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우주항공청 설치 반대 “연구역량도 없는데 우주강국은 무리”

올해 안에 우주항공청 설치해 본격적인 우주산업 개발 나설 것 민주당, “항공청 사천 설치 반대, 연구역량도 없는데 한국판 나사는 허황된 꿈” 톱다운 방식의 우주산업 발전 불가할 것, 연구 인력 충원이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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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에서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우주항공청 신설에 반대하며 보완 입법에 나서겠다는 의향을 밝혔다. 정치권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은 조만간 우주개발 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개정안은 대통령 소속인 국가 우주위원회 산하에 사무국으로 전략본부를 신설해 범부처 총괄 조정 기능을 맡기는 내용이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주항공청 특별법 예고에 커지는 반대 목소리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2일 우주항공청 특별법을 입법 예고했다. 해당 법에는 우주항공청을 과기부의 외청으로 설치하고 국가 우주위원회 위원장을 국무총리에서 대통령으로 격상시켜 위상과 기능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우주항공 정책 거버넌스를 구축하기 위해 과기정통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의 부처가 개별적으로 수행하던 우주항공 관련 기술 개발, 산업 육성 지원, 인재 양성, 우주 위험 대비 등의 기능을 우주항공청에 이관한다. 이에 우주항공청은 전문성을 가진 자율적인 기관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이외에도 기존 과기정통부 장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소관하던 우주항공 관련 법률인 우주개발 진흥법, 항공우주산업 촉진법, 천문법 등을 우주항공청장이 담당하도록 하고, 우주항공청장을 실무위원회 위원장으로 추대해 우주항공청이 우주 경제 시대를 여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탄력적인 조직 운영을 위해 ‘과’ 단위의 프로젝트성 조직을 훈령에 따라 신속하고 유연하게 구성·해체하고, 연구개발 목표나 방법을 변경해야 하는 경우 기획재정부 장관과 사전에 협의한 바에 따라 예산의 자체 전용해 쓸 수 있도록 재정 자율성도 부여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특별법의 내용이 우주항공산업 발전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실속이 전혀 없다며 반대의 뜻을 밝히고 있다. 국회에서 법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거대 야당인 민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지만 현재로서는 어려워 보인다.

지난해 12월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 역시 성명을 내고 과기정통부 산하에 우주항공청이 설립될 경우 다른 부처의 목소리가 약해질 것이라는 우려를 표했다. 우주산업 육성과 우주력 건설을 위해서는 산업통상자원부와 국방부가 우주 전담 부서의 건설에 함께 참여해야 하며, 각 부서의 자원과 인력을 통합해 범부처적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 우주개발에 다소 회의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도 악재이다. 지난해 말 우주 사업에 새롭게 648억원을 투자한 제약기업 보령의 주가가 투자 이후 시장의 외면을 받으며 주가 하락 추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보령이 오랫동안 공을 들여 우주 사업에 대대적인 홍보를 해왔던 것으로 볼 때 기본적으로 우주 사업의 수익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와 인식이 좋지 않다”는 분석을 내놨다. 일전에 정부에서 모태펀드를 출시하며 5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국내 우주산업 관련 기업들에 투자하겠다고 밝혔음에도 말이다.

활주로 짧아 불편한 사천에 항공청 설치, 연구인력 부족한 한국판 NASA 설립

민주당은 우주항공청을 경남 사천에 짓는다는 부분을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우주항공청 후보지로 경남 사천을 언급해왔지만, 우주 관련 출연연구기관과 종사자들은 관련 부처· 연구기관과의 정책 협력이나 정주 여건을 고려해 우주항공청을 대전이나 세종에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방위 소속의 한 민주당 의원은 “윤 대통령이 사천에 KAI(한국항공우주)가 있어 우주항공청을 설치하겠다고 하는데 KAI는 생산시설이지 연구시설은 아니”라고 밝혔다. 즉 항공이나 국방 등 우주산업과 연관된 부처끼리의 협업을 원한다면 사천이 아닌 다른 곳에 우주항공청을 설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사천공항 활주로는 2.7㎞로 인천공항(3.75㎞), 일본, 중국, 홍콩 등 인접 국가 국제공항 활주로(3.8㎞)보다 확연히 짧다. 이에 사천공항은 대다수 중‧대형 민항기 이‧착륙이 불가능해 사업물량 확보가 극히 제한되는 등의 어려움을 겪어 생산 정비 공장으로만 운영되고 있다. 사천시민참여연대는 기자회견을 통해 KAI 항공 MRO 사업 물량 확보에 따른 사업 활성화와 항공 부품 기업 유치 등 지역 경제 향상을 위해 사천공항 활주로를 국제 기준인 3.8㎞로 확장할 것을 정부에 강력히 촉구하기도 했다. 정부에서 1㎞ 정도만 확장하면 대부분의 문제가 해결될뿐더러 사천은 지형적으로도 야산과 바다(사천만)로만 이루어져 있고 이‧착륙 항로에 지장을 주는 높은 산도 없어 활주로 확장에 아주 용이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사천공항 문제는 감감무소식이다.

전문가들 역시 사천에 우주항공청을 개설하는 것보다는 관련 부처나 연구기관들이 모여 있는 세종시에 우주항공청이 와야 업무적으로도 협조가 원활하고 연구도 효율적으로 진척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생산공장 옆에 연구시설이 자리한다고 해도 아무런 이득이 없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조 의원은 윤 대통령이 한국판 NASA(미 항공우주국)를 만들겠다고 했던 발언에 대해 “대한민국에는 그런 조직이 아직 필요하지도 않고 제대로 운영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며 “이렇게 큰 조직보다는 실제로 연구개발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조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아가 부처가 담당하는 업무는 미국의 나사와 유사하지만, 형식은 과기부의 외청 수준에 머무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우주항공청 대신 장관급 직속 기관으로 우주 전략본부를 신설하는 안이 더 적합하다는 ‘우주개발 진흥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아무리 국가 우주 위원장을 격상시킨다고 하더라도 우주항공청이 과기정통부의 외청으로 남으면 한계가 명확해지기 때문이다.

한국의 역량 부족 문제 심각, 산업 발전 위해 제반 마련 선행되어야

정부는 우주항공청으로 국내외 최고 전문가가 활발히 유입될 수 있도록 다양한 혜택을 특례로 담았으며, 인재 채용 측면에서 기존 임기제나 보수 수준보다 유연하게 운영하겠다고 밝혀온 바 있다. 또 우수한 민간 전문가의 유입 및 추후 민간으로의 복귀를 위해 근무 형태, 퇴직 후 취업 측면에도 유연성을 부여할 예정이다. 필요시 외부 기관으로의 파견 및 겸직도 허용할 생각이다. 또 올해 6월 누리호 3차 발사를 진행하고 연말까지 특별법을 제정해 우주항공청을 개청 등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장기적으로는 2032년까지 국내 순수기술을 통한 차세대 발사체 개발을 이뤄내고 다음 해인 2033년까지 달 착륙선을 개발할 계획이다. 나아가 광복 100주년을 맞는 2045년에는 그간 축적해온 고유한 우주 기술과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우주 강국으로 도약하며 ▲우주 탐사 영역 확장 ▲우주개발 투자 확대 ▲민간 우주산업 창출 등의 성과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발표했다.

정부가 글로벌 우주 경제 강국으로의 방향성을 정하고 적극적으로 관련된 일을 추진하는 것은 긍정적이다. 실제로 누리호의 발사 성공과 다누리 발사 사례를 통해 우주 강국으로 나아가는 일이 허무맹랑하지만은 않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럼에도 업계의 시선은 회의적이다. 한국의 역량 부족 때문이다. 한 국내 우주 항공 산업 관계자는 “과거 2010년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비롯한 우주산업 관련 연구기관들은 2020년까지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든 달 착륙선을 완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실제 기술 발전은 매우 더디게 진행됐다”며 “이러한 전례로 볼 때 정부의 확고한 의지가 없으면 이번에도 유명무실한 프로젝트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하며 우려를 내비쳤다.

현재 국내 우주산업 규모는 세계 우주산업의 1%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미약하다. 과기정통부는 국내 우주산업 기술에 대해 정부 주도로 연구개발(R&D)이 이뤄지고 산업 기반이 조성되는 태동기를 거쳐 민간 기업 참여가 시작되는 정착기 단계를 밟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이와 달리 국내 우주산업의 규모와 생태계는 여전히 중앙집중적인 ‘올드스페이스’ 상태에 머물러 있다. 우주산업에 속한 359개 기업 중 중견기업은 13개(3.8%)에 불과하고, 중소기업이 압도적인 비중을 갖는다. 우주산업의 선두 주자인 미국이 NASA에서 충분히 연구를 마친 뒤 그 기술력을 민간으로 이양한 형태를 보이는 것과 달리 국내에선 이제야 겨우 정부 주도의 우주항공청 설립이 논의되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 현재 국회는 우주항공청 설립을 정치적 밥그릇 싸움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연구계에서 과학계 숙원인 우주항공청 신설이 정치적 논란에 휩싸여 지연되거나 좌초될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대학에서 우주물리학을 연구하는 인력도 거의 없고, 관련 학과도 미미한 와중에 무조건 연구인력을 투입해 인공위성을 만들고 발사체를 만들어 성과를 보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산업 발전의 역사 가운데 톱다운 방식으로 성공한 사례도 있었지만 첨단 기술의 결정체인 우주산업에서만큼은 출중한 연구인력이 뒷받침되어야 막대한 투자금을 회수하고 눈부신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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