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증가하는 국내 AC, 모태펀드 출자 등 제도적 기반은 오히려 ‘후퇴’

국내 정식 등록 AC 400개 돌파, 초기 기업 투자도 꾸준히 다양화·증가하는 추세 특정 업종에 몰리는 AC 자금, ‘투자 혹한기’ 다양한 분야 초기 기업 발굴 필요해 지난해부터 감소하기 시작한 AC 모태펀드 출자, 올해에는 전용 출자 아예 사라져 AC 수 급증하는데 제도·환경적 기반은 미흡, 객관적인 시장 파악과 지원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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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기획자(액셀러레이터·AC) 등록제가 시행된 2017년 1월 이후 지난해 12월 말까지 국내에서 총 417개의 AC가 등록된 것으로 나타났다. 활동 중인 AC의 누적 투자금은 1조3,091억원이며, 총 6,487개의 기업에 투자가 이뤄졌다.

2일 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가 발표한 ‘2022 대한민국 액셀러레이터 산업리포트’에 따르면 국내에 등록된 AC 수는 2017년 56개에서 2018년 136개로 크게 늘었고, 이후 2019년 214개, 2020년 303개, 2021년 359개, 2022년 417개로 꾸준히 증가해 왔다. 이는 고금리로 투자 시장이 위축된 최근까지 다양한 유형의 AC가 시장에 새롭게 뛰어들었으며, 각기 목표에 맞춰 스타트업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는 의미다.

업계가 ‘투자 혹한기’ 속 성장을 도모하고 있는 반면, 제도적·환경적 기반은 좀처럼 이 같은 노력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모태펀드 축소로 AC 분야 전용 출자가 사라지며 다수의 AC가 ‘스타트업 육성’이라는 기능 수행에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ICT, 유통/서비스, 바이오/의료 등 특정 영역에 투자가 쏠리는 등 AC 업계의 고질적인 한계 역시 벤처 생태계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지목된다.

꾸준히 증가하는 정식 등록 AC

AC는 국내법 ‘벤처투자촉진법 제4장 제24조’에 따라 ‘창업기획자’로 정의되어 있으며, 극초기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우수 기업의 발굴과 보육, 투자와 성장 지원 등 역할을 수행한다. 2017년 1월 창업기획자 정식 등록제가 시행된 이후 매년 약 80개씩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AC는 평균 투자 규모의 75% 이상을 3년 미만 창업기업에 투자하며 극초기 창업기업의 성장 기반을 다지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 3년 미만 초기 기업 누적 투자 금액은 1조116억원(총 투자 금액 대비 77.3%)에 육박한다.

AC의 초기 기업 투자는 지난해에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지난해 발생한 AC 신규 투자는 5,787억원 규모로, 투자 기업 수는 2,079개사에 달한다. 이 중 초기기업 투자는 총 4,273억원(1,525개사)으로 전년 대비 58.3% 증가했다. 꾸준한 초기기업 투자 금액 증가는 급격한 금리 인상 및 글로벌 경기 침체의 부담 속에서도 AC들이 본연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다는 긍정적 신호로 풀이된다.

사진=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

다양한 형태의 AC 등장, 투자 유형도 다변화

AC 자격으로 투자에 참여하는 주체는 상당히 다양하다. 정식 등록을 마친 AC들 중 영리법인은 363개사(87.1%), 비영리법인은 54개사(12.9%)다. 이들 AC는 크게 일반법인, 기술지주, 창업투자회사, 창조경제혁신센터로 분류할 수 있다.

먼저 일반법인형 AC는 2022년 기준 전체 투자 금액 중 83.2%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가장 전통적이고 보편적인 형태의 AC다. 2016년 5월 중소기업창업지원법 개정 이전에는 모든 AC가 일반법인 형태로 활동해오기도 했다. 이들은 주로 신생 기업 투자 이후 엑시트(투자금 회수·Exit)을 목표로 활동한다.

기술지주(10.6%)가 일반법인형 AC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기술지주는 산학협력단 또는 (공공)연구기관이 보유한 특허 등의 기술을 출자해 자회사를 설립하고 사업화하기 위한 전문 조직이다. 기술지주 투자 금액의 증가는 대학 및 출연연 기술지주사들이 초기 창업투자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창업투자회사(창투사)가 2.9%의 비중을 차지하며 그 뒤를 이었다. 창투사는 창의성과 사업성을 갖췄으나 자금력이 부족한 창업자에게 자본을 투자(출자), 회사의 성장과 함께 이익을 나누는 조직이다. 금융기관들과 달리 대출이 아닌 자본출자의 개념으로 접근하며, 특별한 조건 없이 사업자에게 자금을 투자한다는 것이 창투사의 가장 큰 특징이다. 벤처기업들은 창투사의 투자자본이 전체 지분의 10% 이상(문화·콘텐츠 제작자 7% 이상)이 되면 벤처기업인증을 받을 수 있다.

이어 중소벤처기업부 주관 창조경제혁신센터가 1%의 비중을 차지했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전국 19개 지역에 분포해 있으며, 공공 액셀러레이터로서 투자 기회를 잡기 어려운 지역의 유망한 초기 기업들을 발굴해 초기 자금 투자를 진행한다. 지역마다 운영하는 지원 프로그램에 일부 차이가 존재하며, 향후 발생하는 회수 자금은 지역 내 스타트업에 다시 투자해 지역 벤처 생태계 선순환을 유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진=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

한편 AC의 투자 유형별 추이를 살펴보면, 개인투자조합 결성을 통한 투자가 지난해 5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이후 결성이 가능해진 벤처투자조합 유형 또한 30.6%의 비중을 차지하며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반면 AC의 가장 큰 특징인 자기자본을 이용한 본계정 투자는 점차 감소하고 있었다. 정식 등록 이후 연차가 쌓인 AC들이 본계정 투자에서 조합 결성을 통한 투자로 그 범위를 확대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벤처투자조합 형태 투자의 증가다. 벤처투자조합 투자는 2020년 벤처투자촉진에 관한 법률 제정 이후 벤처투자조합 결성이 가능해진 이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50억 미만 투자조합 결성 또한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AC 등록, 투자 규모의 증가 속도에 비교했을 때 벤처조합 결성 증가 속도는 비교적 더딘 편이다. 현재 벤처투자조합 운영 노하우를 갖춘 운영사의 편중이 심해 신규 운영사의 진입 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가로막힌 AC 모태펀드 출자, 특정 분야에만 쏠리는 자금

창업기획자 모태 출자펀드는 지난해부터 감소세를 보여왔다. AC의 2022년도 총 모태펀드 출자 금액은 3조8,434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7.2% 감소했다. 창업기획자 참여 모태펀드 출자 금액은 2,039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0.2% 증가했으나, 전체 모태펀드 대비 창업기획자의 참여 비율은 5.31%로 크게 줄었다.

올해는 모태펀드 축소로 액셀러레이터(창업기획자·AC) 분야 전용 출자가 아예 사라졌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모태펀드 1, 2차 정시 출자에서는 액셀러레이터가 결성한 벤처펀드에 대한 출자 배정이 이뤄지지 않았다. 2021년에는 100억원, 2022년에는 214억원(수시 출자 포함)이 출자됐지만, 올해는 모태펀드의 절대 규모가 감소하면서 액셀러레이터에 대한 별도의 출자가 편성되지 않은 것이다. 이에 액셀러레이터 업계는 올해 벤처펀드 조성 및 스타트업 육성·보육에 본격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

모태펀드 출자 장벽이 높아지며 업계에 싸늘한 기운이 감도는 가운데, AC의 특정 업종 투자 ‘쏠림’ 현상이 한층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국내 AC의 지난해 투자 업종별 추이를 살펴보면, 전체 업종 중 투자 상위 3개 업종인 ICT 서비스, 유통/서비스, 바이오/의료 업종이 전체 투자 금액의 72.6%를 차지하고 있다. 피투자기업 수의 경우 전체의 71.4%를 차지했다.

액셀러레이터의 본질적 역할은 일반적으로 위험을 감수하고 자금 공급이 시급한 초기 스타트업에 자급을 공급하는 것이다. 그러나 당장 자금 공급을 요하는 초기 스타트업은 다양한 분야에 분포되어 있는 만큼 초기 기업 자금 유통을 담당하는 AC의 자금이 특정 분야에 지나치게 쏠릴 경우, 벤처 시장 성장 자체가 저해될 위험이 있다. 차후 자금 공급이 어려운 분야의 유망 기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효율적인 투자가 진행될 수 있도록 AC 차원에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 인력 양성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23년 3월 기준 활동 중인 액셀러레이터 수는 400개를 돌파했으며, 총투자 금액은 4,60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AC가 발굴한 스타트업 수만 2,000개사에 달한다. 이처럼 초기 투자 생태계에서 AC의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 제도와 투자 환경은 이를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만큼 이번 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가 발표한 통계는 관련 기관이 현 상황을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적절한 지원책을 마련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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