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생존경쟁] 최민식·한석규·송혜교 모두 OTT로…쏟아지는 대작, 즐겁거나 지치거나

디즈니+ ‘카지노’, 넷플릭스 ‘더 글로리’ 쏟아지는 신작에 이용자들은 피로감 호소 ‘소비’보다는 ‘감상’할 수 있는 작품 선보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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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디즈니+

OTT 위기론과 함께 생존 경쟁을 위한 콘텐츠 물량 공세가 뜨겁다. 쏟아지는 콘텐츠에 이용자들은 과연 만족스럽기만 할까?

올해 남은 OTT 공개 예정작의 면면이 화려하다. 최민식, 한석규 등 주로 스크린에서만 만날 수 있었던 배우들이 OTT를 통해 팬들을 만날 예정이며, 송혜교와 김은숙 작가의 만남 등 ‘믿고 보는 조합’까지 예고되었기 때문이다. 최민식은 디즈니+ <카지노>, 한석규는 왓챠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송혜교와 김 작가는 넷플릭스 <더 글로리>를 선보인다. 천만 관객을 동원한 배우도, 흥행이 보장된 스타 작가도 더 이상 극장의 대형 스크린이나 TV 드라마 황금 시간대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창작자들이 콘텐츠를 선보이는 무대는 그 경계가 갈수록 허물어지고 있다. 극장에서 상영 중인 영화가 내리기도 전에 OTT 플랫폼에 공개되는가 하면, 반대로 OTT 오리지널 콘텐츠가 극장 또는 TV로 역진출하는 사례도 종종 눈에 띈다. 웨이브는 오리지널 영화 <젠틀맨>을 다음 달 28일 극장 개봉한다. 앞서 왓챠 오리지널 <시맨틱에러>는 시리즈의 인기에 힘입어 극장판을 만들어 개봉했고, 티빙 오리지널 예능 <서울 체크인>, <청춘MT> 등은 tvN을 통해 TV에 방영되고 있다. OTT가 ‘TV다시보기’ 기능을 넘어 콘텐츠 주도권을 잡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팬데믹 수혜 산업으로 손꼽히는 OTT는 이제 위상이 달라졌다. 하지만 그만큼 OTT 간의 경쟁 역시 심화했다. 인기 배우와 창작자를 모시기 위한 막대한 투자와 더불어 공개 방식이나 날짜에도 신중을 거듭하고 있는 것. 디즈니+는 최민식 주연의 <카지노>를 당초 이달 23일 공개 예정이었지만 12월 21일로 한 달 가까이 연기했다. 또 다음 달 7일 공개되는 정해인 주연 미이케 타가시 감독의 <커넥트>는 6개 에피소드를 모두 동시 공개한다. 그동안 오리지널 시리즈를 주 1~2회 공개하며 경쟁사 넷플릭스와는 정반대의 전략을 구사하던 디즈니가 고집을 꺾은 것이다. 기업의 전략 변경은 불붙은 플랫폼 간 경쟁 정도를 체감하게 한다.

공급 과잉으로 이어진 OTT 경쟁

OTT 간의 뜨거워진 경쟁은 콘텐츠 공급 과잉으로도 이어졌다. 매주 쏟아지는 신작에 이용자들은 이제 피로감을 호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통상 OTT 오리지널 콘텐츠의 생명은 영화나 TV보다 짧다. TV 방영 후 OTT에 공개된 드라마 <천원짜리 변호사>, <슈룹>이 OTT 통합 랭킹에서 각각 4주, 6주 연속 최상단을 지켰던 것에 반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20세기 소녀>와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몸값>은 불과 2주 만에 다른 작품들에 자리를 내줬다.

이용자들마다 선호하는 콘텐츠가 다르듯, 콘텐츠를 즐기는 방법도 각양각색이다. 몰아보기를 선호하는 이용자도 있고, 매주 조금씩 이야기를 이어 나가는 정통 드라마 방식을 선호하는 경우도 많다. 몰아보기 형태의 콘텐츠 감상은 OTT와 함께 활성화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적지 않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단점도 있다. 최소 6시간에서 많게는 16시간을 투자할 수 없다면, 보고 싶었던 작품은 방치되기 십상이다. 반면 나눠보기는 작품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는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최근 시작된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은 주 3회 편성이라는 파격적인 시도를 하기도 했다. 드라마 나눠보기에서 잘게 쪼개지는 이야기에 흥미를 잃은 시청자는 작품을 끝까지 보는 경우가 드물다.

이 때문에 콘텐츠 업계는 ‘요약본’에 주목하고 있다. 주로 유튜브를 통해 공유되는 이들 요약본은 작품의 깊은 서사까진 이해할 수 없지만, 전반적인 내용을 이해하고 그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데 전혀 무리가 없을 정도의 정보를 전달한다. 최근 가장 화제작으로 손꼽히는 웨이브 <약한영웅 Class 1>의 경우, 8부작 전체를 압축한 32분 분량의 요약본 영상이 유튜브에 공개됐고, 닷새 만에 136만 뷰를 돌파했다. 8부작 완주까지는 대략 7~8시간이 필요하다. 배속으로 보는 것에도 한계가 있기에 짧은 시간에 전체 이야기를 파악할 수 있는 요약본을 찾는 모양새다. 콘텐츠가 쏟아질수록 요약본을 찾는 사람은 많아지고, OTT는 유명무실화된다. 즉, 콘텐츠의 ‘인스턴트화’는 곧 OTT 플랫폼의 존재 가치를 위협해 위기를 불러올 것이란 의미다.

물량 공세보다 중요한 건 ‘내실’

톱스타와 스타 작가의 투입은 작품 공개 직후의 단기간 이슈몰이에는 분명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이용자마다 각양각색 시청 방법과 선호하는 콘텐츠가 다른 데다, 플랫폼의 경계까지 모호해지고 있어 OTT의 변수는 예측할 수가 없다.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의 신화는 톱스타 이정재의 출연만으로 가능했던 일이 아니다. 넷플릭스가 국내에 소개되며 큰 주목을 받은 것은 코로나19라는 외부의 환경도 있었지만, 기존 영화나 TV 드라마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신선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는 것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최근 OTT 오리지널을 보면 비슷한 소재와 뻔한 이야기가 쌓여간다. <솔로지옥>, <환승연애> 등 연애 예능이 인기를 끌자 각 OTT들은 서둘러 후속 시즌을 기획했고, 다른 OTT에서도 비슷한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쏟아졌다. 최근 해외 수출을 시작한 iHQ <에덴>은 노출과 스킵십, 쿠팡플레이 <체인리액션>은 체인으로 남녀를 묶어두고 관찰한다는 설정, 웨이브는 <잠만 자는 사이>에서 첫 데이트에서 함께 잠을 자는 설정 등 자극적인 아이템을 첨가해 차별화를 노렸다. 또 웹툰 원작 드라마는 셀 수도 없이 많다. 창작자 부족을 이유로 적극적인 신인 작가 등용에선 <슈룹> 같은 역사 고증 논란이 불거지기도 한다. 최근에는 <3인칭 복수>, <약한영웅 Class 1> 등 질풍노도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액션으로 풀어낸 학원 액션물이 유행이다. 적극적인 시도일지는 모르나, 물량 공세를 쏟아붓는 경쟁에서 작품 하나하나의 퀄리티는 뒷전이다.

<오징어게임>의 16억이 넘는 누적 시청 시간과, 좋은 영화를 ‘N차 관람’했다며 티켓을 인증하는 문화에서 볼 수 있듯, 시간과 돈 모두에서 ‘가성비’를 외치는 시대에도 시청자들은 좋은 작품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이제는 콘텐츠를 ‘소비’한다는 말이 익숙해진 오늘날이지만, 소비가 아닌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요약본으로 대체할 수 없는 작품을 구비한 OTT에는 구독료와 시간이 아깝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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