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美 양쪽서 끌려다니는 홍콩, 경기 둔화·고금리 등 악재 ‘겹겹이’

금융지표 변동성 줄었지만, 시장 내 불안정성 여전한 홍콩 홍콩, 中 위드코로나 전환에서 경쟁력 회복 못해 무역적자도 ↑, 경제 지원 조치 필요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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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 유 홍콩금융관리국 총재/사진=홍콩금융관리국

홍콩통화청(HKMA)이 미 연준(Fed)의 금리 인상에 따라 기준금리를 5.50%에서 5.75%로 25bp 상향 조정했다. 홍콩은 올 1월 중국과의 국경 재개방 등을 통해 경제를 살려냈으나, 이번 미국 금리 인상으로 인해 다시금 악재에 빠졌다. 특히 정책적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본토의 경제 지원 조치 방침이 경제 안정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여부마저 미지수에 빠졌다.

홍콩, 미국 따라 기준금리 25bp 상향 조정

홍콩은 1983년 이래 미국 달러당 7.75∼7.85홍콩달러(약 1,305원~1,322원) 범위에서 통화 가치가 움직이도록 달러 페그제(고정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움직임에 자동으로 보조를 맞출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실제 홍콩은 미국을 따라 작년 이후 기준금리를 11차례, 총 525bp 올렸고, 이에 따라 홍콩의 기준금리는 2008년 1월 5.0% 이후 15년 만에 최고 수준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시장에선 이번 금리 인상이 홍콩 경제에 미칠 영향력을 주시하고 있다. 홍콩은 1분기 경제 성장률 2.7%를 기록하며 시장 전망치(+0.5%)를 훌쩍 웃돌았다. 지난해 마이너스 성장으로 경기 침체에 빠졌던 홍콩이지만, 올해 1월 중국과의 국경 재개방 및 주민에 대한 정부의 현금 지원을 이어가면서 경제를 살려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올해 1∼4월 홍콩의 부동산 거래는 2,049억 홍콩달러(약 35조원) 규모로 전년 동기보다 23% 급증했다. 특히 지난 3월 홍콩 주택 가격은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홍콩, 안도의 한숨 내쉬기엔 이른 듯

최근 홍콩의 시장금리가 완만하게 상승하는 가운데 주가 및 환율 등 금융지표의 변동성이 줄어들면서 홍콩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 내재된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실제 홍콩은 중국 정부의 부양책 발표 이후 경기가 살아나는 듯했으나 경기회복 지연 등으로 단기적 상승에 그쳤다.

지난 5월 홍콩 은행 간 금리인 하이보(Hibor) 하루짜리 금리가 급등해 지난 2019년 12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랐으나, 이내 내려앉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는 홍콩의 정책효과가 불확실함을 방증한다. 특히 지방정부 부채 이슈 등 재정건전성, 지정학적 리스크 등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상존하는 만큼 홍콩의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28일 홍콩 증시는 미국 장기금리 상승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고가인 인터넷주를 중심으로 매도가 출회, 반락 마감하기도 했다. 28일 홍콩 증시 상장 중국기업주 중심의 H주 지수는 전일보다 73.08포인트, 1.10% 떨어진 6597.60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항셍지수는 오전 10시 38분(한국시간 11시 38분) 시점에 79.29포인트, 0.40% 내려간 1만9,559.82로 거래됐다. 중국뿐 아니라 미국 시장에도 사실상 ‘끌려다니는’ 모양새가 된 셈이다.

사진=pexels

‘금융허브’ 홍콩, 세계 경제 둔화에 직접적 피해

홍콩 시장은 금융 서비스를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지난 3월엔 미국 은행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홍콩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당시 홍콩 항셍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65% 급락한 19,000.71로 마감했고, 한때 19,00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크레디트스위스(CS) 매각의 여파였다. UBS와 CS의 합병 과정에서 스위스 금융당국이 CS가 지닌 약 23조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AT1)의 가치를 ‘제로(0)’로 책정(상각)하도록 했던 게 불씨가 된 것이다.

AT1은 은행들이 자본조달을 위해 발행하는 채권으로, 은행 재무가 악화했을 때 투자자 동의 없이 상각하거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어 통상 주식보다 안전하다. 그러나 CS의 AT1이 휴지 조각으로 바뀌자 다른 은행들이 발행한 AT1도 위험할 수 있다는 불안이 퍼졌다. 이에 홍콩상하이은행(HSBC) AT1은 5센트 이상, 홍콩 뱅크오브이스트아시아는 장중 8.6센트 하락했다. 주식시장에서도 HSBC(-6.2%), 스탠다드차타드(-7.3%) 등 은행주가 폭락했고, 이는 결국 금융허브로 꼽히는 홍콩 항셍의 피해로 이어졌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중국 내수 부진으로 경제 여건이 나빠진 상황에서 고금리 악재까지 겹쳤다. 홍콩이 흔들리고 있다는 이야기도 과언이 아니게 된 셈이다. 이번 금리 상승으로 홍콩 내 1조8,000억원에 달하는 미상환 모기지론은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SCMP는 “금리 인상은 이제 막 불황에서 벗어난 지역 경제에 악재가 될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무역적자도 무시 못 할 수준이다. 홍콩 인구통계국이 발표한 지난달 홍콩의 전체 상품 수출은 3,374억 홍콩달러(약 56조7,574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1.4% 감소했다. 같은 기간 상품 수입액도 3,939억 홍콩달러(약 66조2,736억원)로 12.3% 줄었다. 5월보다 개선된 모습을 보이긴 했으나, 무역적자 자체는 566억 홍콩달러(약 9조5,212억원)로 1년 만에 가장 큰 수치를 기록했다.

홍콩은 중국의 위드코로나 전환 이후에도 국제도시로서의 경쟁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렇다 보니 일본 모리 기념재단의 글로벌파워시티지수(GPCI)에서 홍콩은 2021년 13위에서 지난해 23위까지 추락했다. 2016년 7위까지 올랐던 점을 생각하면 급격한 추락이다. 지난 3월 발표된 글로벌금융센터지수(GFCI) 평가에서도 홍콩은 싱가포르에 3위를 내주며 4위에 머물렀다. 세계 경제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홍콩의 실적 압박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홍콩이 하락세를 면하기 위해선 본토의 경제적 지원 조치가 불가피하나, 경제 지원 조치가 수요 안정에 도움 될지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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