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았으면 책임져라’ EU 제조물책임법 개정안, 국외 제조업체도 예외 없어

제조물책임법, 디지털·AI시대에 발맞춰 업데이트 제조업체가 EU 역외에 있다면 EU 내부 관계사에 책임 묻는다 한국도 국제 표준 따라 법 정비하고 소비자 보호 강화해야

Policy Korea

2022년 9월 28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제조물책임지침 개정안을 채택함으로써 제조물책임지침의 현대화를 위한 중요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 개정안은 결함 및 손해배상 대상 제품의 범위를 확대하고 소비자가 제품 결함을 쉽게 입증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등 디지털 및 순환 경제 제품에서 발생하는 문제와 위험을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상품 판매자가 제조물을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상식적인 윤리를 법적으로 장착시키겠다는 취지다. 이에 한국 기업들의 수출에 있어 A/S 이슈가 더 부각될 전망이다. 유럽을 주 무대로 하는 일부 기업들은 현지에 사무실을 개설해야 할지도 모른다.

지침 개정안은 동 제조물책임의 대상을 ‘제조업체’ 뿐만 아니라 ‘대리인, 수입업자, 유통업자, 풀필먼트 서비스업자’까지 그 대상을 확대하고 있으며 이들을 ‘경제 운영자(economic operator)’로 통칭하고 있다. 더하여 제조업체가 EU 역외에 설립된 경우, 역내 배상 청구가 가능한 대리인·수입업자·유통업자·풀필먼트 서비스업자에게 결함 제품으로 발생한 손해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제조물책임법?

제조물책임법은 피해자가 제조사의 과실이나 고의성을 입증할 필요 없이 결함이 있는 제품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소비자의 권리를 보장한다. 이는 제품의 안전성과 기술력을 개선하도록 제조업체를 장려하여 제조업체의 세계적인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도 도움이 되므로 제조물책임법은 소비자와 제조업체 모두에게 긍정적인 유인책을 제공한다고 볼 수 있다.

개정된 지침에는 EU와 한국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에 영향을 미칠 몇 가지 주목할 만한 변화가 있다. 우선 제품 범위가 확대된다. 제조물책임지침의 적용을 받는 제품에 동산, 전기, 디지털 제조 파일 및 소프트웨어 등이 포함됐다. 피해 보상 범위도 확대된다. 사망 및 신체적 상해 외에 의학적으로 인정된 정신적 피해와 데이터 손실을 포함하도록 손해의 유형을 확대한다.

또한 제조업체, 대리점, 수입업체, 유통업체, 주문 처리 서비스 제공업체 등 EU 내부 시장에서 제품의 제조, 수입, 유통, 주문 처리 서비스에 관여하는 사업자에게 책임을 묻는다. 보상 및 증거 공개 요청에 대한 권리도 증진된다. 피해자 보상 권리에 관한 별도의 조항을 신설하고, 피해자에게 결함 및 손해와 관련된 사실과 증거를 제조업체 및 기타 당사자에게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다. 결함 추정 요건도 도입된다. 제조사가 피해자의 요청에 따라 관련 증거를 공개하지 않을 경우 인과관계를 추정할 수 있도록 하는 추정 요건을 도입한다.

제조물책임법 현대화: 디지털 및 순환 경제 시대에 적응하기

지난 30년 동안 EU 제조물책임지침은 결함이 있는 제품으로 인한 소비자의 신체적, 재산적 피해를 보상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1985년 제정된 이후 제품의 생산, 유통, 운영 방식에 큰 변화가 있었고 디지털, 사물인터넷(IoT), AI, 사이버 보안 관련 제품이 광범위하게 사용되었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디지털 시스템 또는 AI가 내장된 제품의 ‘제품 안전’에 대해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에 관한 새로운 법적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이러한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위원회는 규제 적합성 및 성과(REFIT) 평가를 실시하여 EU 제조물책임지침이 현재 환경에서 적절한 규정으로 남아있는지 평가했다. 평가 결과, 지침의 법리가 여전히 효과적이고 적절한 수단이라는 결론이 나왔지만 현대의 디지털 및 순환 경제 제품에 EU 제조물책임지침을 적용할 경우 몇 가지 단점이 드러났다. 바로 정의와 개념의 조정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에 EU 제조물책임지침의 정의와 개념이 최신 디지털 및 순환 경제 제품에 적용될 수 있도록 업데이트되어야 한다는 데 합의가 이루어졌다.

그뿐만 아니라 결함 및 손해 입증의 어려움도 해소해야 했다. 기존 지침으로는 의약품, 스마트 제품 또는 AI 지원 제품에서 발생하는 결함 및 손해 입증의 어려움을 적절히 다룰 수 없었다. 이에 더해 보상 청구 기준 개정도 요구되었다. 기존 지침은 500 ECU(유로) 미만의 재산상 손해에 대한 배상 청구를 막는 등 지나치게 제한된 기준을 제시하고 있었다. 이러한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유럽위원회가 최근 EU 제조물책임지침에 대한 개정안을 제안한 것이며, 이 제안은 제조물책임지침을 현대화하고 오늘날의 디지털 및 순환 경제 시대의 현실에 더 발맞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U의 제조물책임법 개정안이 한국 제조물책임법 개정에 주는 교훈

EU의 제조물책임지침 개정안은 한국 제조물책임법 개정에 유용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한국 정부와 국회는 변화하는 제조물책임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권고 사항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먼저 한국 제조물책임법의 소비자 보호 기능을 강화하려면 유럽연합의 개정안과 유사하게 제조물 및 손해배상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국내 제조물책임법을 면밀히 검토하여 제품의 기술적 복잡성으로 인한 입증책임의 어려움을 합리적으로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소비자가 제품 결함을 보다 쉽게 입증할 수 있도록 증거개시청구권을 도입하는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거나, 국내법에 결함 추정 요건을 도입하여 제조사가 관련 증거를 공개하지 않을 경우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인과관계를 추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소비자에게 유익할 것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의 입증 부담을 완화하고 제조사의 책임감을 높일 수 있다. 더불어 소비자 인식 개선 및 교육 강화도 필요하다. 한국 소비자들은 소비자 권리 인식이 부족하다. 한국 정부는 제조물책임법에 따른 권리 및 보호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제고하고 교육하는 데 투자해야 한다. 여기에는 교육 자료 개발 및 홍보, 워크숍 실시, 대국민 인식 개선 캠페인 조직 등이 포함된다.

아울러 한국 정부는 EU가 제안한 제조물책임지침 개정안이 EU에서 활동하는 한국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 여기에는 설문조사 실시, 시장 동향 분석, 업계 전문가와의 협의를 통해 잠재적 도전과 기회를 파악하는 것이 포함될 수 있다. 이러한 국내 규제의 발전을 통해 EU 규제 기관과의 협력 강화를 도모할 수 있다. 제조물책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 정부는 제조물책임지침 개정안과 관련된 정보 및 모범 사례를 공유하는 등 EU 규제 기관과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제안한 제조물책임지침 개정은 유럽연합과 한국에서 사업을 경영하는 기업들에 중요한 변화다. 개정된 지침은 제품, 손해 및 책임의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더 높은 수준의 소비자 보호를 제공하고 제품 결함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한국 정부와 국회는 정책적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국내 제조물책임법을 재검토하며 EU의 개정안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향후 한국 제조물책임법도 국제 표준에 발맞추어 나갈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한국은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고, 변화하는 제조물책임법 환경에 적응하는 산업계를 지원하며, 더욱 안전하고 책임감 있는 비즈니스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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