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점수로 서울을?” 연내 최저 기록한 서울 청약 가점

최저 기록했지만 일각에선 60점대 고가점자조차 서울 ‘청약 포기’ 서울 아파트 거래량 증가, 대출금리도 4%대 유지, 수요 집중 현상 직방 관계자 “지난달 청약은 충북(청주), 부산이 비교적 양호, 나머지는 부진”

pabii research

지난달 서울 아파트 청약 당첨 최저가점(평균)이 최근 1년 동안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또한 서울의 주택 시장은 수요가 많은 지역과 수요가 적은 지역이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이처럼 대한민국 심장부인 서울의 부동산 시장은 현재 독특한 수요 집중 현상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 어플 직방의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기 위해 필요한 평균 점수가 1년 만에 가장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평균 35.9점으로, 지난 2월과 3월의 평균 58.9점, 62.9점에 비해 크게 하락한 수치다.

특히 아파트 청약의 전국 미계약률은 26.6%로 전국에서 분양한 아파트 10가구 중 3가구 가까이가 청약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전국적으로 미분양률이 감소한 것은 매수자들이 서울 외곽의 경쟁력 있는 단지를 선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울 아파트 미분양률이 2월과 3월 각각 3.8%, 0.0%에서 12.0%로 상승한 것에서도 이러한 매수자들의 행동양식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나쁜 서울보단 좋은 지방?

서울의 미지근한 청약 시장과 달리 청주, 부산 등 일부 지역은 지난달 상대적으로 좋은 성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해당 지역의 특수한 여건 때문이다. 청주의 경우 밀집된 주거단지를 중심으로 대규모 생활권을 형성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SK하이닉스, LG생명과학 등 대기업이 입주해 있는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가 있어 잠재적 수요자들에게 매력적인 지역으로 꼽힌다. 반면 서울 부동산 시장은 수요자들의 선별적인 구매 행태가 반영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분양한 서울 강북구 ‘엘리프미아역 1-2단지’는 미계약률 16.7%로 저조한 성적을 보였다. 이러한 청약률 저조 현상은 엘리프미아역 단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국 소규모 단지에서 전반적으로 관찰되고 있다.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중요한 요소인 청약 점수가 하락한 원인은 강북 미아 지역에서 찾을 수 있다. 서울 강북구 미아동의 한화 포레나 미아는 최저 당첨 가점이 34점에 불과했다. 서울 브랜드 단지의 경우 보통 이보다 훨씬 높은 청약가를 형성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사실을 비춰볼 때 이례적인 결과다. 이처럼 한화 포레나 미아 분양에만 이례적인 결과가 나온 이유가 뭘까. 부동산 전문가들은 ‘분양가상한제’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서울 강북구의 경우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아 주변 시세 수준에서 분양가가 책정됐고, 이 때문에 해당 단지 전용 84㎡의 최고 분양가가 10억5,300만원으로 책정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인근 삼성 래미안 트리베라 2차 전용 84㎡가 올해 9월 11억3,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또한 9억원이 넘는 고분양가로 인한 중도금 집단대출의 불확실성도 해당 단지의 청약 성적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서울대입구역 더하이브센트럴’은 55점으로 포레나 미아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다. 75가구 규모인 더하이브센트럴의 전용 59㎡의 최고가는 7억4,000만원으로 같은 면적의 인근 시세보다 저렴했다. 여기에는 중도금 대출이 가능했던 점도 장점으로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3기 신도시 사전 청약 등 선택지가 늘어난 상황에서 중도금 대출이 힘든 일부 단지를 중심으로 고가점자들이 청약통장 사용을 주저했다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아파트 가격 상승세 살펴보기

강북구 미아동을 제외한 서울의 전반적인 아파트 당첨 커트라인은 치솟는 추세다. 지난해 말 20점대까지 하락했으나, 최근에는 50점대 후반까지 뛰어오른 만큼 50점대 통장으로도 안전권을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올해 초 1.3 규제 완화로 청약 가점 물량이 크게 줄어든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 ‘휘경 자이 데센시아’를 예로 들어보면 이 단지의 최고 당첨 가점은 전용 84㎡에 77점이었다. 이는 지난 3월 분양해 2만여 명의 청약자가 몰린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 자이 디그니티’의 최고가 75점보다 2점 높은 수치다.

지난 9일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시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의 전용면적 84㎡ 입주권은 지난 2일 17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올해 1월만 해도 부도설이 돌 정도로 심각했던 상황에 비춰볼 때 천양지차다. 특히 전용면적 84㎡의 분양가는 13억원 정도로, 일반분양가와 비교하면 프리미엄이 4억원 이상 붙은 것이다. 서울의 대표 대단지 아파트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의 전용면적 84㎡ 역시 지난달 20억원에 육박하는 19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헬리오시티는 지난 1월만 해도 15억대 매물이 나오는 등 가격이 급락했지만 순식간에 급등한 것이다.

이처럼 올해 전국의 아파트는 잠깐의 하락세가 무색할 정도로 계속 상승하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 4월까지 전국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1,699만 원으로 지난해(1,521만 원)보다 11.7%, 6년 전(1,161만 원)보다 46.3% 상승했다. 가점 물량이 줄고 커트라인이 높아지면서 50~60대 통장을 가진 고득점자들이 청약을 포기하는 ‘청포족’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는 아파트 분양가가 상승하고 청약 당첨이 어려워지면서 과거 당첨권을 가졌던 60대도 이제는 포기하고 구축 매수를 고민하고 있다는 의미다.

경기도 아파트 가격도 10억원을 넘어서고 있다. 최근 2~3년 사이 5억원에서 6억원대 가격을 형성하고 있었으나 두 배 가까이 오른 것이다. 이러한 추세는 서울이나 경기도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저금리, 주택 수요 증가, 주택 공급 감소로 인한 정부 정책 등 여러 요인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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