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원 종료 앞두고 급증한 자영업자·중소기업 연체율, 선제적 연착륙 정책 필요해

저소득 자영업자 중심으로 대출 잔액·연체율 증가 추세, 2금융권 대출도 급증 기업대출 잔액·연체율도 역대 최대 규모 기록, 시장-금융권 부실 위험 커져 9월 종료되는 정부 금융지원, 시장 충격 완화 위한 선제적 대응 방안 마련해야

pabii research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대출로 겨우 사업을 영위하던 저소득 자영업자의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다.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이 최근 3년간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특히 저소득 자영업자의 경우 비은행권의 중·고금리 대출을 이용한 경우가 많아 오는 9월 정부 금융지원 종료의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지난 몇 년간 5차례에 걸쳐 반복된 정부의 만기연장, 상환유예 지원에도 불구, 대출 잔액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경기 불황의 영향으로 가계 대출보다 한층 규모가 큰 기업대출의 연체율마저 빠르게 높아지는 추세다. 일각에서는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숨통을 짓누르는 부채가 차후 우리나라 경제 ‘뇌관’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흘러나온다.

저소득 자영업자 중심 연체율·대출 잔액 증가

8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자영업자 소득 수준별 대출 잔액·연체율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현재 전체 자영업자의 금융기관 대출잔액은 1,019조8,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사상 최대 규모이며, 코로나19 팬데믹 발생 직전인 2019년 4분기와 비교하면 48.9% 증가한 수준이다.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도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3분기 0.19% 수준이었던 자영업자 연체율은 4분기 0.26%까지 뛰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2020년 2분기 0.29% 이후 2년 6개월 만에 최고치다. 소득별로 살펴보면 저소득층(소득 하위 30%)의 연체율이 지난해 3분기 0.7%에서 4분기 1.2%로 0.5%포인트 급증했다. 2019년 4분기(1.3%) 이후 3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고소득(소득 상위 30%) 자영업자의 연체율(0.7%)도 2020년 2분기(0.7%) 이후 2년 6개월 내 가장 높은 수준까지 상승했다. 한편 중소득 자영업자 연체율은 지난해 1분기(1.1%) 이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지만, 저·고소득층 대비 상대적으로 완만한 상승 폭을 보이고 있다. 중소득(소득 30∼70%) 자영업자의 지난 4분기 연체율은 1.3%로, 1년 전인 2021년 4분기와 동일한 수준이다.

한편 코로나 팬데믹 이후 3년간 대출 증가 폭이 가장 큰 계층도 저소득 자영업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전 금융기관 대출잔액은 2019년 4분기 70조8,000억원에서 2022년 4분기 119조9,000억원으로 69.4% 급증했다. 중소득층(64.7%), 고소득층(42.4%) 대비 눈에 띄게 높은 수준이다. 실제 지난 4분기 중소득 자영업자 대출잔액이 2018년 3분기 이후 처음으로 감소(-0.9%)하는 동안,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의 대출잔액은 각각 0.8%, 0.9% 증가하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저소득층의 경우 특히 비은행 2금융권 대출 이용률이 높아 시장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지난 3년간(2019년 4분기∼2022년 4분기) 저소득 자영업자의 은행 대출이 45.8%(49조3,000억원→71조9,000억원) 증가하는 동안, 상호금융 대출은 2.3배(16조1,000억원→37조1,000억원) 급증했다. 보험사의 경우 2.1배(8,000억원→1조7,000억원) 증가했으며, 여신전문금융회사(카드·캐피털 등)에서는 57.9%(1조9,000억원→3조원) 불어났다. 대부업을 포함한 기타 금융기관의 저소득 자영업자 대출액은 같은 기간 1조2,000억원에서 2.92배인 3조5,000억원까지 늘었다.

5차례 반복된 만기연장·상환유예, 득일까 독일까

정부는 그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위해 ▲대출 1,000만원, 금리 1.5%(최대 5년)의 ‘소상공인 경영안정자금’ ▲대출 3,000만원, 금리 1.5%(최대 1년)의 ‘시중은행 이차 보전 프로그램’ ▲가계형, 소상공인 대상 대출 3,000만원, 금리 1.5%(최대 3년)의 ‘초저금리 대출’ 등의 자금 조달 프로그램을 운영한 바 있다. 차주와 금융권 모두가 충격 없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지원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이에 더해 급격한 3高(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등 경제·금융 여건 악화를 고려해 자영업자·중소기업 대상 만기연장·상환유예 제도를 6개월간 사실상 5차례나 연장했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정상영업 회복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고, 금융권 부실로 금융시스템 리스크가 확대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오는 9월부터 이 같은 코로나19 금융지원 만기연장·상환유예 지원 조치가 순차적으로 종료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국내 5대 은행의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 잔액은 37조원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2024년 총선이 임박한 만큼, 국민들의 시장 불안 해소를 명분으로 정부 금융지원이 재차 연장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코로나19 금융지원을 위해 투입된 자금을 단기간에 회수하기는 사실상 어려우며, 정부가 선제적으로 적절한 연착륙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금융 지원이 재연장되지 않을 경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당장 오는 9월부터 대출 상환을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이미 금융권에서는 자영업자·기업대출의 연체율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경기 둔화로 가계와 기업의 상환 능력이 크게 약화했다는 의미다. 이에 더해 정부의 대부분 재정적 지원이 변동금리로 이루어졌으며, 현재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지원이 급작스럽게 종료될 경우 잠재 부실이 현실화할 위험이 크며, 자칫 잠들어 있던 금융위기 ‘폭탄’이 터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반대로 시장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 대출 연장은 되레 악재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다섯 차례나 이어진 연장 조치에도 불구하고 대출 잔액과 차주 수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는 만큼, 더 이상의 연장은 문제 해결을 미루는 것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실제 5차 연장이 이뤄진 지난해 9월, 5대 시중은행의 코로나19 만기연장·상환유예 대출 잔액은 45조348억6,200만원으로 6개월 사이 16.5%(7조4,189억9,900만원) 감소하는 데 그쳤다.

중소기업도 ‘휘청’, 경제 충격 덜어줄 연착륙 방안 필요

자영업자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의 대출 부실 위험도 빠르게 불어나는 추세다. 지난 1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기업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국내 금융권(은행+비은행 금융기관)의 기업대출 잔액은 총 1,874조원(은행 1,221조6,000억원+비은행 652조4,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이며, 2019년 4분기(1,263조5,000억원) 대비 48.3% 증가한 수준이다.

특히 2금융권으로 불리는 비(非)은행 금융기관(저축은행·상호금융·보험사·여신전문금융사 등) 대출 잔액 및 연체율 증가가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2금융권 기업대출 잔액은 2019년 4분기 357조2,000억원에서 지난해 4분기 652조4,000억원으로 82.6% 급증했다. 2금융권 기업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4분기 기준 2.24%로 직전 분기(1.81%) 대비 0.43%포인트(p) 뛰며 2016년 1분기(2.44%)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업권별 연체율은 ▲저축은행 2.83% ▲상호금융 3.30% ▲보험사 0.15% ▲여신전문금융사(카드·캐피털 등) 1.01%를 기록했다. 상호금융의 경우 2020년 1분기(3.19%) 이후 처음으로 연체율이 3%를 넘어섰다. 여신전문금융사의 연체율도 2019년 3분기(1.16%) 이후 최고 수준이다.

금융 위기 국면이 닥치면 정부는 대규모 공적자금을 풀어 국내 기업들의 경영 정상화를 돕고, 경제 회복 시 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으로 산업 회생을 도모해 왔다. 코로나19 지원 자금 역시 이 같은 성격을 띤다. 단기간 내 회수를 기대하고 투입된 자금이 아닌, 장기간에 걸쳐 시장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투입된 자금이라는 의미다. 가계와 기업의 상환 능력 약화가 명확히 수치로 드러난 현 상황에 무작정 지원을 중단하는 것은 오히려 더 큰 위험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자금 회수를 계속해서 미뤄두고만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이제는 정부가 적절한 출구 정책을 제시하고, 잠재적 위험을 수습하기 위해 움직여야 할 때다. 현시점 9월에 닥칠 정부 금융지원 종료는 우리나라 경제에 내던져진 ‘시한폭탄’이다. 정부는 금융 지원에 투입된 자금을 안정적으로 회수하되, 우리나라 경제가 ‘폭발’의 충격에 흔들리지 않도록 적절한 연착륙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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