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진출하는 제약·바이오, 韓 우주 산업 약진시킬 수 있을까

보령, 주주총회 개최해 우주 산업 청사진 설명 신약 개발 용이한 우주, 제약·바이오가 눈독 들이는 것도 이해돼 나름의 청사진 그리는 보령·정부, ‘1%’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pabii research

21일 오전 보령이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김정균 보령 대표가 주주들에게 새롭게 풀어나갈 우주 산업을 설명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오너 3세인 김 대표는 지난해 사내이사 자리에 오른 뒤부터 우주 산업 청사진을 그려내기 시작했다. 제약회사 보령이 어떤 방식으로 우주 산업에 손을 댈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제약회사가 우주 산업에? 별로 이상하진 않아

앞서 김 대표는 지난해 미국 우주기업 액시엄 스페이스에 5,000만 달러(한화 약 642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단행했던 바 있다. 지난해 초 투자금 1,000만 달러(한화 약 128억원)까지 합쳐 누적 6,000만 달러(한화 약 770억원)를 우주 산업에 투자한 것이다. 보령의 2021년 영업이익이 한화 약 414억원이었음을 고려하면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다.

혹자는 물을지 모른다. 제약회사가 우주 산업에 투자해서 얻는 이익이 도대체 무엇이냐고. 그러나 제약회사의 우주 산업 투자가 마냥 이상한 일인 것만은 아니다. 우주는 신약을 개발하는 데 있어 매우 유리한 환경이다. 어떤 질병에 대한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선 해당 질병의 단백질 구조를 결정화하는 작업이 필수인데, 중력이 거의 0인 상태인 미세중력 환경에서 단백질 결정을 얻기가 가장 쉽다. 중력이 작용하는 공간에선 밀도 차이가 생겨 결정이 불균일해지지만 우주공간에선 매우 고른 결정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실제 다른 제약·바이오 회사들도 우주 산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엔지켐생명과학은 신약 후보물질 ‘EC-18’을 이용해 급성방사선증후군 치료제를 개발하는 등 우주 산업 진출 목표를 확고히 하고 있다. 2021년엔 부설 우주방사선의약연구소를 설립하고 국내 최초 민간 우주 의학 연구소인 인하대학교 우주항공의학연구소와 우주항공의약품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외 미국 제약사 머크는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를 우주정거장에서 제조하는 실험을 진행 중에 있다. 우주정거장에서 무중력 상태를 이용한 고순도 키트루다 제조를 실험하기도 했다. 우리에게 코로나19 백신으로 흔히 알려진 아스트라제네카 또한 우주 산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현재 나노입자와 무중력 상태를 이용한 새로운 약물 전달 기법을 연구 중이다.

우주 산업은 매년 8%의 성장률을 보이며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우주 시장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20년 후 우주 경제는 약 1,200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할 정도다. 최근 민간인 우주여행이 실현되면서 모건스탠리의 전망이 더욱 현실에 가까워지고 있다. 앞으로 우주 관광 시대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제약·바이오 회사들의 우주 산업 진출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pexels

보령, 액시엄 스테이션 투자로 민간 정거장 지분율 선점

보령 또한 우주 산업 진출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보령은 지난해 초 CIS(Care In Space)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향후 다가오는 우주 시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우주 헬스케어’ 사업의 시초를 닦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한 ‘CIS Challenge’도 진행했다. 우주 산업 내 글로벌 파트너들과 함께 향후 우주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헬스케어 이슈를 탐색하고 그 해법 및 사업화 기회를 모색하겠단 취지다. 당시 CIS Challenge를 통해 보령은 세계 각국의 우주 분야 헬스케어 스타트업을 비롯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참가자들로부터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았다.

보령은 특히 우주 산업의 새로운 무대로 떠오를 민간우주정거장 사업에 큰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언급했듯 보령은 ‘액시엄 스페이스(Axiom Space, Inc.)’에 5,000만 달러(한화 약 642억원)의 투자를 결정했다. 액시엄 스페이스는 세계 최초의 상업용 우주정거장인 액시엄 스테이션(Axiom Station)을 건설하고 있는 기업이다.

액시엄 스테이션은 향후 10년 내에 해체될 국제우주정거장(ISS)을 대체할 수 있으리란 평가를 받고 있다. 보령은 이곳에 먼저 투자금을 던져 약 2.7%의 지분율을 선점했다. 똑똑한 발상이다. 현재 우주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제약사들은 대부분 미국과 유럽계열인데, 이는 이들이 우주정거장에 접근할 수 있는 독점적 권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보령은 액시엄 스테이션의 지분을 십분 활용해 우주정거장 접근 권리를 취득함으로써 보다 명확한 청사진을 그리려 한 것이다.

우주 산업 관심도 높은 정부, 보령과의 시너지 기대돼

정부 차원의 우주 산업 지원도 기대된다. 윤석열 정부는 앞서 발표한 ‘신성장 4.0 전략’에서 우주 탐사 분야 프로젝트를 가시화했던 바 있다. 정부는 올해 6월 누리호 3차 발사를 진행한 뒤 연말까지 특별법 제정을 통해 우주항공청 개척 등 프로젝트를 진행할 방침이다. 2033년까지 달 착륙선을 개발하겠단 목표도 세웠다.

결과적으로 우리 정부가 원하는 주요 목표는 ‘독자적인 우주 탐사’다. 이를 위해 정부는 2030년대까지 자생적인 우주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2045년엔 우주 산업을 우리나라 10대 주력 산업으로까지 육성하겠다 강조했다. 우주 헬스케어 분야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직·간접적인 지원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정부의 지원과 보령 자체의 우주 산업 육성 열망이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눈길이 쏠린다.

당초 보령의 우주 산업 진출 목표는 색다르다는 평가 외에 아무런 관심도 받지 못했다. 지난해 2월 보령이 액시엄 스페이스에 121억원을 투자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도 그러려니 하는 반응이 대체적이었다. 그러나 2년 치 영업이익을 우주 산업 개발에 쏟아부은 보령의 모습을 보면 이제 그 지극한 열망이 느껴진다. 현재 우리나라의 우주 산업 규모는 세계 우주 산업의 1%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미약하다. 산업 생태계마저 고르지 못해 대부분의 투자금이 우주 서비스 계열에 쏠려 있다. 이런 악조건을 보령 등 국내 기업이 이겨낼 수 있을지 우려도 되지만, 한편으론 이번 기회에 우리나라가 정말 우주 산업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 마음이 부풀어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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