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 규제혁신 나서겠단 尹 정부, 정작 성향은 지극히 ‘소극적’

尹 정부, 최근까지 1,027건 규제 개선 과제 완료 규제혁신 외쳐 왔으나, 정작 민원처리에 바쁜 정부 ‘뚝뚝’ 떨어지는 신뢰도, 보다 강력한 드라이브 걸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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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 규제혁신 TF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기획재정부

정부가 청송농공단지 공장 증설 등 각종 규제에 제동이 걸린 기업의 투자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해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수출입의 기업 인증·신고 등 관세행정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도 마련한다. 규제 완화를 통해 중앙정부의 규제로 지자체·기업의 사업(프로젝트)이 장애를 겪지 않도록 대대적인 개선에 나서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제5차 경제 규제혁신방안’ 발표

7일 정부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주재로 열린 제7차 경제 규제혁신 전담반(TF)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5차 경제 규제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그간 6차례 경제 규제혁신 TF 등을 통해 174개 규제개선과제와 7건의 테마별 규제혁신 방안을 발표해 왔다.

효과는 확실했다. 정부는 이차전지, 친환경에너지(연료전지, LNG 등), 화학, 자동차 등 분야 기업 투자프로젝트 애로를 해소함으로써 8.3조원가량의 민간투자를 창출해 낸 바 있다.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 프로젝트 가속화를 지원해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에 한 발짝 더 다가가겠다는 취지도 전해졌다.

규제별 완화 방안은?

가장 먼저 정부는 기업활동을 가로막는 현장 대기 투자 프로젝트 규제를 푼다. 이번 회의에서 결정된 현장대기 프로젝트 추가 지원 대상은 세종시 청송농공단지와 울산 테크노산업단지 등으로, 추가 지원을 통해 3,000억원 규모의 민간 투자를 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례별로 보면 세종시 청송농공단지 내 기업은 단지 내 공업용수 전용관로가 없어 용수 부족으로 인해 공장 증설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정부는 청송농공단지 내 공장 증설에 차질이 없는 수준으로 용수를 공급할 수 있도록 공업용수 공급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단기적으로는 세종시 수도정비기본계획에 확보된 용수 예비량으로 상수도 공급 및 소하천 유수 사용 허가 등 공업용수 대체 공급을 추진하고, 장기적으로는 현재 조정 중인 인근 신규 산단 용수관과 관로를 연결해 공업용수를 연계 공급토록 한다.

대기유해물질 배출 업체에 대한 산단 입주 제한도 완화한다. 현재 울산테크노산업단지 정밀화학·신재생에너지 구역은 대기유해물질 배출 업체의 입주 제한으로 인해 공장 가동 및 신규 공장 증축에 있어 차질을 빚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일정 기준 이하 대기유해물질 배출 업체에 대한 입주 제한 요건을 완화함으로써 조속한 공장 가동 개시 및 신규공장 증축을 지원하기로 했다.

외국인 강사 자격 규제도 완화한다. 현재 외국인 강사의 학력 요건은 내국인보다 엄격하게 규정되어 있다. 내국인은 전문대 졸업 이상의 학력 요건을 갖추면 강사로서 활동할 수 있으나, 외국인은 일반대 졸업 이상이어야만 강사로 활동할 수 있다. 때문에 외국인을 외국어 교습 강사로 채용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이에 정부는 외국어 온라인 강의에 한해선 외국인 강사에 대한 자격 요건을 내국인과 동일하게 적용하기로 했다.

김천시 보온재 창고와 신규 공장 증설도 지원한다. 현재는 국도와 인접하지 않은 보온재 공장 앞 부지까지 도로구역으로 지정돼 창고 증설 등 개발행위가 제한되어 있다. 또 경매로 공장 부지를 매입한 기업에 진입로 사용 권한이 인정되는지 여부에 대한 증빙이 곤란해 신축공장 건축허가가 지체되는 문제가 있었다. 정부는 해당 토지의 도로구역 변경·해지, 재산관리관 변경 후 매각을 추진하고 과거 토지 기록을 토대로 해당 기업에도 진입로에 대한 권리가 있음을 인정해 진입로 공동사용을 승인해 창고 증설 부지 확보를 지원할 방침이다.

수출입의 기업 인증·신고 등 관세행정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우선 정부는 수출입 기업 인증·신고 등 관세행정 부담 완화를 위해 목별 원산지 인증수출자의 인증 유효기간 통합갱신제도를 도입한다. 지금까지는 품목별 원산지 인증수출자가 다수 품목에 대해 인증 권한을 취득한 경우 취득 시점에 따라 품목별로 인증 유효기간이 서로 달라 품목별 유효기간 갱신에 따른 비용 부담이 발생했다. 앞으로는 다수 품목에 대한 유효기간을 일괄 갱신할 수 있도록 인증받은 품목의 유효기간 만료일을 동일한 일자로 통합하기로 했다.

시설을 임차해 운영하는 보세공장에 대한 특허 기간도 확대한다. 현재는 타인의 시설을 임차해 보세공장을 운영할 경우 특허 기간을 임차 기간 내로 한정해 운영인의 갱신 절차 부담이 가중되는 구조를 보이고 있다. 반면 자신이 소유한 시설에서 보세공장을 운영할 경우 특허 기간은 최대 10년이다. 이에 정부는 시설 일부를 자가 소유하고 일부를 임차해 운영하는 경우에 한해선 시설을 임차해 운영하는 경우에도 최대 10년의 특허 기간이 부여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자유무역지역과 보세공장 간 반·출입 절차를 간소화하고 사용·소비 신고 완료 물품의 자유무역지역 재반입 절차도 완화하기로 했다. 당초 동일 법인이 운영하는 자율관리보세공장에서 자유무역지역 내 창고로 물품을 반출할 경우 자유무역지역 내 창고의 반입 신고가 필요했다. 이 때문에 야간 및 공휴일 등엔 화물을 신속히 반출하기 어려운 상황이 자주 빚어졌다. 정부는 앞으로 동일 법인이 운영하는 자율관리보세공장과 자유무역지역 내 창고의 경우 반출·반입 신고를 모두 생략할 수 있도록 해 보다 자유로운 반출·반입을 지원할 계획이다.

사용·소비신고 완료 물품에 대한 자유무역지역 재반입 절차도 간소화한다. 당초 자유무역지역에서 사용·소비신고를 완료한 외국 물품의 경우에도 다른 보세구역으로 반출 후 재반입해 사용하게 된다면 재차 신고를 해야 하는 등 불편이 많았다. 이에 정부는 사용·소비신고 완료 후 보세공장 등으로 반출한 외국 물품을 자유무역지역으로 재반입해 사용할 경우 신고 절차를 생략할 수 있도록 했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글로벌 혁신특구 조성방안 간담회에 참석했다. (왼쪽부터)정륜 UL코리아 대표, 배경은 사노피 코리아 대표 겸 주한유럽상공회의소 헬스케어 위원장, 김후곤 변호사,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윤동섭 연세의료원장, 김무환 포스텍 총장, 성상엽 벤처기업협회장, 구태언 변호사/사진=즁소벤처기업부

‘규제혁신’ 강조하는 尹 정부, 정작 신뢰도는

윤석열 정부는 출범 당시부터 ‘규제혁신’을 강력히 외쳐 왔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 1년의 시간 동안 1,027건의 규제 개선 과제를 완료했다. 당장 지난달 26일에만 해도 제8차 경제규제혁신 TF 회의를 통해 화학물질 규제혁신 추진 현황 등을 논의한 바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정부의 규제혁신을 통해 향후 4년간 약 70조원의 경제적 효과가 추정된다. 정부의 노력이 실제로 효과를 보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게 나온다. 현재 정부는 ‘적극적인’ 규제혁신이 아닌 ‘소극적인’ 규제혁신을 모토로 삼고 있다는 비판이다. 실제로 정부는 규제 완화 시행에 앞서 기업의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철저한 조사 과정은 제쳐두고 단지 기업들의 민원을 처리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타파하는 데만 몰두하고 있다. 때문에 혹자는 정부의 규제혁신이 지나치게 ‘대기업 중심’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규제혁신 민원이 한 번에 접수될 경우 중소기업은 후순위로 밀려나고 대기업을 우선시함으로써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앞서 정부는 오는 2024년부터 2027년까지 특정 산업에 대한 전면적 네거티브 규제를 적용하는 ‘글로벌 혁신특구’를 올해 2곳 선정해 운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글로벌 혁신특구는 기존 규제자유특구를 고도화해 특정 산업에 전면적 네거티브 규제를 적용하는 지역단위 규제샌드박스 제도다. 정부 차원에서 아낌없는 지원을 쏟아붓겠단 강경한 목소리를 내놓긴 했으나, 여전히 부족한 점이 드문드문 보인다. 당장 신뢰도도 그리 높지 않다. 적극적인 규제혁신을 지향하지 않는 이상 현 정부의 규제혁신에 대한 신뢰도는 앞으로 더욱 떨어질 것이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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