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업이 유니콘이라고요? 현실은 한참 못 미치는데요” 중기부 유니콘 기업 발표 두고 설왕설래

중기부 유니콘 발표 22개 업체 ‘여기어때’, ‘오아시스’ 등 7곳 신규로 사실상 폐업한 옐로모바일, 기업가치 쪼그라든 오아시스 등도 언급 과거 실적으로 집계 “현재 가치로 기준 바꿔 정확한 정보 제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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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 중기부 장관이 지난해 9월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신규 유니콘기업인 아이지에이웍스를 방문해 마국성 대표에게 현판을 전달하고 있다./사진=중기부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가 지난 9일 발표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기업) 자료를 두고 벤처 업계에서 비판이 일고 있다. 중기부는 매년 유니콘 기업을 조사해 발표하고 있는데 해당 리스트에 사실상 문을 닫은 기업의 이름이 올려 있거나 최근 투자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1조원 아래로 기업 가치가 떨어진 기업들도 홍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기부가 발표한 국내 유니콘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유니콘 수는 총 22개다. 중기부는 “전년에 비해 4개 업체가 늘어나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년도에 이름을 올렸던 에이프로젠과 티몬은 인수합병(M&A)이 됐고 쏘카는 IPO(기업공개)로 유니콘 기업을 ‘졸업’했다. 이번 발표에는 7개 기업이 새로 추가됐다.

신규 등재된 기업으로는 △클라우드 컴퓨팅 업체 메가존클라우드 △숙박 예약 및 여행 플랫폼 여기어때 △신선식품 배송 및 유통 업체 오아시스 △모바일 게임 제작 업체 시프트업 △모바일 광고 서비스 업체 아이지에이웍스 △농·축·수산물 데이터 플랫폼 트릿지 △소상공인 재무관리 서비스 한국신용데이터가 있다. 특히 메가존클라우드는 국내 첫 클라우드 분야 유니콘이라는 게 중기부 설명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경제위기로 글로벌 유니콘 탄생이 지난 2021년 539개 사에서 2022년 258개 사로 줄어든 것과 달리 국내에선 7개 사가 새롭게 유니콘에 진입했다”며 “유니콘 졸업기업 역시 3개 사로 연간 최다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옐로모바일, 티몬, 오아시스, 쏘카 “유니콘은 옛날이야기, 지금은 아냐”

벤처 업계에선 중기부의 유니콘 발표에 대해 “현실적이지 않다”는 차가운 시선이 나온다. 대표적인 예가 유니콘 기업에 포함된 옐로모바일이다. 사실상 문을 닫은 기업을 과거 이력에 기대어 유니콘이라 소개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옐로모바일은 2015년 투자유치에서 4조7,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유니콘이 됐다. 하지만 재무구조 악화로 존폐 기로에 서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감사 자료도 제출하지 않아 2017년부터 5년간 회계감사에서 의견 거절을 통보받기도 했다. 비상장주식을 거래하는 서비스 ‘서울거래 비상장’에 따르면 옐로모바일의 현재 기업가치는 501억원으로 쪼그라들었고 투자유의 종목으로 거래 중단까지 당한 상태다.

국내 1세대 이커머스 업체인 티몬도 사정은 비슷하다. 2010년 설립돼 6년 만에 유니콘이 됐지만 쿠팡, 위메프, 11번가 등 경쟁사들과 경쟁에서 밀리며 영향력을 뺏겼다. 티몬이 지난해 9월 큐텐에 매각될 때의 기업가치는 2,000억원대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마저도 현금이 아닌 지분 교환 방식으로 이뤄져 ‘헐값 매각’ 논란이 일기도 했다.

사진=서울거래 비상장

사정은 명단 내 다른 기업도 마찬가지다. 올해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오아시스는 지난해 6월 이랜드리테일로부터 330억원 투자를 유치하며 1조1,000억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금리 인상으로 인한 경기 악화와 투자 시장 위축으로 현재 기업가치는 큰 폭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오아시스는 최근 진행한 기관 수요 예측에서도 흥행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서울거래 비상장에서 파악되는 기업가치는 7,000억원대 수준이다. 지난해 상장에 성공한 쏘카 역시 지난 9일 종가 기준 시총은 약 7,000억원에 불과하다.

벤처업계선 “정부가 나서서 과대 평가된 기업을 홍보해 주는 꼴” 비판

현실과 다른 유니콘 명단이 나온 까닭은 집계 방식에 있다. 중기부에 따르면 국내 유니콘 명단을 만들 때 글로벌 벤처투자 조사기관 CB인사이트에 이름을 올린 국내 유니콘을 파악한 뒤 추가 확인을 거친다. 중기부 관계자는 “언론에 언급된 기업 가치 사실과 모태펀드 운용사인 한국벤처투자(KVIC)에서 집계한 투자 이력을 다방면으로 판단했다”며 “특히 마지막 투자 유치 때 인정받은 기업가치를 기준으로 했다”고 말했다. 이런 방식에 기대어 과거 ‘1조 클럽’을 달성한 옐로모바일과 티몬도 지금껏 유니콘으로 언급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벤처 투자 업계에선 당장의 현실을 살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벤처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나서서 과대평가된 기업을 홍보해 주는 꼴”이라며 “이제라도 현실을 고려한 합리적인 집계 방식을 도입해 시장에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상장한 유니콘 기업들의 주가가 부진했던 사실도 벤처 업계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조성훈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2020년 발간한 ‘유니콘 기업가치 평가에 대한 논의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일부 유니콘의 상장 후 매우 저조한 주가 성과는 사적 시장에서의 스타트업 기업가치의 과대평가 가능성과 타당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팬데믹 기간 상장기업들이 줄줄이 파산이나 매각,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시장에 풀린 풍부한 유동성을 등에 업고 상장에 성공했지만,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아 결국 주가가 급락하거나 투자금을 모두 소진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2021년 미국 전기차 업체 리비안은 상장 시 공모가를 78달러로 책정해 상장 첫날 주가가 30% 급등했으나 지난해부터 주가는 반토막이 났다. 의류 구독 모델 렌트더런웨이도 기업공개 1년 만에 주가가 공모가의 90% 아래로 추락했으며 핀테크 기업 로빈후드, 대체 식품 업체 오틀리, 음식 배달 업체 도어대시도 마찬가지다.

카카오뱅크 10일 오후 2시 현재 주가 시세/사진=네이버 주식

국내 시장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2021년 IPO를 통해 4조원 넘는 돈을 조달한 크래프톤은 최근 주가가 공모가(49만8,000원)의 절반 아래로 떨어졌따. 같은 해 IPO로 조 단위 금액을 조달한 카카오뱅크 역시 주가가 공모가를 한참 밑돌고 있다. 한 벤처캐피탈(VC) 관계자는 “기준 금리가 더 이상 오르지 않을 것이란 신호가 나오고 주식시장이 회복세를 보여야 유니콘 기업들의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며 “과거 그만큼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사실은 경기 둔화가 가시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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