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한국 유니콘 기업 육성할 것이라는 정부의 엇박자 행보

尹, 첨단 과학기술과 디지털 기반의 혁신에 “미래 생존 달려 있다” 인재육성, 규제 샌드박스 확대, 기업 해외 진출 지원 강화할 것 정작 예산 줄인 모태펀드 규모, 벤처에 투자 줄이고 성공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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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디지털 기술혁신 기업인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일 ‘CES 2023’ 혁신상 수상 벤처·스타트업을 초청한 자리에서 “첨단 과학기술과 디지털 기반의 혁신에 국가 경쟁력은 물론이거니와 우리의 미래 생존이 걸려있다”며 과학기술, 디지털 분야 혁신 스타트업들 중에서 세계적인 유니콘 기업들이 대거 탄생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최고의 혁신 허브 대한민국 위해” 첨단기업에 적극 지원할 것

이날 간담회는 지난 1월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에 참가해 혁신상(Innovation Awards)을 받은 과학기술·디지털 기반 벤처·스타트업들을 격려하고, 디지털 기술혁신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마련되었다.

윤 대통령은 CES 자체가 그야말로 새로운 글로벌 스탠더드가 만들어지는 첨단기술혁신의 최전선인데 그곳에서 우리 기업이 혁신상을 대거 수상한 것에 대해 축하 인사를 건넸다. 또 전 세계를 순방하면서 각 지역의 첨단기술 관련 대학들을 방문한 바 있다며 디지털 선도 대학인 뉴욕대학, 인공지능을 선도하는 토론토대학, 양자기술과 퀀텀 사이언스를 주도하는 취리히 연방공과대학에 대해 소개했다.

특별히 “정부는 지난 9월에 디지털 전략을 발표하고, 경제사회 전반에 디지털 혁신을 촉진하고 있다”면서 스타트업 코리아를 추진하고 우리 청년세대의 도전과 혁신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에서 과학기술, 디지털 분야 혁신 스타트업이 세계적인 유니콘 기업으로 대거 탄생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 앞서 CES 혁신상 중 최고혁신상을 받은 기업의 제품이 시연된 부스를 둘러봤다. 부스에는 시각 장애인을 위한 세계 최초의 촉각 그래픽 장치, 전자식 자가 세정 지능형 보안카메라, 블록체인 기반 온라인 투표 플랫폼, 첨단 신소재 그래핀을 활용한 가상 벽난로, 메타버스를 활용한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 등이 전시되어 있다.

간담회에 배석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디지털 기술혁신을 이끄는 연구개발에 2027년까지 15조원을 투자할 것이라며 “혁신 기술의 시장 진출을 돕는 규제 샌드박스를 확대하고 기업 해외 진출 지원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윤 대통령은 지난달 14∼21일 아랍에미리트(UAE)·스위스 순방 이후 과학기술을 국정의 중심에 놓는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같은 달 24일에는 젊은 과학기술 지도자들과의 오찬 간담회를 진행했으며, 전날엔 경상북도 구미를 찾아 첫 인재양성전략회의를 열고 과학기술 인재를 집중 육성하기 위한 전략을 공개하기도 했다. 정부에서 첨단기술 기업을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모태펀드 삭감한 중기부 vs 첨단기업 육성한다는 대통령, 진짜 방향성은 어디?

이처럼 최근 정부에서는 첨단 과학기술을 보유하고, 또 상업화하는 중소 벤처·스타트업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연일 강조한다. 하지만 중소기업벤처부는 윤 대통령이 지향하는 바와 다소 모순되는 방향의 정책을 내놓아 업계 관계자들은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중소기업벤처부는 내년 모태펀드 예산을 3,135억원 규모로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5,200억원이었던 지난해 예산보다 약 39.7%나 감소한 수준이며, 2021년과 비교했을 때는 70% 이상 급감한 금액이다.

펀드에 투자하는 펀드를 의미하는 모태펀드는 개별 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대신 하나의 펀드를 조성한 뒤 이를 개별투자펀드에 출자하는 방식을 갖고 있어 재간접펀드라고도 불린다. 투자자들은 모태펀드를 통해 투자위험을 줄이고 수익을 확보할 수 있어 민간의 벤처 투자 활성화를 위한 재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정부가 중소기업 및 벤처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벤처캐피털(VC)에 출자하는 방식으로 그 기능이 축소되어 있다. 현재는 정부가 투자재원을 공급하고 투자 결정은 한국벤처투자가 민간 펀드에 출자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즉 정부에서 모태펀드 예산 규모를 설정해 VC 등에 출자하면 VC는 이를 종잣돈 삼아 벤처펀드를 만들어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스타트업은 투자금으로 성장하는 구조이다.

벤처 업계는 삭감된 모태펀드 규모에 대해 “벤처 투자가 더더욱 황폐해질 것”, “모든 스타트업들 죽으라는 것” 등 비판의 목소리를 거세게 내고 있다. 이에 대해 중기부는 모태펀드 자체가 기존에 조성된 펀드의 여유분을 활용할 수 있어 예산이 삭감된다고 하더라도 큰 무리 없이 기업들을 지원할 수 있고, 지난 문재인 정권 때와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없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하지만 업계는 최근 벤처투자시장이 위축되고 있다며 5년 전과 비교하는 것이 어불성설이라고 외려 반발한 바 있다.

지난 2분기 국내 벤처 투자액은 1조8,259억원으로 1년 전보다 4.2% 줄었다. 분기 기준으로 볼 때 2020년 2분기 이후 첫 감소세였다. 국내 한 대형 VC 대표는 “경기 하강 국면에 정부 재정이 더 큰 역할을 해줘야 스타트업 생태계가 발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초기 투자를 받고 성장했던 3~4년 차 스타트업들이 현재 정부와 민간의 지원이 끊기고 나서 자금난을 겪고 있다. 해당 기업의 기술이나 능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경기 상황과 투자 시장 자체가 경색되어 있어 유망 기업들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윤 대통령이 ‘첨단기술을 소유한 세계적인 한국 유니콘 기업을 탄생시키겠다’고 강조한 정부의 방향성과 중기부에서 집행하는 세부 정책에는 큰 괴리가 있다는 것이다.

벤처 사업 분야의 특성상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 주도의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것이 건강한 시장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경기침체로 벤처 투자가 급격하게 얼어붙고 있는 지금처럼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경우, 정부의 지원은 절실하다.

지금과 같은 정부의 엇박자 행보로는 미래를 위한 투자로 첨단기술 발전을 도모하고 이를 상업화한 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수사에 불과하며 시장의 불안감을 잠재울 수 없다.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 분위기와 그로 인해 장기간 경기침체가 전망되는 상황에서 적절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유망 기업들이 쓰러지지 않도록 정부가 더 적극적이고 안정적인 기조로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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