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격차 기술경쟁력 확보하겠단 정부, ‘양산형’ 한계 벗긴 힘들 듯

석·박사 인재 양성 나선 정부, 초격차 기술 동력 얻는다 일각선 “결국 ‘양산 아니냐” 지적도 ‘학위 자판기’로 전락한 국내 대학들, ‘교육 개혁’ 우선돼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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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대학ICT연구센터사업 신규 선정 현황/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디지털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이자 국가 전략기술 분야 초격차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석·박사 고급 인재양성 대학 20곳을 신규 선정하고 지원에 나선다. 신규 선정 대학은 대학정보통신기술 연구센터 사업(이하 대학ICT연구센터) 12개, 지역 지능화 혁신인재 양성사업 2개, 학·석사 연계 ICT 핵심인재 양성 6개 대학 등이다.

과기부, 석·박사 고급 인재양성 대학 20곳 신규 선정

과기부는 20일 이 같은 사실을 알리며 “첨단 전략기술 및 민간 유망 수요분야 연구인재를 양성하는 대학ICT연구센터 12개 대학에 최장 8년간 연 10억원 수준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기부는 지역 주력산업과 연계해 재직자 고급 인재를 양성하는 지역지능화혁신인재양성사업 2개 대학에는 8년간 연 20억원 수준을, 학부생 연계 교육 및 산업계 수요맞춤형 인재를 양성하는 학·석사연계ICT핵심인재양성 6개 대학엔 최장 5년간 2억5,000만원 수준을 지원할 방침이다.

대학ICT연구센터사업은 대학에 ICT 핵심기술 분야의 첨단 연구 프로젝트를 지원해 국가 기술경쟁력을 높이고 디지털 경제 성장을 견인할 고급 연구인재 양성을 목표로 한다. 이번에 선정된 대학들은 최장 8년(2+4+2년) 동안 연 10억원 수준을 지원금을 받고 대학당 연 40여 명을 양성한다. 특히 올해엔 국가 전략기술 및 산업 수요가 높은 분야인 ▲인공지능반도체 ▲사이버보안 ▲양자정보통신 ▲전파·위성 ▲차세대컴퓨팅 ▲웹3.0 ▲에너지-ICT ▲헬스케어-ICT ▲농축산-ICT ▲자유공모(3개) 과제에서 서강대, 경희대, 순천대 등 12개 대학을 선정했다.

지역지능화혁신인재양성사업은 지역 내 고급 인재 부족 해소와 지역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역 주력산업 연계 산·학 연구 및 재직자 석·박사 학위 재교육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사업에 선정된 대학들은 최장 8년(2+4+2년) 동안 연 20억 원 수준을 지원받아 대학당 연 20명을 양성하게 된다. 올해엔 강원대와 인하대가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학·석사연계ICT핵심인재양성사업은 학·석사 연계교육으로 중급 수준의 인재들이 고급 인재로 유입 기반을 강화하고 기업과 대학이 함께 교육과정을 설계·운영하여 산업 수요맞춤형 인재를 양성하는 사업이다. 올해엔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등 분야 동국대, 성균관대 등 6개 대학이 선정됐다. 해당 대학들은 최장 5년(3+2년) 동안 연 2억5,000만원 수준의 지원을 받아 대학당 연 10명을 양성하게 된다.

한편 지난 2000년 시작된 대학ICT연구센터사업은 그간 정보통신 분야 국내 대학원 졸업 인원의 12%인 1만7,178명을 첨단기술 분야 연구인재로 양성하며 국가 ICT산업 발전과 경제 성장에 기여해 왔다. 지역지능화인재양성사업 또한 스마트팜(전남), 조선·해양ICT융합(부산), 무선통신융합(대전) 등 지역 주력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648명의 지역 재직자 고급 인재 등을 양성했다. 학·석사연계ICT인재양성사업도 모두 96개의 산업문제 해결형 연구교육과정을 편성하고 기업멘토 등 334명의 전문 교수요원 참여해 199명의 석·박사 인재들을 양성했다.

사실상 ‘박사 찍어내기’ 프로그램

다만 일각에선 이 같은 인재 양성 프로그램에 부정적인 의견을 드러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사실상 ‘찍어내기식’ 석박사 만들기 프로그램 아니냐는 지적이다. 영국의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은 ‘지식은 곧 힘’이라는 말을 남겼다. 이는 현재 시대에 ‘박사인력은 곧 국력’이라는 구체적인 뜻으로 이해되고 있다. 박사인력의 양적 향상이 국력 향상에 도움 되리란 점을 부정할 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양산 체제를 갖춰 매년 양적인 면에서만 일정 규모 이상으로 박사를 배출하는 데엔 부작용이 따를 수밖에 없다. 그 부작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과포화 문제, 또 하나는 질적 관리의 문제다. 전자는 주로 선진국에서 나타난다. 이미 경제가 고도성장 기조를 유지하기 어려운 단계에 진입한 나라에선 고급 인력을 소화할 수 있는 새 일자리는 창출하는 데 한계가 있다. 상당한 투자를 통해 양성한 고급 인력이 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적합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현상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후자는 대학이 양산해 낸 박사인력이 고급 일자리에 요구되는 수준의 직업 활동을 하기에 미흡한 역량을 가질 수 있다는 문제다. 전자가 시장 수요의 문제라면 후자는 대학의 공급 라인 문제다. 애초 학문 연구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목표량을 급하게 달성하려 했으니, 품질이 기대에 미흡한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우리나라는 박사학위 양산에 누구보다 적극적인 국가다. 네이처가 제시한 통계에 따르면 1998년부터 2006년까지 8년간 박사학위 배출 증가율만으로는 우리나라가 세계 5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대학원과정의 학업 성취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대학원에 입학하고 나선 어떤 이유로는 탈락하는 경우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사실상 ‘박사학위 양산 체제’에 있어 우리나라를 따라올 국가는 따로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배출되는 박사학위 소지자들은 정말 원하는 고급 일자리를 얻기가 힘들다. 그렇다고 시장 수요가 다 충족돼 있는 것도 아니다. 고급 인력이 필요한 부문은 여전히 부족한 부분을 메워줄 인력에 목말라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박사학위 수요·공급 괴리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그만큼 졸업생들의 실력을 담보할 수 있을 만한 교육 프로그램이 압도적으로 적다는 의미다.

의대에만 쏠리는 이유는?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보다 미래지향적이라 할 수 있는 공대 진학률은 점차 줄어들고 의대 진학률만 압도적으로 오르는 추세다. 대학 입학 사정에 의과대학이 여타 이과 전공을 앞지른 건 90년대 후반이다. 이는 금전적 문제와도 연관이 깊다. 국내 정부출연연구소(정출연)에 취직하는 국내 최고 명문대 출신의 공학도들의 연봉이 5천만원 언저리인 데 반해 의과대학 졸업자는 전문의가 아니어도 억대 연봉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이른바 ‘피안성’으로 통하는 피부과, 안과, 성형외과 등의 선호과 전문의들은 평균소득이 1억3천만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교육계 관계자들은 “국내 대학 교육의 질이 심각하게 저하된 데다 학생들이 새로운 도전을 하려는 생각은 전혀 없고 오직 고액 연봉만 찾는 경향이 심해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종면 고려대 기술경영의 교수는 “남들이 정의해 놓은 문제만 풀면 되는 시대를 넘어 개개인이 자신만의 문제를 찾아내는 일까지 추가된 시대가 왔는데 정작 학생들에게 주어지는 교육은 과거의 틀을 전혀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정곡을 찌르기도 했다.

우리나라 대학들이 ‘학위 자판기’로 전락한 건 이미 오래전의 일이다. 제대로 된 교육을 제공하기는커녕 돈 뿌리기식 정부 프로젝트 돌리기에만 바쁜 모양새란 것이다. 국내 공과대학들이 인력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지 않는 이상 지금과 같은 생산성 격차는 끝없이 이어질 것이다. ‘찍어낸’ 박사학위는 사실상 능력은 얕고 한계는 깊다. ‘석·박사 고급 인재양성’과 같은 공장 돌리기가 아닌 진정한 의미의 ‘교육 개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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