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근로시간제 스타트업 현실과 괴리, 정산 대상 개선해야

스타트업에 주당 52시간 근무시간 유연화해줘도 어려워, 추가 개선 검토해야 선택적 근로시간제 및 재량근로제 확대 시행해야 현장 적합도 높은 정책 미국, 일본은 연봉 1억 이상인 근로자에게만 특화된 제도 존재 한국도 특정 산업별로 고액 연봉자에 대한 적절한 개선안 필요

pabii research

스타트업이 근로 시간을 준수하면서도 자유롭게 일할 수 있도록 폭넓은 유연근로시간제 적용이 필요하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원장 오동윤)은 30일 발표한 ‘스타트업 유연시간근로제 개선 방안’ 보고서(황경진 연구위원, 채희태 선임연구원)를 바탕으로 스타트업 현실과 괴리된 현재의 유연시간근로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특히 “스타트업은 생존과 성장을 위해 장기간 집중적 시간 투자가 필요하고, 글로벌 시간에 맞춰 24시간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특징이 있다”면서 주 52시간 근로제의 근간을 유지하되 개별 기업들의 자율성을 대폭 확대해야 기업의 생존 및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국내 스타트업들이 근로 시간을 둘러싼 어려움을 해결하려고 유연근로시간제를 활용하고는 있지만, 도입 요건과 절차가 복잡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제도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미 노동부는 이에 앞서 지난 6월 ‘연장근로 관리 단위 확대,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도입’ 등 유연근로시간제를 보다 활성화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어 7월에는 ‘120대 국정과제’를 통해 ‘노사 협력을 통한 상생 노동시장 구축’을 목표로 노사 합의를 전제로 더욱 유연한 근로시간이 적용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법으로 규제하는 대신 노사 자율적 합의에 따라 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선택적 근로시간제 기간 연장 및 사업장 밖 간주근로제 개선 필요

보고서는 우선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기간 연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일정 기간 총 법정 근로 시간을 맞출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예컨대 이번 주 80시간 근무 후 다음 주 24시간 근무를 하게 되면 첫 번째 주는 근로기준법 위반이 되지만, 두 번째 주와 합산할 경우 주간 평균 근로시간이 52시간이 돼 법을 위배하지 않게 된다. 이 같은 제도는 현재 최대 3개월을 단위로 운영하게 되어 있다. 즉 두 달간 근로시간을 초과해 근무했다면 세 번째 달은 보다 적은 시간을 일해야 한다. 보고서는 “신상품 또는 신기술의 연구 개발업에만 현행 3개월의 정산 기간을 점차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업주와 근로자대표가 서면합의로 근로시간을 정하는 ‘재량근로시간제’의 경우 적용할 수 있는 직무범위가 제한적인 것도 문제로 지목됐다. 재량근로시간제는 고용노동부 고시에서 정한 R&D 및 분석 업무에만 적용 가능한데, 스타트업 구성원들은 직무가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아울러 사업장 밖 간주근로시간제의 개선도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업장 밖 간주근로시간제는 근로자가 출장 및 그 밖의 사유로 근로시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사업장 밖에서 근로하여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 미리 합의된 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영업직, 애프터서비스 업무, 재택, 출장 등과 같이 근로시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사업장 밖에서 근로하여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 주로 활용된다.

재량근로제 범위 확대 및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 절차 간소화도 요구

재량근로제 범위 역시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게 보고서의 입장이다. 재량근로제는 신상품 개발, 기사 취재, 방송 제작 등 사실상 업무 시간을 정확히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 사업주와 근로자대표자 서면합의로 정한 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예컨대 신문기자의 경우 취재를 위해 24시간 취재원 집 앞에서 대기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가 자주 발생하는 직종의 경우 ‘사업주와 근로자대표가 서면합의로 정한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간주한다. 보고서는 현행법이 대상으로 정하고 있는 직종 이외에도 스타트업의 경우 관리직 등에 대해서도 이 같은 재량근로제가 확대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근로자 개인과도 서면합의가 가능하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근로자 동의와 고용노동부장관의 인가를 받아 주 12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를 할 수 있는 제도인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의 절차 간소화도 요구했다. 현재 재난 수습, 인명 보호 조치, 시설고장 수습, 업무량 폭증 등 고용노동부장관이 인정하는 연구개발에 적용되는 이 제도는 지방고용노동청 접수-검토-결정-통보라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인력과 자원이 부족한 스타트업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절차 간소화와 더불어 사후 승인이 가능하여지도록 해주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는 주장한다.

미국, 일본, 영국 등의 해외 사례도 산업별, 근로자별 특수성 인정

황 연구위원은 제도 개선을 위해 미국의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일본의 ‘고도 프로페셔널 제도’, 영국의 ‘주 48시간 옵팅아웃’ 등을 참고해야 한다고도 제언했다.

미국의 ‘화이트칼라이그젬션’은 일정 소득 이상의 관리․행정․전문직 근로자 등에 대해 법률상 근로시간 규정 적용 자체를 배제하여 최저임금 및 초과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제도다. 연간 총소득액 10만 달러 이상인 근로자에게 적용된다.

일본의 ‘고도 프로페셔널 제도’도 유사한 방식으로 적용된다. 연 수입 1,075만 엔 이상인 근로자 중 금융상품 개발, 금융기관 애널리스트, 경영컨설턴트 등, 고부가가치 산업에 해당하는 기관에 재직하는 근로자들은 주당 근로시간 적용에 예외를 뒀다. 일반적으로 주당 70시간을 넘어 100시간을 근무하는 일이 자주 있는 것으로 알려진 고부가산업 일부에만 제도를 적용하고, 기타 산업은 자율적으로 운영된다.

영국의 ‘주 48시간 옵팅아웃’ 제도는 적용 대상의 범위가 넓다는 점에서 위의 두 국가와 사정이 다를 수 있으나, 17주 평균 주당 48시간 제도로 평균 근로시간 산정 방식을 변경하면서 기업들에 자율권을 줬다. 심지어 근로자가 선택(Opting out)할 수 있는 범위를 열어줘 기업 사정에 맞춰 대응할 수 있다.

미·일의 제도는 국내 기준으로 연봉 1억원이 넘는 고부가가치 산업에 근무하는 근로자에 한정된 요건인 만큼, 모든 산업과 모든 근로자에게 주 52시간 근무를 강제하는 것은 고부가가치 산업 후보군인 스타트업들에는 부적절하다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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