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기조 장기화, 빅테크 실적 악화로 올 연말 뉴욕 증시 불확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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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금융 전문가들, 올 연말 S&P500 지수 전망치 일제히 낮춰 잡아
한국은행 "최소 내년 말까진 미국발(發) 고금리 계속될 것"
연이은 빅테크 기업들의 실망스러운 성적표도 올 연말 뉴욕 증시 비관론에 힘 보태

올 연말 뉴욕 증시가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월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힘을 얻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금리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시장에서 진지하게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애플, 테슬라, 알파벳(구글 모회사)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하반기 실적 난항까지 예상되면서 올 연말 뉴욕 증시의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올 연말 뉴욕 증시, 산타 랠리 없을 것

30일 월스트리트의 대표 비관론자인 마이크 윌슨 모건스탠리 전략가는 “실적 하향 조정, 소비자 및 기업 신뢰도 하락 등으로 4분기 증시 랠리 가능성이 상당히 떨어졌다”며 “연말 S&P500은 3,900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월가에서 가장 비관적인 전망치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야데니 리서치의 설립자인 에드 야데니도 이날 투자자 메모에서 “여전히 산타 랠리가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중동 전쟁의 확전 가능성과 채권 시장 불안감을 고려할 때 주식시장의 하락을 보기가 쉽다”고 내다봤다.

통상 미국 증시는 성탄절을 기점으로 이듬해 초반까지 주가가 상승세를 나타내는 ‘산타 랠리(Santa Claus Rally)’ 현상을 보여왔다. 산타 랠리가 발생하는 이유는 성탄절을 전후로 기업들의 성과급, 연말 보너스 지급과 맞물려 가계 소비과 기업의 매출이 증가해 시장이 활기를 띠기 때문이다. 그러나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3·4분기 실적 부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겹쳐 올 연말엔 산타 랠리를 건너뛸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자산운용사 오펜하이머의 존 스톨츠푸스 수석전략가도 30일 S&P500의 연말 전망치를 4,900에서 4,400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날 S&P500은 4,166.82로 마감했는데, 이는 월가의 평균 연말 전망치인 4,370보다 4.9% 하락한 수치다. 기존 전망치인 4,900은 블룸버그 추산 월가 최고치였다. 다만 스톨츠푸스는 “현재 S&P500은 여전히 연말까지 5.6%가량 상승 여력이 있다”면서도 “지정학적 리스크와 고금리 장기화 우려가 존재하는 만큼 올해 안에 기존 블룸버그 전망치(4,900)에 도달하기엔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산타 랠리 없는 이유는 미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기조’ 때문

이처럼 월가 금융 전문가들이 연말 뉴욕증시 전망치를 일제히 낮춰 잡는 이유는 연준이 통화 긴축 정책을 더 오래 유지할 것이라는 예측이 기정사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발표되고 있는 실물 경제 지표들은 여전히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았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먼저 미국의 9월 신규 일자리 수는 33만6천 개로, 8월 22만7천 개에 비해 크게 증가한 모습이다.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3.7% 올랐는데, 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조사한 애널리스트 컨센서스인 3.6%를 상회했다. 연준의 물가 목표가 2% 인플레이션임을 감안하면, 아직 꺼지지 않은 인플레이션 불씨를 잡기 위해 제롬 파월 의장이 통화 긴축 기조를 이어갈 유인은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경제를 선도하는 금융 시장, 그중에서도 대형 기관 플레이어들이 주를 이뤄 효율적인 시장으로 평가받는 채권 시장도 추후 미국 경제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한 상태다.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8월 심리적 저항선이라고 여겨졌던 4.25%를 돌파했고, 두 달 만인 10월 20일엔 일시적으로 5%까지 치솟았다.

아울러 지난 30일 한국은행도 미국의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현재 미국의 상황이 1990년대 중반 금리 전환기와 비슷하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시기를 재조명해 보면, 1995년 미국 경제는 인플레이션이 둔화되고 경제 성장률이 하락하면서 고용 여건이 악화됐다. 이에 연준은 6%에 달하던 단기 정책 금리를 5.25%까지 낮추며 통화 정책을 완화했으나, 1996년대 다시 경기가 팽창하면서 금리 인하를 중단했다. 이어 1998년 미국 경제는 4%대 고성장, 4% 중반 수준의 낮은 실업률을 기록했고, 인플레이션도 금융 당국의 당초 목표인 2%대로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에 통화 긴축을 이어갈 유인을 잃은 연준은 1996년부터 정책 금리를 5.25%를 유지하다 1997년 3월엔 되레 5.50%로 소폭 인상했다.

이런 가운데 올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연이율 4.9% 상승하는 등 글로벌 국가 중 ‘나 홀로’ 호황하고 있는 현재 미국 경제는 앞서 언급한 1998년도 상황과 유사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연준은 1996년도 통화 정책의 흐름을 따라서 최소 내년 말까진 5.25~5.5%의 현 정책 금리를 유지할 것이며, 이런 와중에 만약 경기 팽창의 조짐이 보이면 오히려 한 차례 더 기준 금리를 끌어올릴 가능성도 작지 않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사진=GettyImages

빅테크 기업 실적 부진으로 인한 투자 심리 위축도 이유로 꼽혀

여기에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올해 남은 기간 실적 부진마저 예상되면서 연말 뉴욕 증시 비관론에 힘이 보태지고 있다. 특히 S&P500 지수에서 7.2% 비중을 차지하는 애플은 지난해부터 주요 제품인 아이폰이 판매 부진을 기록하고 있다. 코로나가 끝난 이후에도 글로벌 경제난이 이어지면서 IT 기기 소비가 크게 준 탓이다. 아울러 총 아이폰 생산량의 80%를 담당하는 대만 폭스콘이 중국 당국으로부터 세무·토지 조사를 받으면서 불확실성이 가중된 상황이다. 만약 해당 조사 여파로 폭스콘 생산에 차질을 빚게 되면, 애플은 아이폰 판매가 쏠리는 4분기 물량 조달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전기차 기업 테슬라도 시장 전망에 못 미치는 3분기 매출을 발표한 당일(19일) 주가가 9.3% 급락한 220.11달러를 기록했고, 현재는 197.3달러까지 내려왔다. 알파벳은 매출과 분기 순이익 모두 시장의 컨센서스를 웃돌았음에도 클라우드 매출에 대한 투자자들의 실망으로 인해 발표 당일(25일) 하루 주가가 9.51% 빠진 125.61달러를 기록했으며 현재는 124.47달러까지 주저앉은 상태다.

이처럼 빅테크 중심으로 투자 심리가 크게 악화하면서 S&P500 지수는 3분기 실적 발표 시즌 돌입 후 11거래일 동안 9번 하락했고, 이 가운데 1% 넘게 하락한 날이 4번이나 됐다. 동 기간 S&P500 지수는 약 5.3%가량 빠진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한 금융 업계 관계자는 “올해 7월 말까지 비교적 강세를 보였던 미국 주가는 최근 고금리 장기화 우려와 빅테크 실적 부진으로 인해 하방 압력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중동 전쟁 등의 대외적 변수가 시장을 지배하면서 연말뿐만 아니라 내년까지 불확실성이 지속될 가능성도 높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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