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가에 당일배송까지” 물류망 구축 나선 알리, 중국발 ‘암초’에 국내 업계는 ‘침몰 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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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익스프레스 "배송 기간 연내 1일 이내로 줄일 것"
국내 유통업계 잠식 심화, "도·소매 시장 전반이 중국 손으로"
알리 MAU 1년 새 2배 '급증', "초저가부터 당해낼 겨를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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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표 쇼핑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상품을 주문했을 때 배송까지 걸리는 기간이 연내 1일 이내로 줄어들 전망이다. 1년 전만 해도 한 달 넘게 소요되던 배송 기간을 지난해 중반 들어 일주일 이내로 줄이더니, 올해엔 하루 만에 배송하겠다고 공언했다. 핵심은 물류다. 한국에 자체 물류 거점을 구축함으로써 쿠팡, 네이버 등 종전의 국내 e커머스처럼 ‘익일·새벽배송’ 시스템을 갖추겠다는 게 알리의 주요 목표다. 중국 e커머스가 물류망을 바탕으로 중고가 제품 시장까지 공략하기 시작하면 국내 e커머스 시장이 완전 잠식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진다.

알리, 국내 물류센터 짓는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알리는 연내 국내 물류센터를 짓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지금은 한국에서 알리를 통해 상품을 주문하면 ‘중국 집화→중국 물류센터 입고→중국통관→선박 및 비행기 선적→한국 도착→한국통관→한국 물류센터 입고→소비자 배송’ 등의 긴 절차를 거쳐야 하기에 배송 기간이 필연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앞으로 국내에 물류센터를 설립하면 그곳에 물건을 쌓아두고 소비자가 주문하는 즉시 배송할 수 있는 만큼 한국통관 이전 절차를 모두 스킵할 수 있다. 배송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질 수 있단 의미다. 현재 소비자에게 직접 전달하는 ‘라스트마일 배송’의 경우 국내 파트너사인 CJ대한통운에 계속 맡기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e커머스가 공격적으로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서는 이유는 ‘경기 불황’ 때문이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중국 경기가 꺾이면서 내수만으론 버틸 수 없게 되자 해외 시장에 대한 대대적 공세를 시작한 것이다. 이에 대해 투자업계 관계자는 “해외 시장 확대는 절박한 사정에 놓인 중국 기업들의 불황 타개책이자 성장의 새로운 동력”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한 물류망 구축도 이런 측면에서 중요하다. 이미 강력한 제조 인프라는 갖췄으니 글로벌 물류 시스템을 결합해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더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공략 대상은 한국만이 아니다. 알리익스프레스의 모회사인 알리바바는 지난달 미국 시장에 특화된 물류 시스템을 갖추고 ‘5일 이내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업계에선 한국 물류센터 추진이 인근 일본까지 진출하기 위한 포석이란 해석도 나온다.

CJ 등에 업은 알리, ‘원데이 배송’도 눈앞으로

알리의 한국 시장 물류망 구축은 작년부터 시작됐다. 알리는 지난해 6월 평택항과 가까운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옌타이에 각각 3만㎡ 규모의 ‘한국행 전용 물류센터’를 지었다. 물류센터에 제품을 보관하고 있다가 한국에서 주문이 들어오면 즉시 배로 실어 나름으로써 배송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겠단 목표였다. 실제 알리는 물류센터 설립 이후 종전 한 달 남짓이었던 배송 기간을 일주일 이내까지 단축할 수 있었다. 차후 국내에 물류센터가 본격적으로 들어서면 쿠팡처럼 ‘원데이 배송’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원데이 배송에 뒤따를 시스템 행정에 대한 부담도 문제없다. 알리는 이미 중국 내에서 특급 배송 서비스 ‘차이냐오 익스프레스(Cainiao Express)를 통해 당일, 익일 문 앞 배송을 시행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CJ대한통운의 지원도 국내 시장에 진출하려는 알리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앞서 알리는 CJ대한통운과 손잡고 해외 직구의 최대 단점으로 꼽히는 배송 기간 단축에 상당한 성과를 거둔 바 있다. 기존 1~2주가량 소요되던 직구 상품 배송 기간을 대한통운과의 협업 아래 3~5일까지 단축함으로써 직구 진입장벽을 대폭 낮춘 것이다. 시장 잠식이 우려된다 해서 CJ대한통운이 발을 뺄 이유도 없다. CJ대한통운은 알리의 국내 진출로 외려 수혜를 입은 기업이기 때문이다. CJ대한통운은 인천에 e커머스로 들어오는 직구 물량을 소화하는 수입 물류센터를 따로 운영 중인데, 해당 센터의 대부분을 알리 물량이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위 ‘햇반전쟁’ 이후 쿠팡의 강대한 영향력을 다소 짓누를 수 있을 만한 알리를 구태여 손에서 놓지는 않을 것이란 게 시장의 대체적인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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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업계는 ‘몸서리’, “시장 잠식 심화할 것”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업계는 불안감에 몸서리치는 모양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한국에 ‘알리 물류망’이 깔리면 주력 판매 상품도 단순 공산품에서 하이테크 제품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전까지는 한국 소비자들 사이에 중국 서비스 이용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지만, 최근엔 알리·테무 등이 대중화하면서 중국 직구(직접구매)에 대한 소비자들의 심리적 저항감이 많이 줄었다”며 “TCL, 샤오미 등 중국 브랜드 제품의 성능이 국내 못지않게 올라온 만큼 시장 잠식이 확산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국내 e커머스 업체들의 주력 상품 중 하나가 중국에서 생산된 저가 제품이었던 만큼, 현지에서 직접 매입해 유통 마진을 줄이는 ‘초저가’ 알리에 국내 업체들은 당해낼 겨를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앱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알리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지난해 초 300만 명대에서 지난달 약 717만 명으로 두 배 넘게 급증했다. 벌써부터 국내 e커머스 2위 자리(11번가·759만 명)를 위협하고 있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알리를 넘어선 ‘초저가’ 전략을 내세운 도매 플랫폼인 1688닷컴도 한국 진출을 타진하고 있단 점이다. 쿠팡과 G마켓, 11번가 등 국내 오픈마켓 판매자들 상당수가 중국 내 배송 대행업체를 통해 1688닷컴에서 제품을 구입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차후 국내 도·소매 시장 전반이 중국에 잡아먹히는 가능성까지 점쳐진다. 중국에 비해 내세울 것 없는 국내 유통업계엔 시한부 판정이 내려졌다. 결국 정부와 유통업계 차원의 자구책 마련이 시급하지만, 결국 성장세를 회복하기엔 국내 업체만의 셀링 포인트가 부족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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