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항공청 ‘속도전’에도 예산은 ‘뚝뚝’, 건전재정 기조 아래 우주 산업은 ‘고사’ 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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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항공청 5월 말 개청, 인재 영입에도 '속도'
기관별 업무 조정 문제 '여전', 개청 후 알력 다툼 여지 있어
예산 삭감 못 면한 우주 산업, 우주항공청 제 역할 할 수 있을까

국가 우주컨트롤타워인 ‘우주항공청’이 이르면 5월 말 경남 사천시에 문을 연다. 정부는 우주항공청 개청과 동시에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연구기관과 조직·사업 이관, 전문인력 확보, 청사 마련 등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특히 우주항공청장을 비롯해 연구 인력 200명, 행정인력 100명을 확보하기 위해 남은 4개월 동안 국내외 우수인력을 전방위 채용·영입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적절한 인력 확보 역량 및 이를 유지하기 위한 예산안이 턱없이 모자란 것으로 나타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윤석열 정부의 R&D(연구개발) 예산 삭감의 여파를 피하지 못한 탓에 그나마 책정돼 있던 예산마저 바람 앞의 등불이 됐다는 비판도 쏟아진다.

“우주항공청, 스카우트 방식으로 인재 영입”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우주항공청 관련 브리핑을 열고 “내부 주요 보직은 전문성을 가진 분들을 스카우트(영입) 방식으로 모실 것”이라며 “연구원 레벨이나 행정업무 인력은 전입·공채 등을 통해 충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소관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한국천문연구원도 우주항공청 밑으로 이관한다고 전했다. 이 장관은 “이를 위해 이사회 구성, 정관 개정 등 관련 절차를 진행한다”며 “우주항공청 내 전문성이 필요한 주요 보직은 항우연·천문연을 비롯해 미국항공우주국(NASA), 일본우주항공개발기구(JAXA) 등 해외 인재도 적극 등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NASA나 JAXA 등 해외에 한인 과학자를 비롯해 우수한 인재들이 많다”며 “러시아나 인도 등에도 훌륭한 외국인들이 있기 때문에 외국인이나 이중국적자를 뽑을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항우연·천문연에 계신 분들이나 국내 산업체 분들도 우주항공청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해 우수 인재를 선발할 것”이라며 “청장은 4개월 안에 모셔 올 예정이고, 4개월 안에 영입하지 못한 인력은 앞으로 또 청장을 통해 채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기정통부는 우주항공청 특별법에 맞춰 시행령안과 조직 운영을 위한 인사·조직·사업관리 등 관련 규정 30여 건을 마련할 방침이다. 현재 범부처에 산재돼 있는 우주항공청 소관 사무는 우선 과기정통부와 산업통상부 업무와 사업만 이관하는데, 외교부·국방부 등의 업무는 차차 우주항공청과 협의해 이원 추진하기로 했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우주항공청 개청을 통한 목표로 ‘2045년 세계 5대 우주강국’을 꼽았다. 5대 강국 기준은 우주산업이다. 과기정통부는 우주항공청을 기반으로 현재 1%에 불과한 우주항공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10%까지 올리고 약 50만 개에 달하는 신규 일자리를 창출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장관은 “5대 강국이란 산업적 측면에서 우위를 가져간다는 것”이라며 “우리 정부는 우주항공청을 통해 우주항공기업 2,000개 이상 육성, 50만 개에 달하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 세계 시장 점유율 10%까지 확대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우주항공청 설립은 2032년 달 착륙, 광복 100주년인 2045년 화성 탐사를 통해 글로벌 우주강국으로 도약하는 위대한 발걸음의 시작”이라며 “우주항공 산업 활성화는 국가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개청 전부터 ‘우려’, “좁은 인재풀 뚫을 수 있을까”

다만 일각에선 우주항공청 개청 이전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우리나라 특유의 좁은 인재풀을 뚫고 경쟁력 있는 인재를 충분히 끌어올 수 있을 만한 역량이 우리 정부에 있느냐는 본질적인 의문이 떠오르기 시작한 탓이다. 정부는 우선 국내외를 막론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영입하고 임기제 공무원의 경우 민간 전문가 채용을 적극 추진한단 방침이나, 차후 우주항공청이 그만한 인재 영입 역량을 갖출 수 있을지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로 남아 있다. 정부가 구상한 만큼의 인력을 당장 채용할 수 있을 만한 환경이 마련돼 있지 않은 만큼 개청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인재 영입에 나서야 할 텐데, 이 과정에서 결국 ‘시간 끌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아직 우주항공청과 여타 정부기관 사이의 업무 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우려 요소다. 이 장관은 이날 ‘과기정통부 산하 우주청이 외교부·국방부 등 상위부처 업무를 조정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현재 협의를 통해 외교부·국방부 등과 업무를 구분한 상태”라면서도 “우주안보 관련해서 외교부·국방부 등과 협의되지 않으면 업무에 중복이 생길 수 있다”고 답했다. 정부조직법 특성상 과기정통부 산하 우주청이 상위 부처인 외교부·국방부 등의 정책을 조정하기엔 한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정부는 국가우주위원회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격상하고 부위원장으로 민간 전문가를 선임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겠단 방침이나, 개청 이후로도 정부기관 사이의 알력 다툼이 발생할 여지가 남아 있다는 게 썩 유쾌한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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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도 ‘발목’, 건전재정 기조 아래 말라가는 ‘예산 줄’

턱없이 부족한 예산도 발목을 잡는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올해 우주항공청 예산은 과기정통부·산업부 업무 이관 예산까지 합해 총 8,000억원가량이다. 지난해 3월 출범한 스페인 우주청(Spanish Space Agency, AEE)의 경우 직원 수가 75명 남짓임에도 첫해 예산이 7억 유로(약 1조원)에 달했다. 각국의 인재 영입을 목표로 두고 있는 국내 우주항공청의 청사진에 비하면 8,000억원가량의 예산은 말 그대로 겨우 기관을 ‘유지’만 할 수 있는 정도에 그친다.

상황이 어려워진 건 윤석열 정부가 내걸고 나선 긴축 재정의 영향이 크다. 이 같은 경향은 우주 산업 분야 R&D 예산 삭감 기조를 보면 확연하다. 당초 과기정통부는 2024년도 우주분야 국제협력 R&D로 26억8,700만원을 요구했으나 실제론 36%(9억6,700만원) 삭감된 예산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NASA와 R&D를 추진하는 일본·캐나다 등이 매년 국제협력 예산으로 4,000억원 이상을 할애하는 흐름과 대비되는 양상이다.

이 장관이 공언한 ‘국산 소자부품 우주검증 지원’ R&D 예산도 당초 요구한 예산의 절반만 반영됐다. 과기정통부는 총 28억원을 요구했지만, 실제 반영된 건 14억원 남짓이다. 국산 소자부품 우주검증 지원 R&D는 국산 전기·전자 소자·부품의 우주검증, 반도체 기술개발 성과물의 우주용 부품 활용과 우주검증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 장관이 지난해 5월 취임한 이래 역점을 두고 추진한 사업 중 하나임에도 절반만 반영된 건 우리나라의 현황을 잘 설명해 준다.

미래 우주분야 인재육성 예산도 삭감됐다. 과기정통부는 ‘한국과학우주청소년단 지원’ 사업으로 9억2,700만원을 요구했으나 실제 반영된 건 6억5,500만원 선이었다. 각 분야에서 난도질당하다 보니 과학계는 정부의 의중에 물음표를 던지는 모양새다. 관련 예산을 전부 삭감해 역량 저하가 가시화하는 상황에서 우주항공청 개청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지적이다. 애초 우주항공청 개청에 필요한 예산마저 부족한 상황이니만큼 과학계의 볼멘소리는 더욱 커져만 간다.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에 따라 R&D 예산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건 사실이나, 정부가 추진하는 우주항공청이 단순 보여주기식 정책에 그치지 않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과감한 투자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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