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잊힌 ‘가장’의 죽음들, 중장년 남성 고독사 위험 특히 높아

pabii research
'고독사 위험' 여성보다 남성이, 청년·노년보다 중장년이 높아
은퇴·이혼으로 자리 잃어버린 중년들, 사회에서 모습 감춰
근본적인 원인은 '사회 구조'에 있다? 정부 정책 실효성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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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여부·성별·연령 등 특정 조건이 고독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최근(2017~2021년)의 고독사 사례를 톺아보면 여성보다는 남성이, 청년·노년보다는 중장년층이 고독사에 취약했다는 것이다. 나주영 부산대학교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학술지 ‘보건사회연구’ 최신호에 실린 ‘법의부검 자료를 통한 대한민국 고독사에 관한 고찰’ 논문을 발표, 이같이 밝혔다.

중장년층 남성 고독사 많아, 알코올 중독 흔적도

고독사는 사회적 고립 상태로 생활하는 사람이 자살·병사 등으로 홀로 임종을 맞이하고,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야 시신이 발견되는 죽음을 말한다. 나 교수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시행한 664건의 고독사 법의부검 자료를 분석, 고독사 시신의 ‘특징’을 취합했다. 그 결과 남성(108명) 고독사 시신이 여성(20명)보다 5배 이상 많다는 점이 확인됐다. 나이대별로는 50대가 51명(39.8%)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이어 60대(30명, 23.4%), 40대(28명, 21.9%) 순이었다.

고독사 시신 발견에 소요되는 평균 기간은 26.6일이었다. 고독사를 가장 많이 발견하고 신고하는 것은 이웃 또는 건물관리인, 임대인 등인 것으로 확인됐다. 가족이 시신을 발견하기까지는 평균 17.6일이 걸렸으며, 복지 공무원에 의한 발견은 평균 12.3일이 소요됐다. 수도·전기·가스 검침 등 일상 공무 수행 중 발견한 경우를 포함하면 발견 소요 기간은 평균 67.8일에 달한다.

알코올·약물 오남용으로 인한 폐해도 있었다. 고독사 사망자 63%에서 0.03% 이상 혈중알코올농도가 확인됐다. 고독사 사망자들에게서 검출된 평균 알코올농도는 0.074%였으나, 시신 부패로 인한 체내 알코올 형성을 고려해 0.03%를 기준으로 삼았다. 알코올농도 0.03%는 음주운전 단속 기준 자제력 상실, 판단력 감소 등으로 인해 술에 취한 상태를 의미한다. 한편 10건의 극단적 선택으로 인한 고독사 중 5건의 사인이 ‘약물 중독’이라는 사실도 확인됐다.

50대 남성은 왜 사회에서 잊혔나

보건복지부의 고독사 실태조사(2017~2021년)에 따르면 고독사 사례는 매년 8.8% 정도 증가하고 있다. 남성 고독사의 증가율은 매년 10%, 여성 고독사의 증가율은 5.6% 수준이다. 꾸준히 증가하는 고독사 사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다름 아닌 50~60대 중장년층 남성이다. 2021년에는 전체 고독사(3,378명) 가운데 50~60대 남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58.6%에 달하기도 했다. 나 교수의 분석과 일치하는 흐름이다.

지난해 발표된 ‘고독사 위험군’ 통계 역시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복지부에 따르면 전국에 ‘고독사 위험군’은 약 152만5,000명에 달한다. 전체 1인 가구(717만 명) 5명 중 1명은 고독사 위험군에 속하는 셈이다. 고독사 위험군 비중이 가장 높은 연령대는 50대(33.9%)였으며, 이어 60대(30.2%), 40대(25.8%) 등 순이었다. 고독사 위험군은 2022년 1인 가구 9,4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표본조사 결과를 토대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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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unsplash

중장년층 남성의 고독사 위험이 특히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보건복지부는 50·60대 남성이 건강 관리와 가사 노동에 비교적 익숙하지 못하며, 실직·이혼 등으로 위기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한다. 특히 중년 남성이 노화로 인한 사고 경직에 취약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간이 흐르며 주변 상황이 변했음에도 불구, 이전의 관성에 따라 살며 자연히 고립되는 전철을 밟는다는 것이다. 실제 이들은 △가사를 책임지거나 △새로운 일자리 및 취미를 찾거나 △이웃과 친근하게 지내는 등 적극적인 ‘상황 개선’에 서툰 경우가 많다.

고독사, 정부 지원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일각에서는 고독사 증가를 막기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이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정부는 지난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임종 순간까지 인간의 존엄을 보장하기 위한 ‘제1차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2023~2027년)’을 발표한 바 있다. 해당 계획은 최초의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으로, 2027년까지 고독사 비중을 20%까지 경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본계획에는 △고독사 위험군 발굴 및 위험 정도 판단 △사회적 고립 해소를 위한 연결 강화 △생애주기별 서비스 연계·지원 △고독사 예방·관리 정책 기반 구축 등 정부 차원의 예방책이 다수 포함됐다. 기본계획 발표 당시 이기일 복지부 제1차관은 “최근 우리나라는 1인 가구 중심의 가족 구조 변화와 감염병 장기화로 인해 사회적 고립이 심화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이에 따라서 고독사도 역시 증가하고 있다”며 현 사태에 대한 경각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사후 처리’용 정책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중장년층 남성의 고립은 정책 실패가 아닌 ‘사회 구조’에서 기인한다는 분석이다. 실제 현시점 대다수 중년 남성들은 평생을 ‘일’에 쏟아부으며 가정을 책임져온 이들이다. 이들은 은퇴 시기가 다가오면 삶의 최전선이었던 ‘일터’에서 밀려나게 된다. 순식간에 금전적·사회적 위기에 시달릴 위기가 크다는 의미다. 노화로 인해 이전처럼 일자리를 찾고, 근면하게 일하기도 쉽지 않다. 이 같은 위기를 이겨내지 못할 경우, 이들은 자신의 자리를 잃어버린 채 고립돼 잊히고 만다. 고독사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 지원보다 ‘사회 구조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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