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 위탁개발생산 매출 42% 소부장 ‘수입’에 썼다? 국산 바이오 소부장 기업의 비애

5,000억원 들여 바이오 소부장 수입해 온 삼성바이오로직스, 국내 기업은 ‘찬밥’ 고객사 명확한 수요 파악 불가능, 허둥대는 소부장과 외면하는 CDMO 이대로는 K-바이 얼마 못 버틴다, 정부 지원으로 ‘후방 산업’ 기초체력 다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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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exels

우리나라의 바이오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분야 수입 의존도가 바이오의약품 제조 역량 대비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의 국내 바이오 소부장 기업이 기업 규모, 기술력 등 한계에 부딪혀 허덕이는 가운데, 해외 기업들이 ‘물량 공세’를 쏟아부으며 바이오 소부장 국산화가 차일피일 미뤄지는 양상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바이오 시장이 전방 산업만 있고 후방 산업은 없는 기형적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금의 수입 중심 원가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할 경우, 경쟁력을 갖추기는커녕 미래 바이오헬스 시장에서 글로벌 바이오 선진국의 ‘속국’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소부장 공룡’에 밀린 국산 기업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는 올 상반기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에서 4,739억원을 원부자재 매입 비용으로 지출했다. 이는 CDMO 사업 매출의 무려 42% 수준이다. 여기에 바이오의약품 개발업체인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출을 포함하면 총 원부자재 매입 비용은 5,231억원에 달한다. 주된 원부자재 매입처는 미국 써모피셔·싸이티바, 독일 머크·싸토리우스 등 글로벌 바이오 소부장 업체였다.

이처럼 글로벌 업체가 바이오의약품 제조 업체의 수요를 흡수하는 가운데, 국산 바이오 소부장은 시장에서 아직 ‘찬밥’ 신세다. 수십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글로벌 업체에 비해 규모와 기술력 측면에서 턱없이 열세기 때문이다. 해외 발주처 및 미국 식품의약청(FDA)의 높은 기준 역시 국내 바이오 소부장 기업의 시장 진출을 막는 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글로벌 소부장 업체들은 국내 시장에서 물량 공세를 이어가며 국산 기업들을 궁지로 몰아가고 있다. 실제 바이오 핵심 장비 국산화에 성공한 코스닥 상장사 A업체는 최근 국내 기업에 제품을 납품하기로 했으나, 막판에 외국계 업체에 납품 기회를 뺏겼다. 해외 업체가 장비 50대를 무료로 제공하는 조건을 내걸며 장비 소모품 계약을 유도한 것이다.

국내 바이오 소부장의 현실은?

현재 바이오 시장은 미국 등 의약품 시장을 선도하는 국가를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바이오 소부장 시장 역시 소수 글로벌 기업이 선점하고 있다. 국내 바이오 소부장 분야는 명백한 ‘후발주자’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바이오 소부장 국산화 비율을 6%로 추산한다. 우리나라 수출 주력 산업인 자동차 부품의 국산화 비율이 99%, 반도체 소재가 50%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부진한 수치다.

바이오 소부장 국산화를 위해 산업통상자원부가 2020년 9월 ’바이오 소부장 연대협력 협의체‘(이하 협의체)를 구성했지만, 좀처럼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소속 기업들이 수요 기업에 자사 제품을 ‘납품했다’는 사실 자체를 성과로 내세울 정도다. 협의체는 셀트리온・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수요기업 13곳과 아미코젠・이셀 등 공급기업 48곳,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한국바이오협회 등 지원기관으로 구성된 단체다.

국내 바이오 소부장 기업이 맞닥뜨린 가장 큰 난관은 수요 기업이 어떤 기준·규격의 제품을 원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제품 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야 할 명확한 글로벌 기준, 규격을 알지 못한 채 무의미한 공정을 반복, 시간과 비용을 허비하게 되는 것이다. 수요 기업 입장에서는 길을 잃고 헤매는 국내 바이오 소부장 기업의 제품을 굳이 밸리데이션 리스크를 감수하며 사용할 이유가 사실상 없다.

밸리데이션은 어느 특정한 공정, 방법, 기계 설비 또는 시스템이 미리 설정된 판정 기준에 적합한지를 검증 및 문서화하는 과정이다. 바이오 기업이 소부장 납품 기업을 변경할 경우, 기업은 그와 연관된 모든 밸리데이션 과정을 다시 거쳐야 한다. 업계에서는 “CDMO 기업들이 굳이 리스크를 감수해가며 글로벌 소부장 업체를 떠나 소규모 국산 기업과 거래할 이유가 없다”며 고개를 내젓고 있다.

“바이오산업 한계 가까워온다”, 정부 지원 절실

소부장 국산화가 지체될 경우 국내 CDMO 대기업 역시 머잖아 한계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다.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시장 내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현재 원가 구조로는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가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우리나라가 글로벌 바이오 시장에서 침몰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호소가 제기된다.

실제 정부는 바이오 소부장 국산화를 위한 지원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바이오를 포함한 신산업 분야로 ‘소부장 특화단지’ 지정 대상을 확대한 것이 대표적이다. 소부장 특화단지로 지정될 경우 산업기반시설 및 공동 연구개발 인프라의 설치 및 운영 등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된다. 이 밖에도 정부는 지난 6월 신설된 ‘소재부품장비 공급망 센터’를 활성화하고, 올해 하반기에 ‘산업공급망 3050 정책’을 수립해 체계적인 공급망 관리를 추진할 예정이다.

하지만 정부 지원만으로는 글로벌 선두 기업들을 따라잡는 데에 한계가 있다는 비관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결국 국내 기업이 글로벌 업체와의 ‘물량전’에서 지지 않을 만큼 기초 체력을 다져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모태펀드 등이 수익성과 무관하게 국내 바이오 소부장 기업의 성장을 위해 적극적인 투자를 실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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