹치는 부분이 많은 걸 발견했다고 하던데,

명문대 강의 자료들이랑 겹친다는 평을 내 입으로 읊는다는게 ‘자뻑’인 것 같아서 좀 민망하지만,

2류 대학 수준으로 ‘조정’하는 강의 안 하고 최상위권 대학 수준으로 ‘정상적인’ 강의를 고집했다는 내 의지만은 이해해주시면 좋겠다.

 

국내 대학들 들어와서 연구에 손 놓고 있는 교수님들 몇 분들이랑 가끔 한국 교육 수준을 갈아엎어야 된다고 이야기 하다보면,

결국 원인은 학생들이 쉽고, 편한, 널럴한, 배워봐야 도움 안 되는 교육에 안주하고 있어서니까, 그들이 하는대로 받는거라고 결론을 내린다.

일선 대학 계시는 교수님들 중에 대단한 분들 은근 많은데, 그 분들이 열정을 다 잃도록 만들어놓고 좋은 교육을 바라면 되겠니?

 

‘잘 가르치면 안 오죠’

군부 독재에 쿠데타 한 번 일으킬 줄 모르는데 무슨 자격으로 자유민주주의를 누릴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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