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진료 플랫폼의 ‘날개 없는 추락’, 정부 제재 아래 숨은 ‘나태’의 그림자

닥터나우·나만의닥터 비대면진료 사업 종료 안전성에 신중 기한 정부, 플랫폼들은 “정부 규제 너무 심해” 일각선 “자구 노력 안 한 건 플랫폼 측 아니냐”는 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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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혁신 성장의 대표로 각광받던 국내 원격의료 산업이 붕괴 직전에 놓였다. 국내 비대면진료 플랫폼 업계 1·2위를 다투던 ‘닥터나우’와 ‘나만의닥터’가 이달 말 사실상 사업을 접기로 결정한 것이다. 각각 사업을 시작한 지 2년 9개월, 1년 10개월 만이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실시되고 있는 비대면진료 시범 사업이 환자와 병원 모두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의 안이한 태도와 준비 부족이 생태계 붕괴를 자초했다는 지적이 쏟아지는 가운데, 일각에선 비대면진료 플랫폼의 자구 노력이 전혀 없었던 것이 정부의 태도와 맞물려 역시너지 효과를 냈다는 비판도 나온다.

비대면진료 플랫폼 잇달아 ‘폐업’

24일 업계에 따르면 닥터나우와 나만의닥터 등 국내 주요 비대면진료 플랫폼 업체들이 이달 말 시범 사업 계도기간 종료에 맞춰 비대면진료 사업을 종료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범 사업을 하고 있지만 각종 규제로 손발이 다 묶인 상태기 때문에 이용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이 아예 없다”고 비대면진료 사업을 종료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따라 내달 1일부터 환자들은 더 이상 이들 플랫폼을 통해 비대면진료 접수 및 화상진료 등 각종 서비스를 받을 수 없게 됐다. 다만 기존 이용자들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고객센터 상담 기능만 남겨둘 예정이다.

비대면진료 셧다운은 지난 6월 시범 사업이 시작되면서 사실상 이미 예고된 바 있다. 정부가 의약계 단체들의 입장을 수용에 이전에 없던 초진환자 비대면진료 이용 불가, 약 배송 금지 등의 규제를 더하면서 이용자들의 외면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원산협)에 따르면 8월 평균 비대면진료 요청 건수는 5월 대비 30% 줄었고, 동 기간 진료 취소율은 60%나 늘었다. 원산협 관계자는 “과거 ‘타다’에 대해서도 정부는 타다 활성화법이라고 주장했지만 들여다보니 지극히 예외적 상황에서만 타다를 허용하는 사실상 ‘금지법’이었다”며 “비대면진료도 시범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이미 폐지된 것이나 다름없었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안전성 > 편의성’ 공식 세운 정부

정부의 결정은 편의성보다 안전성에 더욱 신중을 기한 결과다. 대한의사협회 또한 국민 건강 침해 위험성이 높고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이유로 비대면진료 초진 불가 방침을 재확인한 바 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지난해 비대면진료 제도화에 대응하기 위한 ‘비대면진료 필수 조건’ 연구에서 ‘초진 불가 재진 원칙’을 못 박았다. 비대면진료를 초진부터 허용하면 안전성이 대면진료 대비 낮을 수밖에 없다는 게 의협의 입장이었다.

의협은 “대면진료는 환자가 진료실을 걸어오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환자의 표정, 걸음걸이, 동작, 소리, 냄새 등 다양한 정보를 수렴해 질환에 대해 추정하고 진단하게 된다”며 “대면진료의 첫 단계에서 의사는 시진, 청진, 촉진, 문진, 타진 등을 통해 환자의 질환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얻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진료 과정은 오랜 시간 동안 다른 어떤 방법보다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받은 방법이나, 비대면진료는 촉진과 타진이 불가능해 환자를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비대면진료를 오랫동안 시행해 온 해외 국가에서도 코로나19 이전 초진은 허용되지 않았다고 의협은 설명했다. 의협은 “일본의 경우 초진을 항구적으로 허용하고 있으나, 이 역시 일반적인 초진이 아니다. 기존에 대면진료를 했던 단골 병·의원 의사(주치의)에게 온라인을 통해 진료받도록 하거나, 부득이한 경우(거주지 이탈) 단골 의사 의뢰서를 받아야만 비대면진료를 다른 의사에게 받도록 하고 있다”며 “비대면진료를 허용하고 있는 대부분의 국가는 비대면진료에서 초진은 진료 형태가 아니라고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초진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의협의 목소리에 정부는 “비대면진료 시범 사업 방안에서 의료 접근성과 안전성의 균형을 맞추려 노력하겠다”고 밝혔으나, 실질적으로는 안전성에 더 무게추가 달린 모양새를 보였다. 정부는 비대면진료 플랫폼에 ‘대상이 아닌 환자’에게 비대면진료를 제공할 가능성을 사전 차단하기 위한 기술 개발 및 조치를 요구했으나, 플랫폼들은 난색을 표했다. 제도·법률적 한계가 해소되지 않는 한 해당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 개발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플랫폼들은 “비대면진료 시범 사업의 평가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으나, 결국 비대면진료 시범 사업은 종전과 다름없이 그대로 진행됐다. 사실상 제2의 타다 사태가 발생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사진=UTOIMAGE

비대면진료 플랫폼의 몰락은 ‘스스로 불러온 재앙’?

다만 일각에선 “비대면진료 플랫폼들이 자구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은 점이 스스로를 몰락시킨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근본적으로 오진 확률을 줄이기 위한 기술적 노력, 환자와 의사 간 상호작용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개선 노력을 일체 하지 않는 등 자구 노력을 하지 않으면서 법률적 문제 등만 논하며 발전 가능성을 파묻고 가만히 있었던 건 오히려 플랫폼 측 아니냐는 것이다.

오진은 환자의 생명을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문제다. 환자의 생명을 보장하기 위해 오진 위험성을 줄이려는 노력을 비대면진료 플랫폼들이 제대로 했느냐 묻는다면, 그렇다고 선뜻 대답하기는 다소 어렵다는 게 대중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비대면진료가 먼저 시행된 미국 의료진들이 현지 헬스케어 뉴스 서비스 세컨드 오피니언과 진행한 인터뷰를 살펴보면, 이들 또한 “비대면진료는 환자 참여를 높일 수 있으나 대면이 필요한 환자를 선별하거나 오진을 하는 등 불안정성이 여전히 높다”고 강조했음을 알 수 있다. 비대면진료 오진에 대한 책임 소재마저 불분명한 상황에서 아무런 제재 없이 환자들을 이끌 수 있으리라 생각한 비대면진료 플랫폼들의 ‘대패’, 이것이 비대면진료 플랫폼 몰락의 진실 아니냐는 목소리가 구석구석에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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