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콘텐츠’도 ‘영화’다? 영화 산업계의 ‘마지막 발버둥’, 하지만

영진위 “영화 산업계 부진 심각, OTT 콘텐츠도 ‘영화’로 봐야”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확 준’ 영발기금, 영화 산업계의 ‘위기’ ‘텅 빈 영화관’이 OTT 탓이다? “글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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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영화진흥위원회가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 방안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영화진흥위원회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영비법) 개정 방안 토론회’를 통해 법적인 영화의 개념을 새로 정립할 수 있을지 논의했다. 다만 일각에선 결국 영화 산업계의 부진을 마냥 OTT 탓으로 돌리려는 시도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영진위, 영비법 개정 방안 토론회 개최

영비법은 지난 2006년 영화와 비디오물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된 법률이다. 그간 여러 차례 개정을 거쳐왔지만, 현행법은 빠르게 발전하는 미디어 환경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하고 다소 뒤처진 모습을 보였다.

황승흠 국민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는 영화 산업계 부진의 원인을 ‘OTT 발전’에서 찾고 “현 법체계가 변화하는 미디어 체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영비법에 명시된 ‘비디오물’ 정의를 폐지하고 영화와 비디오물 간 체계를 통합한 영화의 정의를 새로 세울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행 영비법은 영화를 ‘영화상영관 등의 장소 또는 시설에서 공중에게 관람하게 할 목적으로 제작한 것’으로 정의해 영화의 유통 방식과 커뮤니케이션 유형을 한정하고 있다. 이 같은 정의가 극장뿐만 아니라 OTT 서비스 등 1대1 영화 소비가 많은 실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황 교수는 “영화를 ‘영화상영관 등에서 상영하거나 판매나 대여 또는 정보통신망을 통해 시청에 제공할 수 있도록 제작된 것’으로 새로 정의해 극장에서 상영하는 영화와 OTT 등 온라인으로 유통되는 영화까지 모두 포함할 수 있게 하자”고 주장했다. 현행법은 OTT 콘텐츠를 영화가 아니라 ‘ 온라인 비디오물’로 분류한다. 노철환 인하대 연극영화학과 교수도 해외 사례를 들며 이에 동의했다. 노 교수는 “호주는 영화를 ‘게임, 광고를 제외한 모든 매체에 기록된 모든 영상물’로 정의하고 캐나다나 싱가포르 등 주요 선진국도 영화법상 영화를 넓게 정의한다”며 “콘텐츠 중심으로 모든 매체를 아우르는 영상물의 통합 개념으로서 영화를 법적으로 다시 정의할 근거가 충분하다”고 힘줘 말했다.

영화발전기금(이하 영발기금) 재원 마련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 요구도 나왔다. 영화 산업이 위기에 봉착함에 따라 영발기금 외에도 별도 국고를 사용할 수 있도록 관련 근거를 신설하고, 영화 산업이 안정적으로 재원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영발기금은 영화상영관입장권 부과금으로 관객 입장료의 3%를 징수해 조성된다. 영발기금의 규모는 매년 500억원에 달했으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영화관 수입이 급감하며 2020년 이후 100억원대로 줄었다. 때문에 영화 산업의 재원 수급이 매우 힘들어졌으며 현 상황을 타파하지 않으면 영화 산업이 재기할 수 없을 정도로 뒤처질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팬데믹 이후 영화 산업계 ‘대격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극장은 영화 산업의 중심에서 벗어났다. 그간 국내 영화 유통은 극장에서 개봉한 뒤 건별 결제 서비스 IPTV·TVOD를 거쳐 SVOD 플랫폼으로 이어져 왔다. 그런데 코로나19 이후 극장 운영에 위기가 찾아오자 영화 산업의 중심은 사실상 OTT로 거의 넘어왔다. 이런 가운데 토종 OTT 쿠팡플레이가 지난해 <한산: 용의 출현>을 극장 상영 중에 독점 공개하면서 영화 산업에 큰 충격을 줬다. 쿠팡플레이는 이후로도 <비상선언>을 독점 공개하는 등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티빙이 2021년 4월 영화 <서복>을 극장과 티빙에서 동시 공개한 것도 이와 유사한 사례다. <서복>이 CJ 계열사인 CJ엔터테인먼트가 제작 및 투자·배급한 영화이기에 가능한 조치였는데, 이는 사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극장 관객 수가 급감한 외부 요인으로 인한 일종의 ‘자구책’이었다. 그러나 쿠팡플레이는 상황이 전혀 달랐다. 결국 OTT의 콘텐츠 싸움에 극장계가 타격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쿠팡플레이 캡처

영화 산업계 충격 안겨준 쿠팡플레이, 하지만 ‘잘못’이라 보긴 힘들어

이런 한편 쿠팡플레이는 홀드백 제로나 다름없는 극장 상영 영화 공개 서비스까지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플시네마’가 바로 그것이다. 쿠플시네마는 영화관에서 상영 중인 영화를 쿠팡플레이에서 무료로 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비스로, 국내 OTT 중에서는 최초 시도다. 월 4,990원의 쿠팡 와우 회원이라면 추가 비용 없이 쿠팡플레이를 통해 상영 중인 영화를 집에서도 시청할 수 있기 때문에 영화 업계에 있어선 사실상 ‘사신’과도 다름없는 서비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월 5,000원가량이면 다양한 영화들을 볼 수 있는데 한 편당 2만원을 넘는 돈을 주고 영화관을 찾을 이들이 몇이나 될까.

OTT 활성화의 단면을 잘 보여주는 표현이 바로 영어권의 ‘Netflix and chill’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라면 먹고 갈래?’ 정도의 의미인데, 묵시적 표현에 OTT가 사용될 정도로 그 영향력이 매우 커졌음을 방증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영화 산업은 OTT의 등장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겪고 있다. 실제 한국 영화계의 침체는 통계로도 산출됐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23년 2월 한국 영화산업 결산’에 따르면 지난 1~2월 국내 극장 영화의 누적매출액은 1,931억원으로 2019년 같은 기간의 56.6% 수준에 불과했다. 특히 한국 영화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올해 2월 한국영화 매출액은 2019년 2월의 9.2% 수준에 불과했다. 이에 영화 산업계는 ‘OTT 규제’ 등 영화 산업 부흥을 위해 다양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만 ‘텅 빈 영화관’을 마냥 ‘OTT 탓’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 계속되는 티켓 가격 상승 등으로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았다. 이제는 영화 산업계 자체가 변화를 꾀해야 할 때다. OTT 탓만 해선 발전의 기회를 놓치고 말 것임을 이제는 인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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