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인간 뇌에 컴퓨터 칩 이식 성공”, 갈 길 먼 ‘아바타’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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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럴링크 개발 ‘텔레파시’ 첫 이식 
학문적 수준에 그쳤던 BCI, 2020년대 들어 비약적 발전
윤리적 문제 해소 및 안전성 확보는 과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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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럴링크의 뇌 이식 칩/사진=뉴럴링크

전기 자동차 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인간의 뇌에 컴퓨터 칩을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생각만으로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 복잡한 기기를 조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머스크는 이같은 기술을 통해 인류의 수명을 기록적으로 늘릴 수 있다고 자신했지만, 의료계를 비롯한 사회 각계에서는 안전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모습이다.

“2030년까지 2만2,000명에게 이식하는 게 목표”

머스크는 29일(현지 시각) 자신의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뉴럴링크가 어제 뇌 임플란트 이식에 처음 성공했으며, 이식받은 환자는 현재 잘 회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뉴럴링크의 첫 뇌 임플란트의 이름은 ‘텔레파시(Telepathy)’”라고 소개했다. 머스크에 따르면 해당 제품은 이식받은 자의 생각만으로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포함한 거의 모든 기기를 제어할 수 있다.

머스크는 텔레파시를 소개하며 “스티븐 호킹이 속기사나 경매인보다 더 빠르고 능숙하게 의사소통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고 말했다. 스티븐 호킹은 영국의 저명한 물리학자로, 21세에 루게릭병을 진단받고 굳어버린 몸으로 50년 넘게 학업과 연구를 계속한 인물이다. 2018년 사망한 호킹은 생전에 인텔에서 지원해 주는 음성 합성 도구로 의사소통을 했으며, 이 때문에 사람의 뇌와 기기를 연결할 수 있는 신기술에 매우 긍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뉴럴링크는 머스크가 2016년 설립한 뇌신경과학 스타트업이다. 설립 이후 줄곧 사람의 뇌에 이식해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뇌 임플란트’ 개발에 주력했으며, 지난해 5월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해당 기술에 대한 임상 시험을 승인받았다. 이후 공식 홈페이지 등을 통해 임상 시험 참가자를 모집했고, 곧바로 첫 환자 수술에 착수했다.

뇌 임플란트는 전극을 통해 뇌의 신호를 인식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뉴런’이라는 명칭으로 익숙한 뇌 신경세포는 전기적 신호를 통해 신체를 움직이기도 하고, 주변의 상황을 인식하는 등 명령을 내린다. 이때 뉴런에는 일종의 패턴이 나타나게 되는데, 뉴럴링크의 기술은 이같은 패턴을 해독해 컴퓨터로 전송하는 역할을 한다.

뉴럴링크는 이번 임상 시험을 위해 척수 손상 등 요인으로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환자 또는 루게릭병 환자를 모집했다. 뉴런의 패턴을 읽어 복잡한 기기를 조작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팔과 다리를 움직일 수 없는 환자들이 착용하는 로봇용 팔이나 다리 등을 조작하는 단계부터 단계적으로 기술을 고도화하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머스크와 뉴럴링크는 올해 11명을 시작으로 2025년에는 27명, 2026년에는 79명의 뇌 임플란트 수술을 계획 중이다. 향후 2030년까지 2만2,000건의 수술을 완료하는 것이 목표다. 머스크는 “머지않아 미래에는 뇌 임플란트가 시력 감퇴를 교정하는 라식·라섹처럼 흔한 수술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 속 ‘환상’에서 눈앞의 ‘현실’로

영화 ‘매트릭스’, ‘아바타’ 등에서 다뤄진 바 있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는 컴퓨터로 사람의 생각을 읽고, 이를 통해 기기를 조작하는 기술이다. 2004년 브라운대학교에서 뇌과학을 연구하던 존 도너휴 교수는 강도에게 습격받아 척수가 마비된 전 미식축구 선수 매튜 네이글에게 ‘브레인게이트(BrainGate)’를 이식하며 BCI를 처음 시도했다. 당시 네이글은 브레인게이트를 이용해 컴퓨터를 조작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실험은 성과보다 과제를 더 많이 남긴 채 종료됐다. 직경 1㎝ 안팎의 굵은 전선들이 환자의 머리에서 컴퓨터까지 연결돼야 했고, 컴퓨터의 크기도 상당했다. 주어진 공간에서만 활용이 가능한 것은 물론, 정확도 역시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이후 20년 가까이 학문적인 수준에만 그쳤던 BCI 기술은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머스크의 뉴럴링크를 비롯해 프리시전뉴로사이언, 블랙록뉴로테크, 싱크론 등 다수의 기업이 연이어 기술 고도화에 성공하면서다. 프리시전뉴로사이언의 경우 뉴럴링크보다 앞서 BCI 장치의 뇌 이식에 성공했고, 블랙록뉴로테크는 생각만으로 움직일 수 있는 로봇 팔을 개발했다. 또 한때 뉴럴링크가 인수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진 싱크론은 뇌졸중으로 언어 기능을 상실한 환자의 생각을 읽은 후 문장으로 전환하는 AI 모델 스텐트로드(stentrode)를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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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럴링크 연구진이 인공 뇌에 칩 이식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사진=뉴럴링크

안전성 확보 전까진 상용화 어려워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각종 질병 치료를 넘어 인류의 수명을 기록적으로 늘리고, 영생을 누리도록 하겠다”는 머스크와 뉴럴링크의 자신감이 현실화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룬다. 최근 들어 BCI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은 사실이나, 인간의 뇌는 아직 해석되지 않은 영역이 더 많아 인간과 기기의 완전한 동기화를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많은 기업과 연구소가 인간의 뇌에 접근하기 위해 동물 실험을 거치지만, 이 과정에서 대두되는 윤리적 문제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실제로 뉴럴링크는 2016년 설립 이래 꾸준히 동물 실험을 진행해 왔는데, 미국 의회에 보고된 바에 따르면 뉴럴링크의 실험에 동원된 원숭이들은 칩 이식 후 마비와 발작, 뇌부종 등 각종 부작용을 겪거나 심한 경우 목숨을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통신은 2018년 이후 뉴럴링크의 실험으로 죽은 동물이 총 1,500마리에 달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처럼 많은 생명을 희생한 실험에서도 충분한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뉴럴링크에서 퇴사했다고 밝힌 한 신경외과 의사는 지난달 30일 미국 인터넷매체 복스와의 인터뷰에서 “뉴럴링크의 실험 과정 중 뇌에 이식된 칩을 통해 전극이 전해질 때마다 뇌세포에 손상이 가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런 기술이 진짜 사지 마비 환자를 돕는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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