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없인 배터리 못 만들어” 원자재 수입 의존도 ‘심각’, 수출 다변화 빛 보기 위해선

pabii research
NCA 전구체 등 사실상 '전량 의존' 품목 다수
대중 수출 감소-무역수지 적자 고착화 양상
중국 "12월부터 흑연 수출 통제", 상황 악화 시사

산업 전반의 탈(脫)중국 움직임 속에 우리나라의 제조업 원자재 중국 수입 의존도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대중국 수입 원자재는 대부분 우리 수출의 핵심인 반도체와 배터리 등 생산에 활용되고 있어 무역수지 악화의 주범으로 지목된다.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 주력산업 제조 현장에서 사용되는 20개 핵심소재의 약 80%가 중국에서 조달되는 가운데 최근 중국은 오는 12월부터 배터리 음극재 제조용 물질인 흑연 수출 통제를 선언하며 상황 악화를 시사하고 있다.

반도체·배터리 원자재 수입 위해 9월까지 ‘5조원’ 지불

31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주요 수입 품목 조사에서 중국 수입 의존도가 80%를 넘는 20개 소재의 수입 금액은 총 38억412만 달러(약 5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들 소재의 활용은 반도체와 이차전지를 비롯해 자동차, 화학, 조선 등 주력 수출산업 곳곳에 포진해 있다.

제품별 의존도를 살펴보면 이차전지용 양극재에 사용되는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전구체는 전체 사용량의 98.9%를 중국에서 조달하며 가장 높은 의존도를 보였고, 이어 용접용 강관(98.1%), NCM(니켈·코발트·망간) 전구체(96.9%), 반도체용 슈퍼캡(96.8%), 이차전지용 전해질(96.4%) 등 순을 보였다.

지난 8월부터 반도체 생산 공정에 쓰이는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 통제에 들어간 중국 정부는 최근 오는 12월부터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흑연 수출을 통제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흑연 대중국 수입의존도는 천연흑연이 97.7%, 인조흑연이 94.3%로 사실상 전량을 중국으로부터 들여오고 있다. 원자재 대중국 의존도가 단기간 해소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흑연 수출 통제 발표를 접한 후 곧바로 공급망 재점검에 돌입했다”며 “구매 담당 부서를 중심으로 미국과 중국의 수출 정책을 예의주시하면서 원자재 확보 경로 다변화를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출처=한국무역협회

대중국 수출 의존도 하락, 무역수지 악화로 이어져

이처럼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원자재 수입 의존도는 우리 기업들의 대중국 수출 의존도 하락과 맞물려 산업계의 셈법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한국무역협회(KITA)에 따르면 2020년 25.9%를 기록한 중국 수출의존도는 이후 2021년(25.3%), 2022년(22.8%) 모두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대중국 수출은 4.4% 감소(수출액 기준)했지만, 중국을 제외한 시장으로의 수출은 9.6% 증가했다.

문제는 이같은 흐름이 수출시장 다변화 관점에서는 긍정적인 신호일 수 있지만, 이미 중국 공급망의 덫에 걸린 원자재 수입 관점에서는 대중국 무역수지 악화를 시사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2021년까지 우리나라 무역수지 흑자국 순위에서 3위를 지켰던 중국은 지난해에는 흑자가 대폭 축소되며 22위로 추락했고, 올해 들어서는 최대 적자국으로 자리를 옮겼다.

전문가들은 대중 수출 감소와 무역수지 적자가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고 고착화 양상을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승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중 수출은 반도체와 석유화학 같은 중간재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데, 몇 년 전부터 중국이 이들 품목의 자체 조달 비중을 늘리고 있어 수출 감소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높은 대중국 의존도 개선 돌입한 미국

중국과 수년째 무역 갈등을 빚고 있는 미국 역시 높은 중국 의존도를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미 상무부가 발표한 최근 4년간 무역거래 내역에서는 미국의 전체 중국 수입 의존도가 2019년 18.1%에서 지난해 1월∼8월 16.9%로 하락했지만, 공급망 핵심 품목 의존도는 19.5%에서 19.8%로 늘어 여전히 최대 수입국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핵심광물, 에너지, 정보통신기술(ICT), 공중보건 등 4개 부문 2,409개 공급망 핵심품목 중 156개 품목에서 중국 수입 의존도가 70% 이상이었고, 46개는 중국에 100% 의존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품목별로는 텅스텐과 백금족 금속, 천연흑연 등 핵심광물의 의존도가 높았으며, 업종별로는 통신·네트워크, 컴퓨터 장비 등 ICT 분야의 의존도가 가장 높았다.

원자재 수입을 비롯한 산업 전반의 높은 대중국 의존도를 개선하기 위해 미국은 다양한 정책을 전개 중이다. 전기차 구매 시 보조금(세액공제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제조 공정에서 중국 등 우려 국가의 부품과 광물을 일정 비율 이하로만 사용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이 대표적 예다. 미국은 IRA를 통해 과거 중국에 집중됐던 배터리 소재 산업이 자국 및 우호국으로 확대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수입 경로 개척-대체재 개발’ 공급망 재편 나선 우리 기업들

이에 우리나라에서도 수출 시장 다변화와 공급망 재편에 고삐를 늦춰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석유제품, 철강, 자동차 부품 등 품목에서 미국 수출 증가분이 중국 수출 감소분을 상쇄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만큼 원자재 대중국 수입 의존도를 낮춘다면 무역수지 개선을 비롯한 전화위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기업들은 중국의 흑연 수출 통제 발표를 계기로 공급망 개편을 서두르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마다가스카르와 탄자니아에서 흑연 공급망 구축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향후 10년간 흑연 수입권을 확보했고, 포스코퓨처엠과 LG에너지솔루션은 인조흑연 개발에 속도를 높였다. 이들 대기업은 공급 확대와 대체재 개발을 통해 자사는 물론 배터리 음극재를 제조하는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도모하고 있다. 수출 다변화로 시작된 탈중국 흐름이 공급망 재편과 맞물려 우리 산업계에 훈풍을 몰고 오길 기대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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