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대학 재정 지원 스타트업 Frank, JP모건 1억7,500만 달러 매각 딜 사기 혐의 구속 기소

미국 대학 재정 지원 스타트업 프랭크, ‘가짜 사용자 400만 명 있었다’ 한화 2,300억원에 인수했던 JP모건이 고소, 미 증권거래위원회에서 구속 기소 한국에도 비슷한 사례 있을 수 있어, 몇몇 스타트업들 내부 쉬쉬하는 분위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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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학 재정 지원 스타트업인 ‘프랭크(Frank)’를 JP모건에 1억7,500만 달러(한화 약 2,308억원)에 매각한 설립자가 구속 기소됐다. 프랭크 서비스 이용자 숫자를 과다하게 부풀려 매각 가치를 높였다는 이유다.

JP모건에 따르면, JP 모건은 지난 2021년 인수 직후 실사에서 약 4,000,000명의 가짜 이용자를 발견했다. 합병 직후 이용자에게 이메일을 보냈으나 무응답 및 반송 비율이 지나치게 높았고, 이를 이상하게 여긴 담당자의 추적 끝에 이들 대다수가 실제 존재하지 않는 이용자라는 사실이 밝혀졌다는 후문이다.

프랭크 창업자 찰리 제이비스(Charlie Javice)/사진=JP모건

실제 사용자는 30만 명, 매각 당시 데이터베이스 상의 사용자는 425만명

JP모건은 2021년 프랭크를 인수하던 시점에 프랭크가 약 425만 명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고 파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가액을 산정하던 당시 JP모건은 대학생 가입자가 적은 것을 만회하고 사용자층을 확보하고자 프랭크 인수를 진행한 것인데, 데이터베이스 상의 이메일 대부분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사용자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 것이다.

JP모건의 발표에 따르면, JP모건이 계약을 앞두고 프랭크의 실제 사용자에 대한 상세 정보를 요구했을 때 제이비스가 익명의 데이터 과학 교수를 동원해 수백만 개의 가짜 계정을 만든 뒤 이를 JP모건 측에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사용자는 30만 명이 채 되지 않는데 400만 명 이상의 ‘진짜 같은’ 사용자가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데이터베이스를 교묘하게 조작해 기업을 매각했다는 뜻이다.

사실관계를 파악한 JP모건은 지난해부터 프랭크 서비스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고, 올해 1월 프랭크 서비스는 종료됐다. JP모건 CEO인 제이미 다이먼(Jamie Dimon)은 프랭크 인수는 ‘거대한 실수(Huge mistake)’였다고 지난 2월 공개석상에서 밝히기도 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사진=로이터

어떻게 진짜 같은 가짜 계정을 만들어 냈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제이비스와 데이터 과학 교수 사이의 이메일에는 “가짜 이메일이 눈으로 보기에도 진짜 같을까, 아니면 개인 ID를 만들어야 할까?(Will the fake emails look real with an eye check or better to use unique ID?)”라는 대화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짜 계정을 진짜 계정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해 사용자 이름, 계정 명칭 등등의 다양한 정보를 그럴듯하게 조작하는 조직적인 작전을 짰던 것이 밝혀진 것이다.

JP모건은 이번 사건으로 제이비스가 최소 450만 달러(한화 593억원)의 이득을 봤다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사용자 1인당 약 40달러(약 52,740원)에 책정된 매각 가액을 감안할 경우, 400만 명의 사용자 계정이 모두 가짜 계정이라면 JP모건의 손해액은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미드 실리콘밸리에 투자받으면서 기업 가치를 부풀리려고 사용자 숫자를 늘리겠다며 인도에 있는 팜(Farm)을 이용하는 사례가 있다”며 “어느 정도는 사실에 기반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이렇게 대규모로, 그것도 데이터 과학 교수까지 동원해서 전문적으로 이뤄지고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을 못 했다”고 말했다.

한국 스타트업들에게도 경종

역삼역 일대의 스타트업 관계자들의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어느 정도 과장이 있다는 것은 업계 전체에 팽배한 사실이지만, 30만 명도 안 되는 사용자를 무려 425만 명으로 늘린 다음 매각에 들어가는 것은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

시리즈 A 투자를 마친 한 스타트업 대표 B씨는 “우리도 앱스토어 과장 댓글을 500개, 1,000개씩 구매하라는 ‘충고’를 많이 받았었다”며 “그렇게 부풀리면 그다음 라운드 투자를 받을 때 눈높이를 못 맞춰서 결국 힘들어질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을 접었지만, 유혹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는 속사정을 밝히기도 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일부 스타트업들의 경우에는 실제로 사용자 부풀리기 등을 하고 내부적으로는 쉬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크X, 숨X 등의 주요 외주 플랫폼에서는 안드로이드 플레이스토어, 애플 앱스토어 등의 앱 다운로드 숫자를 임의로 늘려준다거나 댓글과 평점을 의도적으로 달아주는 등 전반적으로 정보를 왜곡하는 서비스가 한때 횡행했다가, 지난 2022년부터 플랫폼 자체적으로 음성화된 서비스들을 선별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다른 스타트업 C씨는 “스타트업이 생존을 위해 안 하는 게 없는 경우가 많아 조금 과장하는 것 정도는 눈 감을 수 있다는 분위기가 만연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렇다고 30만 명 사용자를 425만 명으로 늘려놓고 회사를 매각하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어 “한국에도 일부 스타트업들이 그런 거짓 사용자를 갖고 있다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고 “밝혀질 경우 스타트업계에 상당한 파장이 올 수도 있어 다들 쉬쉬하는 분위기”라고 언급했다.

한편 찰리 제이비스는 이번 기소가 확정될 경우 최대 30년 형을 선고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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