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무역수지 적자 폭 500억 달러, 수출 부진 탓 아니라 에너지 가격 탓

무역수지 적자 폭 확대, 올해 500억 달러 적자 가능성 높아 반도체, 철강 등에서 수출 감소 폭 커, IMF 2탄 우려도 흘러나와 적자 본질은 에너지 가격 상승 탓, 연말 에너지 관리 철저히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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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개월 간 ‘무역’, ‘적자’ 관련 키워드 클라우드 <출처=㈜파비 DB>

지난 10월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올해 무역수지 적자가 48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 대비 약 2.3배 수치다.

지난 12월 1일~10일간 통계청의 발표치를 추가하면, 474억6,400만 달러 적자를 보이고 있고, 올해 500억 달러 이상의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상태다. 1996년 한국의 무역수지 적자는 206억2,400만 달러,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에는 132억6,700만 달러였다.

 

무역수지 적자, 주 원인이 수출 난조?

일각에서는 무역수지 적자의 주 원인이 수출 난조라고 지적한다. 특히 올 가을들어 반도체, 철강, 스마트폰 등등의 주요 수출제품이 대부분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1997년 IMF구제금융 위기 직전에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인한 무역수지 적자 폭 확대가 금융위기의 주 원인이었던 것과 유사한 상황이 재현되고 있다는 언급도 나온다.

수출 난조를 주장하는 측에서 언급하는 부분이 한국과 일본의 월별 수출 증가율 추이다. 지난 11월 일본재무성 발표에 따르면, 일본은 올해 내내 안정적인 수출 증가율을 보이고 있는 반면, 산업통상자원부의 보도에 따르면 6월 이후 한국의 수출 증가율은 급격히 하락한 상태다. 9월에 2.8%로 떨어지면서 위기감을 보였고, 10월과 11월에는 각각 -5.7%, -14.0%의 성장율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대비 한국의 수출이 급감하면서 무역수지 적자의 주 원인이 수출 난조라는 지적에 힘이 실리는 것이다.

일본 수출 증가는 엔화 약세 덕분, 원화는 상대적으로 덜 약세

일본 대비 한국 수출이 약화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환율 움직임이 지적된다. 한국은 미국 금리 상승을 따라가며 환율 급상승을 방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 반면, 일본의 경우 중앙은행이 몇 차례 시장에 개입하기는 했으나, 전반적으로 엔화 약세를 방치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실제로 엔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수입 물가 상승으로 지난 1990년대 초반의 부동산 버블 붕괴 이후 30년만에 처음으로 물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상태다.

인플레이션을 조장하기 위해 아베노믹스를 비롯 다양한 시도를 해 왔으나 단기적인 성과만 있었던 일본에게 이번 엔화 약세는 오랜만에 찾아온 거시경제적인 기회라는 것이 경제학자들의 분석이다. 물가 상승이 이어지면서 장롱 속에 잠자고 있던 자금이 시장에 쏟아져나와 소비, 투자가 진작되고 있어 당분간 일본 경제는 유동성 유입을 통한 경제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반면, 일본 상품 대비 가격 경쟁력을 누리던 한국 제품들은 엔화 약세 폭이 원화 약세 폭보다 커지면서 가격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킹 달러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이 지난 6월부터이고, 이후 한국 수출 증가율이 크게 감소한 것이 국제 시장에서 한국 상품의 상대적 가격 경쟁력 악화라는 지적이다.

<출처=한국경제연구원>

더 근본적인 문제는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수입 증대 때문

정부가 수출 증진을 위해 중동의 오일머니까지 유치하기 위해 사우디 아라비아의 빈 살만 왕세자를 초청하는 등의 지원을 이어가고 있지만, 무역수지 적자의 본질은 수출 하락세보다 수입가격 상승에 더 원인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10월 내놓은 무역수지 보고서에서 2020년부터 분기별 무역수지를 계량경제학 방법론을 활용해 분해해 본 결과, 무역수지 적자의 주 원인이 수입단가에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2021년부터 수입단가로 인한 무역수지 흑자 폭이 축소되고 있다가, 올해들어 에너지 가격이 대폭 상승하면서 본격적으로 무역수지 적자 폭이 확대되었다는 것이다.

한국 제품의 수출 감소도 엔저에 대한 가격 경쟁력 약화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지만, 주 원인으로 주요 수출국가들이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동반 경기침체에 빠져든 것을 지적한다. 핵심 수출국이었던 중국이 경기침체를 맞아 수입 폭을 크게 줄이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10월과 11월에 연이어 내놓은 수출 진작 정책에서 수출선 다변화를 주요 정책 과제로 꼽기도 했다. 미국과 중국 중심에서 동남아시아, 남미, 유럽연합 등으로 수출선 다변화를 갖춰야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가 상대적으로 충격을 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개월 간 ‘무역’, ‘적자’ 관련 키워드 네트워크 <출처=㈜파비 DB>

수입물가 상승률이 원인, 에너지 적게 쓰기 캠페인이 우선

한경연의 지난 20년치 분기별 자료 기반 연구에 따르면, 수입물가 상승률(달러기준, 전기대비)이 1%p 높아지면 무역수지는 8.8억 달러 악화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올해 초 대비 원-달러 환율이 1,144원이었다가 무역수지 적자가 확대되던 7, 8월에 1,500원에 육박했던만큼, 20~30%p 인상된 수입물가가 무역수지 적자의 주 원인이었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경제학자들은 수출선 다변화와 기술 역량 강화 등의 장기적인 정책도 좋으나, 현실적으로 무역수지 적자를 개선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에너지 수입 축소라고 지적한다. 스위스 환경장관처럼 여럿이서 같이 샤워를 해라는 발언까지 하지 않더라도, 겨울철 난방 중 실내 온도 조절, 방열 등의 정책을 통해 에너지 사용량을 예상치보다 5% 이상만 줄일 수 있어도 무역수지 적자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국내 인터넷 상의 뉴스 보도, SNS, 커뮤니티 등에서 확인된 빅데이터 여론에서도 ‘무역’, ‘적자’ 등의 관련 키워드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이 주로 언급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상 초록색 키워드 그룹)

12월들어 서울시는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시작했다. 연례 행사처럼 진행되던 절약 캠페인을 올해는 좀 더 강화해야 무역수지 적자 폭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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