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개시결정으로 경영정상화 나선 디피코, 153억원 투자한 강원도는 ‘한숨만’

초소형 전기차 생산 기업 디피코 경영정상화 돌입 3조원 생산유발 기대했던 강원도, 지원 사업 연이은 실패 전문가 “생산·판매·유통 등 전체적 가치사슬 구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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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디피코

토종 전기차 기업 디피코가 법원으로부터 회생절차개시결정을 받아 경영정상화에 나선다. 디피코는 하반기 출시 예정인 신형 모델을 앞세워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디피코를 비롯한 전기차 업체들을 유치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은 강원도의 고민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서울회생법원은 20일 디피코에 대한 회생절차개시결정(2023회합100124호)을 내리고 기존의 송신근 대표이사를 관리인으로 선임했다. 송 대표는 디피코의 창업주이자 47년 경력을 보유한 엔지니어다. 이같은 법원의 결정은 디피코가 회생절차 신청을 낸 지 불과 20일 만에 이뤄진 것으로, 시장은 디피코의 정상화 가능성이 높게 평가됐다고 풀이하고 있다.

회생 계획 인가 전 M&A에 박차

법원은 오는 10월 4일까지 디피코의 회생 채권자, 회생담보권자 및 주주의 목록을 제출받고, 이후 10월 5일부터 18일까지는 회생채권, 회생담보권 및 주식을 신고받는다. 이어 회생채권과 회생담보권의 조사를 거쳐 12월 13일까지는 회생계획안을 제출받는다. 채권자집회에서 회생계획안이 가결되면 법원은 이를 이에 대한 인가 여부 검토에 들어간다.

디피코는 회생절차개시와 동시에 법원의 허가를 받아 회생 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M&A)절차에 속도를 높인다. 회생계획 인가 전 M&A는 회생절차에서 신규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로, 채무를 조기에 변제하고 신속히 정상기업으로 복귀하기 위해 자주 활용되는 방안이다. M&A 형태는 현재 인수 의향을 보인 이들을 비롯한 투자자를 물색해 조건부 투자자를 선정하는 ‘스토킹호스 비딩(Stalking horse bidding)’ 방식을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스토킹호스 비딩은 매각 공고 전 인수 희망 예정자와 조건부 인수계약을 체결한 후 공개입찰을 통해 더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입찰자가 없으면 인수인으로 최종 확정하는 방식으로, 수의계약과 공개입찰의 장점을 결합해 매각 성공률을 높일 수 있고 신속한 추진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송 대표는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투자자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 등 걱정이 많았는데, 회생절차가 개시된 만큼 신속하게 정상화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무리한 사업 이전-시설 확충에 팬데믹 직격탄까지

1998년 설립된 디피코는 해외 자동차 제조회사에 대한 통합 엔지니어링 서비스를 기반으로 성장했다. 2018년부터는 초소형 전기 화물차 개발에 착수했고, 2020년 5월에는 본사를 강원도 횡성군으로 이전했다. 이후 완성형 전기차 ‘포트로’ 시리즈를 개발해 판매했다.

현재 국내에서 1톤 미만의 전기 화물차를 개발해 생산하는 업체는 디피코가 유일하다. 디피코의 주력 상품인 포트로 P250 모델은 우체국을 비롯해 서부발전소, 한국중부발전, 대우조선해양, 롯데슈퍼 등에 납품되며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글로벌 사업 장애와 생산 시설 확대에 따른 수익 악화가 겹치며 유동성 자금 확보 실패로 이어졌다. 투자 유치에 번번이 실패하며 물품 대금을 지급하지 못한 디피코는 생산 중단을 맞았고, 임금까지 밀릴 정도의 극심한 경영난에 직면했다. 그 결과 2022년도 감사 과정에서 감사인의 ‘의견 거절’을 받았고, 곧이어 주식 거래를 비롯한 모든 경영 활동이 중단됐다.

이전까지 판매한 약 1,300대의 차량에서 잔고장이 속출했지만, A/S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며 기업의 평판도 나빠졌다. 배달 목적으로 디피코의 초소형 전기 화물차를 구입했다고 밝힌 한 자영업자는 “매일 배달을 해야 하는데 차를 사놓고 세워만 두고 있다”며 “전화 연결조차 안 돼 답답한 노릇”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디피코는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인 포트로 P350 모델이 약 200대의 사전 예약을 받는 등 시장에서 충분히 인정받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회생절차에 돌입했다. 해당 모델이 모터 출력을 높이고 배터리 옵션을 추가해 고속도로에서도 주행이 가능해 활용 가능성이 높은 만큼 빠른 경영정상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디피코 관계자는 “초소형 전기 화물차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데다 디피코는 관련 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이기에 이번 회생절차를 통해 충분히 정상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강원특별자치도, 디피코

강원도 미래전략 사업 연이은 위기에 ‘지방 기피 현상 심화’ 우려도

당초 경기도 군포에 있던 디피코를 강원도 횡성으로 옮겨오며 2,680여 명의 고용 창출을 비롯해 3조원의 생산유발과 7,663억원의 부가가치유발 등 경제적 파급효과를 기대했던 강원도는 시름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추진한 각종 지원 사업이 5년도 못 버티고 철수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 출시된 강원도 배달앱 ‘일단시켜’는 지난 7월까지 총 27억원의 예산이 투입됐지만 저조한 이용률을 거듭하다가 오는 10월 15일 서비스 종료를 앞두고 있으며, 지난해 4월 출시된 블록체인 기술 기반 민원 통합서비스 플랫폼 ‘우리도'(나야나)는 7월 기준 누적 가입자 수가 13만 명에 그치는 등 도민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우리도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에는 국비와 도비, 민간투자까지 총 51억5,000만원이 투입됐다.

이번 디피코의 기업회생 절차 역시 정상화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것은 물론, 정상화가 이뤄진다고 해도 강원도가 기대하는 수준의 각종 성과를 거두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강원도와 횡성군은 디피코가 입주한 횡성우천산업단지를 수출 주도형 이모빌리티 클러스터로 조성한다는 명목하에 각각 153억원, 80억원을 출자했다. 디피코 역시 도장 공장 설립 과정에서 42억원의 지방촉진투자보조금을 지원받았다.

벤처 업계는 이같은 대규모 지원에도 디피코가 경영 악화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면서도 사업에 필요한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은 지방에 사업체를 두는 기업가들이 갈수록 더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를 내놨다. 이에 대해 양오석 강원대 경제학과 교수는 “관 주도 미래전략 사업들은 ‘사업 구축’ 단계에만 집중한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생산, 판매, 유통에 이르는 전체적인 가치사슬에 중점을 둬야 성공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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