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참작감경제도, ‘고육지책’인가 ‘권위주의’인가 ①

국회입법조사처 “정상참작감경 명문화 필요성 있어” 법관 재량 너무 커 악용 여지 있다는 지적 나와 대립되는 의견, 정상참작은 ‘고육지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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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UTOIMAGE

국회입법조사처가 정상참작감경을 형법에 명시적으로 규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음을 밝혔다. 형법에서 정상참작감경을 허용하고 있기는 하나 그 사유나 정도, 방법 등은 전적으로 법원의 해석에 맡겨져 있어 불합리한 판결이 초래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법원의 재량에 의해 형벌의 범위가 현저히 낮게 선고되는 일이 요즘도 빈번히 일어나는데, 현행 헌법 체계가 국민의 일반적 법감정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비판은 전통적으로 논란이 되어왔던 사안이다.

명문화 안 된 정상참작감경, ‘전관예우’ 만연한 이유

현행 형법은 법관의 양형을 위해 형을 가중·감경할 수 있는 사유를 법률에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형법 제53조의 정상참작감경 규정은 범죄의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 경우 법관의 재량에 따라 감경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현행 정상참작감경제도는 법률에 구체적인 기준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 ‘명문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 같은 사안은 전관예우 혹은 ‘유전집유·무전실형'(돈이 있으면 집행유예, 돈이 없으면 실형) 논란을 초래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법률상 감경이 이뤄지고 난 이후에도 법관의 재량에 따라 참작할 만한 정황이 있다고 판단된다면 형량의 절반을 또 감경할 수 있다. 법관의 양형 재량에 따라 입법자가 미리 정해놓은 형벌의 범위에 현저히 못 미치는 처벌이 이뤄질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것이다. 이에 과거 정상참작감경 규정을 명문화하자는 목소리가 쏟아졌으나, 결국 입법에 이르지는 못했다. 판사의 재량을 과도하게 제한할 경우 오히려 감경 사유가 있는 경우에도 감경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그런데도 정상참작감경을 명문화하자는 주장이 지속되는 이유는 전관예우 등 불합리한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대법원 산하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법조 관련 종사자 중 “전관예우가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전체의 55.1%에 달했다. 특히 검사는 응답자 중 42.9%가, 변호사는 75.8%가 전관예우의 존재를 인정했다. 전관 변호사가 실제 기소 여부 및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응답률도 절반에 가까웠다. 우리나라의 현주소다.

양형 과정에 맡겨진 수많은 ‘법관 재량’

위에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에선 법률상 규정되어 있는 감경 사유 외에도 법관이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임의로 형을 감경할 수 있다. 전자는 ‘법률상의 감경’, 후자는 ‘필요적 감경·임의적 감경’으로 법률 용어 자체도 따로 구별된다. 다만 법률상 감경의 경우에도 임의적인 감경 사유가 존재한다면 감경 여부를 법원이 재량에 따라 알아서 결정할 수 있다. 형법 제55조에 따르면 법률상 감경 사유가 여러 개 있을 경우 거듭 감경이 가능하다. 형법 제56조는 가중·감경 사유들이 경합하는 경우 그 순서를 정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법률상 감경 사유가 존재하는 경우 유기징역의 상한과 하한을 절반으로 감경할 수 있다.

법률상 감경 외에도 형법 제53조는 법률상 특별한 감경 사유가 없는 경우에도 법관의 재량에 따른 감경을 허용하고 있는데, 이를 ‘정상참작감경’이라고 부른다. 정상참작감경은 범죄의 내용과 그 정상에 비추어 볼 때 법정형이나 처단형이 지나치게 가혹한 경우 이를 시정하기 위한 장치로서 마련됐다. 이렇듯 양형 과정에 있어 법관·법원에 상당히 많은 재량이 주어져 있는 상황이다. 물론 이는 개별 사안의 모든 양형 조건을 충분히 고려해 객관성·합리성·타당성을 갖춘 양형을 하기 위해 법관에게 부여한 것이지만, 법관의 재량이 악용될 여지가 너무 많다는 점이 문제다.

특히 문제가 되는 건 정상참작감경 과정이다. 현재 정상참작감경은 법률상의 감경과 같이 형법 제55조 제1항에 의한다고 해석되고 있으며, 감경 사유가 여러 개 있는 경우 거듭 감경할 수 있다는 게 판례의 기본적인 방향이다. 이에 따르면 범죄의 정상을 참작해 법정형을 감경할 때 양형의 조건을 고려해 법정형의 상한과 하한 모두 절반으로 감경할 수 있으며, 감경된 처단형 내에서 선고형을 결정할 때에도 양형의 조건을 고려해 감경이 가능해진다. 결과론적으로 법관의 재량에 따라 입법자가 미리 정해놓은 형벌의 범위에 미치지 못하는 처벌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현행 형법은 정상참작감경에 대해 그 사유를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대신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 때’라고 추상적으로 표기했다. 감경의 정도 및 방법 등에 대해서도 명시적인 규정이 없기 때문에 이 또한 법관의 재량에 맡겨진다. 그 어떤 제한도, 기준도 없다. 많은 죄를 저지른 경합범일지라도 정상참작감경에 의해 하한을 감경한 후 그 하한의 형을 선고하게 되면 이전에 이뤄진 경합범 가중은 희석되고 정상참작감경만 남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법관의 재량이 지나치게 발휘될 경우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정상참작, “폐지하자 vs 고육지책”

이에 따른 비판의 목소리는 당연히 높다. 정상참작감경 사유나 감형의 정도, 방법 등이 명확히 ‘명문화’되어 있지 않아 법률효과를 불명확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그러나 일각에선 남발된 특별법들로 인해 정상참작감경을 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상참작감경을 비판하는 이들은 “정상참작감경은 법관이 피고인에게 은혜를 베푼다는 권위주의 사고가 반영된 것”이라고 꼬집는다. 법관이 권위주의에 빠져 자신이 신이라도 된 양 피고인들에게 감경을 ‘선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법관의 재량을 너무 광범위하게 인정한 탓에 남용의 우려가 크다고도 지적했다. 이들은 정상참작감경제도를 아예 폐지하거나 감경의 폭을 대폭 줄이는 방향으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형법에 정상참작감경사유를 명확히 기재하여 ‘명문화’하자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형사특별법에 산재한 중형 경향의 법정형 정비를 전제로, 범죄의 정상에 비춰 형의 감경 사유가 월등히 높아 형의 감경이 불가피할 때만 법정형의 하한 이하로 감경할 수 있도록 명확히 법을 규정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법원 내부에선 정상참작감경은 ‘고육지책’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존 형법보다 형량이 높게 규정된 특별법들이 남발된 탓에 이를 억제하기 위해선 정상참작감경을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이 제기한 대표적인 예시가 ‘성폭력처벌법’이다. 성폭력처벌법은 13세 미만의 미성년자에 대한 성범죄에 대해 강간은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 유사강간은 7년 이상의 유기징역, 강제추행은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형법은 13세 미만의 미성년자가 아닌 자에 대한 각 행위에 대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2년 이상의 유기징역,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법정형으로 하고 있다. 또한 살인죄의 법정형 하한이 5년 이상의 징역이다. 강간죄와 살인죄를 놓고 비교하자면 살인죄가 더 무거운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게 당연하다. 그 때문에 법원은 이를 조정하기 위해 정상참작감경을 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다만 이 같은 법원의 고육지책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법원이 입법부가 내놓은 과도한 특별법을 억제하기 위해 정상참작감경을 시도하면 시도할수록 국민 법감정에 맞지 않는 양형이 계속해서 반복되고, 이에 입법부는 법정형의 하한을 또다시 지나치게 가중하는 입법을 함으로써 법정형과 선고형이 반복적으로 괴리를 일으키게 된다는 주장이다.

지난 2020년, 10대 여자 청소년과 조건만남을 통해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불법 촬영물을 소지한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에게 법원은 고작 징역 4년 형을 선고했다. 피고인이 자백했다는 점과 불법 촬영물을 타인에게 유포하지 않았다는 점, 수사에 협조했다는 점 등을 정상 참작한 결과다. 그러나 이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13세 미만 아동에게까지 손을 댄 파렴치범을 정상 참작하여 감경해주는 게 말이 되냐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정상참작감경 자체는 법체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꼭 필요한 제도다. 그러나 법관의 재량이 어디까지 인정되어야 할지는 차차 논의되어야 할 문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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