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아 그 투자를 받지 마오’ 쫓겨나는 유정범 전 의장, 회사는 hy의 손에

hy 인물들로 싹 바뀌는 메쉬코리아 이사진 1조원 유니콘으로 꼽히던 회사가 800억에 매각 절차 횡령·사기 혐의로 고소당한 유정범 전 의장, 모함일까 사실일까

pabii research
사진= 유정범 전 의장 제공

‘물류테크 유니콘’을 노리던 메쉬코리아의 유정범 전 의장이 꿈을 눈앞에 두고 무너지는 모습이다. 2019년까지만 해도 업계 1~2위를 다투던 바로고와 메쉬코리아는 희비가 완전히 엇갈렸다. 바로고는 이륜 배송 업계 1위를 굳힌 후 차근차근 사업을 확장해가고 있는 반면 메쉬코리아는 무리한 사업 확대로 자금난에 빠지며 사실상 매각이 확정됐다. 

자금난에 빠진 메쉬코리아는 지난해 2월에 OK저축은행에서 경영진의 회사 지분을 담보로 주식담보대출을 받았다. 지난해 하반기 전에 신규 투자를 유치해 대출을 상환할 계획이었으나 추가 투자 유치에 실패하면서 경영진의 회사 지분이 채권단의 결정 아래에 놓이게 됐고, 결국 매각 절차를 밟으며 경영권 분쟁 속에 빠진 상태다.

메쉬코리아 사태는 한국 스타트업 업계의 경종을 울리며 급격한 성장에 따른 그늘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사태의 결과가 업계 전반의 투자 심리와 경영 관행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그 결과를 예의주시하는 관계자들이 많다.

회사의 새 주인, 한국야쿠르트(hy)

메쉬코리아는 지난해 1000억원 규모 시리즈E 투자를 유치하며 총 누적 투자금 1,500억원을 기록했다. 부릉을 IT 기반 종합 유통물류 브랜드라고 정의하며 이륜차 배달대행 사업을 시작으로 새벽배송, 풀필먼트 등 다양한 물류사업으로 야심차게 진출했지만, 풀필먼트와 새벽 배송 모두 자본이 상당히 요구되는 사업이라는 점을 간과했다. 현금이 모자라던 경영진은 제2금융권을 이용한 주식담보대출을 실행했다. 보유 지분 21%를 담보로 360억원을 대출받았는데 이때, 메쉬코리아 법인 명의로 대출을 진행했다. 메쉬코리아 법인이 대출하고, 경영진이 보증을 선 형태였다. 메쉬코리아 측은 상환일 이전에 신규 투자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대출 만기가 다 되도록 투자 유치에 실패하며 결국 기한 내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했다.

메쉬코리아 이사회는 hy에 회사를 매각하는 800억원 규모의 신주 인수 계약과 유상증자를 승인했다. 이번 조치는 경영 정상화를 위한 운영자금을 긴급히 마련하기 위한 조치다. 메쉬코리아 관계자에 따르면 유정범 전 대표가 이끄는 국보 컨소시엄이 제안한 유상증자는 부결됐다. 이미 600억원 규모의 긴급 자금을 차입해 기업개선작업(DIP, Debtor In Possession)을 진행하며 주요 채무를 상환한 상황에서 기업 인수자를 바꾸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메쉬코리아는 오는 23일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해 hy에 대한 회사 매각 및 기타 중요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이번 주총에서 hy 유상증자를 위해 발행할 주식 총수를 늘리기 위해 정관 변경을 진행하고 유정범 사내이사의 해임과 채윤서 hy투자운용 이사를 사내이사로, 이창구 hy투자운용 본부장을 감사로 선임하는 안건도 의결할 예정이다. 이사회를 hy 사람들로 교체하는 것이다.

유정범 전 의장의 마지막 몸부림

한때 기업가치 1조원의 유니콘 기업으로 꼽혔던 메쉬코리아는 현재 hy에 800억원에 인수되는 절차를 밟고 있다. 한때 유니콘 유망주로 불렸던 메쉬코리아가 왜 이 지경이 됐을까. 지난달 열린 긴급 이사회에서 대표이사직에서 해임된 유 전 의장은 다른 잠재적 인수자를 고려하지 않고 불합리한 가격에 회사를 매각했다며 이번 결정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에 유 전 의장과 메쉬코리아 지점장들은 유 전 의장의 복직과 인수 철회를 요구하며 서울 hy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hy의 적대적 인수합병이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를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를 재고할 것을 촉구했다. 메쉬코리아 측은 “회사를 헐값으로 만든 장본인이 ‘헐값 매각’을 운운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자기 자리를 보존하고자 채권자와 주주사, 법원 모두가 인정한 hy 인수 결정을 폄훼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메쉬코리아 측은 “비상 연락망으로 확인한 결과 유 전 대표의 시위에 참여한 지점장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유 전 대표 본인이 이사회효력정지·주총개최금지 가처분 신청을 취하해 놓고서 지점장과 라이더를 팔아 분란을 조장하는 것은 대표이사를 역임한 사람의 책임 있는 모습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사태의 결과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메쉬코리아에 조만간 큰 변화가 있을 것임은 분명하다. 

임시주주총회, 운명의 날 23일

회사 경영진은 hy가 메쉬코리아의 지분 67%를 인수하는 8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승인했다. 하지만 3%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유정범 전 대표는 주주 자격으로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해 현 경영진의 해임을 논의할 것을 요구했다. 메쉬코리아 측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사회 결의가 끝났고 대출 상환, 대표이사 변경 등기까지 완료된 상태”라고 답했다. 

한편 메쉬코리아의 현 경영진은 유정범 대표를 횡령, 사기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한 상태다. 유 대표가 회사와 채권-채무 관계 없이 20억원을 제3자에게 송금하고 이사회 승인 없이 회사의 특허 및 출원권을 본인 명의로 이전했다는 것이 소송의 골자다. 또한 법원의 허가 없이 자기앞수표 38억원을 무단으로 인출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유정범 사내이사 측은 “충분히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모함하고 혐의를 씌우는 것에 대해 더 이상 방관하지 않고 소명하고 법적 대응을 하겠다”며 “배임, 횡령 등을 한 사실이 없고 모두 정상적인 업무로, 해사 행위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메쉬코리아의 상황은 아직 현재 진행 중이며 오는 23일 열리는 임시 주총은 향후 회사의 방향과 경영을 결정하는 중요한 갈림길이다.

유 대표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사회가 hy의 유상증자를 승인하고 이미 대다수 주주가 동의한 만큼 메쉬코리아의 경영권을 되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호 지분을 모아야 승리할 수 있지만, 우호 지분이 없는 상황이다. 23일까지 우호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면, 혹시라도 투자자들의 마음을 돌릴 만한 돈을 구해 온다면 사태는 달라질 수 있다. 故 스티브 잡스가 실적 부진 등을 이유로 애플에서 쫓겨난 이후 12년 만에 복귀한 것처럼 유 대표도 화려한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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