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美 연준 마이웨이, 물가 잡자고 경제패권 태우는 셈

신흥국 희생시켜 자국 물가 잡는 패권국에 대한 불만 증폭 EU 외교 고위 대표, 미국발 개도국 외환위기, 전 세계 경기침체 속수무책인 한국 정부를 무조건 비난하기보다 암중모색의 대안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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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간 ‘환율’ 관련 키워드 클라우드 /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고 있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에 대한 견제 목소리가 쏟아졌다. 그간 한국, 인도 등의 신흥국(이머징 마켓, Emerging market)들을 중심으로 제기되던 불만과 함께 유럽연합(EU) 최고위층도 비판 대열에 합세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가 “각국 중앙은행은 美 연준을 따라갈 수밖에 없어 경기 침체가 불가피한 상황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일반적인 인터뷰 자리도 아니고 27개국 EU 대사가 모인 행사에서 이례적으로 미국을 비판한 자리였던 만큼 자국 통화의 평가절하를 우려한 각국 중앙은행들이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를 따라갈 수 없는 현실 인식이 유럽 선진국들 사이에도 광범위하게 퍼졌다. 보렐 대표는 “금리 인상 도미노가 세계적인 경기 침체를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제사회, 강달러에 대한 반감 커져

FT는 “보렐 대표가 ‘EU 역시 다른 나라들의 조언을 무시하고 자신들의 지배구조와 기준을 수출하려 했던 과오가 있다’고 자기성찰적 발언을 하는 과정에서 연준을 저격한 것”이라며 “외교적 수사를 건너뛰고 직접 비판을 가했다는 해석은 옳지 않다”는 분석을 냈다. 이는 국제사회 전반이 강달러에 대한 반감으로 광범위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연준은 지난 6·7·9월 세 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씩 인상하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했다. 이로써 미국 기준금리는 3.0~3.25%로 높아졌다. 연준은 오는 11월 2일에도 또 한 번 자이언트스텝이 유력하다는 전망이다.

한국은행도 12일 기준금리를 0.5%p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하기로 결정했다. 2012년 10월 이후 10년 만에 다시 3%로 올라선 셈이다. 여전히 한·미 금리 역전으로 인한 환율 상승이 부담된다는 시장 견해가 나오고 있는 만큼 내년 상반기에도 계속된 금리 인상을 점치는 분위기다. 내년 상반기에는 3.75%, 하반기에는 4%를 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한편으로는 신흥국들을 강제로 긴축으로 몰아넣는 미국의 독주가 내년까지 계속될 것인가에 대한 의문도 증폭됐다. 위의 보렐 대표 의견에서도 나타나듯 미국 물가 상승 폭이 완화되고 있는 와중에도 미 연준은 금리 인상을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내년까지 금리 인상이 지속될 경우 일부 신흥국들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IMF(국제통화기금) 보고서가 나온 상태인 데다 이미 IMF의 대출액은 올해 들어 2배 이상 늘었다.

지난 7일간 ‘환율’ 관련 키워드 네트워크/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신흥국 통화가치 하락, 핵심 이슈로 떠올라

IMF과 세계은행 연차총회가 열린 지난 10일 신흥국의 통화 가치 하락이 핵심 이슈로 논의됐다. 이날 회의에서는 개발도상국의 외환위기 가능성과 부채 급증 우려가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는 “개도국은 통화 가치 하락, 지속 불가능한 부채 부담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며 미국의 강달러 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10일 노벨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더글러스 다이아몬드 시카고대 교수는 “정교하게 조직된 금융 시스템이라도 공포 자체에는 취약하다”며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릴 경우 시장의 공포 확산을 막기 위해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은행으로부터 촉발된 금융위기 연구로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글로벌 경기침체 속, 올해 한국 무역수지 적자 350억 달러 예상

전문가들은 “끝없이 치솟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큰 폭의 금리 인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연준의 긴축 등이 경기침체의 잠재적 이유”라며 “유럽과 아시아는 이미 경기침체에 들어간 상황이고 미국도 2~3분기 이내로 경기침체에 직면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유럽과 아시아의 경기침체가 미국의 수출·입에 악영향을 미치는, 이른바 ‘부메랑 효과’로 인한 경기침체의 가능성을 지적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조속히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 군사 전략적인 이유에서라도 미국이 상당 기간 금리 인상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신흥국들의 내년 경기 전망도 암울하다는 예상들이 나왔다. 또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신흥국이 달러화 자산을 시장에 단계적으로 내다 팔면서 환율을 유지할 수밖에 없어 속수무책인 상황 속에서, 내년 상반기에는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거꾸로 미국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미국이 만든 글로벌 경제 위기가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신흥국들의 경기침체가 예상되는 가운데 반도체 및 자동차 수출이 주력인 한국의 사정은 더 나쁘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예상되면서 반도체 가격은 하락세를 맞았고 자동차 수출 사정도 좋지 않다. 또 무역수지 적자가 역사상 처음으로 300억 달러를 넘어섰고 올해 들어서는 350억 달러를 넘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달러 유입이 제한된 상황 속에 환율 방어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정부에 대해 비난 일변도의 태도를 보일 것이 아니라 필요한 정책적 도구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각계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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