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숙 이행강제금 2024년 말까지 유예”, 국토부 입장에도 거주자들은 “근본 대책 아냐”

국토부 “생숙 숙박업 신고 기간 추가 부여 및 제도개선” 원희룡 장관 “호텔로 태어나 주거용으로 사용, 생숙 정체성 고민해야” 하나부터 열까지 다른 건축 규정, 오피스텔 전환 사실상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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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2일 열린 공공기관 감사부서장 회의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발언 중이다/사진=국토교통부

정부가 주거 용도로 사용하는 생활형 숙박시설(생숙)에 대한 이행강제금 처분을 2024년 말까지 유예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수분양자들을 중심으로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고민의 흔적이 없는 허울뿐인 대책”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25일 국토교통부는 생숙 숙박업 신고 계도기간을 내년 말까지 연장하며 사실상 ‘벌금’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 처분을 유예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생숙의 상당수가 다주택자의 규제 회피 수단 및 투기 목적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 만큼 생숙을 주거용으로 이용할 수 없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오피스텔 용도 변경 마친 생숙 1% 수준에 불과

2021년 국토부는 건축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생국을 숙박업으로 의무 등록하도록 규정하며 주거 용도로 사용을 원하는 경우 2년의 특례 기간 내 오피스텔 등으로 용도를 변경하도록 했다. 해당 특례 기한은 오는 10월 14일까지로, 정부는 일찌감치 특례 연장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이같은 정부 발표에 대해 생숙 수분양자들은 숙박업 등록이 쉽지 않다고 입을 모으며 반발하고 있다. 숙박업 등록을 위해서는 건물 출입구에 로비를 설치해야 하고, 층마다 세탁시설을 갖추는 등 세부 요건이 충족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공사가 끝났거나 마무리 단계에 있는 생숙들은 설계 변경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인천의 한 생숙 입주를 앞두고 있다고 밝힌 한 수분양자는 “법 개정 전에 분양한 생숙들은 시행사나 분양업체들도 주거용으로 홍보했고, 거기에 맞춰 시설을 지어서 숙박업 요건을 갖추기 힘들다”며 “국토부가 전국 생숙에 대한 실태 파악부터 하고 정책을 발표해야 하는데, 기간만 임시방편으로 연장했을 뿐 근본적인 대책은 없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지자체와 함께 숙박업 미신고 생숙에 대한 사용 실태를 파악해 추가적인 제도개선을 논의할 것”이라며 “관련 부처와 함께 분양 기준, 허가 절차 등 생숙 제도에 대한 발전 방안도 면밀히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토부에 따르면 2021년 건축법 시행령 개정 이후 지금까지 오피스텔로 용도를 변경한 생숙은 1,200여 실로 전체 생숙(10만3,000실) 중 약 1%에 불과하다. 오피스텔의 건축 기준이 생숙보다 까다로운 특례 기간 내 용도 변경이 쉽지 않았던 탓이다. 특례 종료 후에는 숙박업 신고 또는 오피스텔로 변경하지 않고 주거 용도로 사용하는 생숙에 대해 매년 공시가의 10%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원희룡 “생숙의 정체성 고민, 문제의식 갖고 접근”

그동안 정부는 이미 숙박업 등록이나 용도 변경 등을 마친 생숙 소유자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특례 연장은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 왔다. 하지만 생숙 수분양자들의 “내 집에서 편히 살고 싶다”는 목소리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며 정부가 관련 규제를 손볼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실제로 이달 18일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국토부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생숙의 경우 태어나기를 호텔로 태어나서 주거용으로 쓰이고 있기 때문에 근본적인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많다”며 “지난 정권에서 집값 급등기에 놀라 과징금을 매기겠다고 과한 엄포를 놓은 건데 이게 적절한지 문제의식을 가지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법으로 어떤 규제를 할 때는 지킬 수 있는 법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보는데, 버티니까 전부 합법화해 준다는 나쁜 선례를 남겨선 안 될 것”이라며 전방위적 규제 완화는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숙박업 신고도, 오피스텔 변경도 힘든 거주자들은 ‘한숨만’

생숙이 2011년 「공중위생관리법」 시행령 개정으로 ‘취사가 가능한 생활숙박업’이라는 명확한 법적 지위를 얻은 이후 “호텔처럼 관리해 주는 오피스텔인데, 가격도 저렴하고 절세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말만 믿고 분양받은 이들은 정부의 이행강제금 유예 방침에도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숙박업 미신고 생숙의 경우 벌금이 소급 적용되는 탓에 피해 갈 수 없는 상황인 데다가, 오피스텔 전환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오피스텔의 경우 발코니 설치 제한, 전용면적 85㎡ 초과 바닥난방 불가, 가구당 1대 이상 주차장 확보 등 생숙과는 전혀 다른 건축법의 규정을 받는다. 또 학령인구 유발에 따른 학교 추가 확보, 공공서비스 등 기반 시설 문제를 고려해야 하며, 생숙이 들어선 부지가 상업지역이라면 이를 주거지역 또는 준주거지역으로 바꾸는 지구단위계획의 변경이 선행돼야 한다. “용도 변경을 할 바에는 처음부터 새로 짓는 게 빠르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불가능에 가까운 셈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생숙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를 통해 논란을 종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당초 생숙을 주거용으로 홍보하고 판매한 편법이 벌어진 환경부터 천천히 짚어봐야 한다”며 “생숙의 존속 또는 보완 여부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를 미룰 수 없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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