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OTT 시대 종료, 1년새 요금 줄줄이 올린 美 OTT

‘스트림플레이션’, 물가 인상의 주범이 OTT? “기존 미디어 시장 잠식 완료”, 투자자들 ‘누적적자 해소’ 요구 “서비스 가격은 어차피 올랐을 것” 콘텐츠 투자 감소 우려도

pabii research

넷플릭스, 디즈니+등 글로벌 OTT 기업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월 구독료를 올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고객을 끌어모으기 위해 펼쳐 온 저가 정책을 종료하고 이제 이익을 내겠다는 계획이 아니겠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서는 ‘스트림플레이션’이라며 물가 인상의 주범으로 OTT를 지목하는 상황이다.

케이블TV보다 비싸진 OTT

지난 12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디즈니+와 넷플릭스 등 주목할 만한 OTT 플랫폼들이 월 구독료를 인상하기로 한 내용을 보도하며 “케이블 방송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콘텐츠를 볼 수 있던 미디어 황금기가 저물었다”고 표현했다. CNN에서도 “저렴한 스트리밍의 시대는 공식적으로 끝났다”고 보도했다. 8월 현재 미국 내 주요 OTT 서비스의 총 구독료는 87달러(약 11만6,667원)로, 미국 케이블 TV 패키지의 월 평균 지출액인 83달러(약 11만1,303원)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다.

OTT 플랫폼의 재무 상태를 살펴보면 만성적인 손실이 가격 인상 결정의 핵심 원인으로 보인다. 디즈니+는 지난 9일에 발표한 실적 발표에서 2분기에만 5억1,200만 달러(약 6,866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FT는 최근 금리 급등으로 증시가 휘청이는 상황에서 특히 OTT 기업들의 스트리밍 서비스 손실이 계속 커지자 투자자들이 등을 돌린 점도 가격 인상을 결정하게 한 주요 원인이라고 짚었다. 이와 관련해 데이비드 로저스 컬럼비아대학교 경영학 교수는 “스트리밍 서비스의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넷플릭스의 대담한 행보와 그 결과

최근 넷플릭스가 선보인 대담한 전략이 업계 전반의 가격 인상 행렬의 도화선이 된 측면도 있다. 넷플릭스는 저가 요금제를 폐지하고 계정 공유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미국, 영국 및 기타 100개 이상의 국가에서 계정 공유에 대해 7.99달러의 추가 요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당시 업계는 넷플릭스의 무리한 시도를 비웃었지만, 이같은 과감한 조치는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 업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5.8% 성장한 18억3,000만 달러(약 2조4,540억원)를 기록했다. 이를 참고한 디즈니+도 현재 계정 공유 금지 정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디즈니 역시 구독 가격을 급격히 올리고 있다. 디즈니+가 출시됐을 때는 요금제가 단순했다. 디즈니+만 볼 때는 월 6.99달러의 SVOD였다. 디즈니+는 지난해 10월 큰 변화를 줬는데, 광고 모델을 도입한 것이다. 광고 모델은 7.99달러, 광고가 없는 모델은 3달러 인상해 10.99달러로 올렸다. 디즈니는 올해 10월에는 디즈니+ 프리미엄을 3달러나 올려 13.99달러로 인상하고, 광고가 전혀 없는 프리미엄은 24.99달러로 인상한다. 기본요금제는 처음보다 7달러가 인상됐다.

이번 구독료 인상을 요율로 따져보면 20%가 넘는다. 4년 전 출시 가격과 비교하면 2배나 된다. 넷플릭스와 마찬가지로 수익성이 더 높은 광고 지원 요금제를 활성화하려는 밥 아이거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지난 2분기 실적발표에서 밥 아이거는 스트리밍 광고 시장이 성장하고 있고, 유선 TV 광고 시장보다 더 낫기 때문에 디즈니+와 훌루의 광고 모델이 유망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광고 지원 모델을 도입한 이후 디즈니+의 매출은 4% 증가한 반면 구독자 감소는 1%에 불과해 성공적인 도입이라는 평을 받는다.

문제는 이익을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콘텐츠 투자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돈은 더 냈는데 정작 볼거리는 없어지는 셈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밥 아이거 디즈니 최고경영자(CEO)는 “디즈니 스튜디오의 영화 제작 편수를 줄일 수도 있고, 영화 한 편당 들어가는 비용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출처=통계청

인플레이션과 코로나19 후유증

한편 경제 분석가들은 OTT들의 가격 인상은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당연한 선택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지난해 물가 상승의 주원인은 공급 차질에 있었다. 코로나19가 퍼지자 사람과 물자의 이동이 막혔고, 원자재를 생산하던 인력이 공급되지 않으면서 원자재 값이 급등한 것이다. 미중 갈등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차질도 물가 상승 기조에 기름을 부었다.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린 것도 원인 중의 하나로 꼽힌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세계 각국은 재난지원금 등의 명목으로 자국민들에게 현금을 뿌렸다. 우리나라도 4인 이상 가구에 100만원을 지급한 것을 비롯해 수차례에 걸쳐 재난지원금을 살포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거나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리면 인플레이션이 일어난다. 최근의 인플레이션은 두 가지 원인이 모두 합쳐진 상황으로 정도가 더 심할 수밖에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급여를 포함한 비용은 상승하는 반면, 소비자들은 높은 가격으로 인해 구매를 꺼리고 있는 데다 경기 침체로 인해 투자는 줄어들고 있다”며 OTT 플랫폼이 직면한 딜레마를 전했다. 막대한 콘텐츠 투자 비용과 수익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거대 스트리밍 업체들이 풀어가야 할 과제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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