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모태펀드 결성에 ‘평균 166일’ 걸렸다, 올해는?

pabii research
9월 기준 12개 모태펀드 결성에 평균 98일 소요
이영 "65개 미결성 펀드, 대부분 연내 해소 가능"
평가 악영향 우려해 GP 반납 고려하는 운용사도

올해 모태펀드 결성 완료율이 15.5%에 불과해 대다수 운용사가 펀드 결성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벤처투자 혹한기가 길어진 여파로 풀이되는 가운데 모태펀드 선정 운용사들의 평균 결성 소요 시간도 지난해보다 20일 길어졌다.

20일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벤처투자 벤처금융연구소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지난해 모태펀드 선정 펀드의 결성 평균 소요 기간이 166일이라고 밝혔다. 이는 2021년 146일에 비해 20일 늘어난 수치며, 모태펀드 선정 펀드의 결성까지 걸리는 시간은 2020년(110일) 이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미결성 펀드만 65개, 연내 결성 여부 ‘불투명’

지난 9월 30일 기준 올해 모태펀드 결성이 완료된 12개 펀드의 결성 평균 기간은 98일로 집계됐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미결성 펀드가 65개에 달해 전체 평균은 지난해와 비교해 크게 치솟을 전망이다.

지난해 결성이 시작됐지만 지금까지 지연되고 있는 대표적인 펀드로는 ‘K-바이오백신펀드’를 꼽을 수 있다. 2022년 말 미래에셋벤처투자와 유안타인베스트먼트를 운용사로 선정하며 결성에 나선 해당 펀드는 1년이 다 돼가는 지금까지 펀드 결성을 완료하지 못했다. 지난 6월에는 미래에셋 측에서 운용사 라이선스를 자진 철회했고, 유안타 측은 오는 11월까지 펀드 결성을 완료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모태펀드 결성도 상황이 좋지 않다.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운용사로 선정된 77개 펀드 중 결성을 완료한 펀드는 12개로, 15.5% 수준에 불과하다. 결성이 진행 중인 65개 펀드의 운용사는 중소벤처기업부 소관이 36개로 가장 많았고, 이어 △문화체육관광부 18개 △과학기술정보통신부·특허청·교육부 2개 △국토교통부·보건복지부·환경부·해양수산부·고용노동부 1개 순이다.

정 의원은 “올해 모태펀드에 편성된 정부예산이 줄어들면서 운용사 선정 경쟁률이 역대급으로 높았는데, 이후 펀드 결성에 난항을 겪는다는 것은 심각한 상황을 의미한다”며 “올해가 이제 2개월밖에 남지 않았는데, 이대로라면 내년 모태펀드 운용사들과 뒤엉켜 투자 유치에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민간 주도 벤처투자를 이끌겠다던 중기부와 한국벤처투자의 장담이 무색해진 만큼 민간투자 활성화를 위한 보다 구체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GP 자격 반납 저울질하는 운용사들

이처럼 모태펀드 출자사업을 통한 자펀드 결성이 지연돼 정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는 지적에 이영 중기부 장관은 “남은 펀드 대부분 연내 결성이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지난 1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열린 중기부 국정감사에서 이 장관은 “지난해 하반기와 올해 상반기 전반적인 투자심리가 위축됐고,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등으로 VC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았다”며 “보통 결성을 완료하지 못하면 기한을 한 달씩 연장하는데, 올해가 가기 전 모두 완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중기부에 따르면 현재 5개 이상의 펀드가 최종 결성을 위한 막바지 단계를 밟고 있다.

하지만 VC 업계에서는 이 장관의 발언에 대해 다소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모태펀드 출자사업을 주관하는 한국벤처투자가 펀드 결성에 어려움을 겪는 운용사들에 기한 연장 등의 혜택을 주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차라리 펀드 결성에서 손을 떼고 위탁운용사(GP) 자격을 반납하는 것이 낫다는 인식이 고개를 들면서다. GP 자격을 반납하면서 받는 제재는 일회성으로 끝나는 반면, 심의 항목에 조기결성 능력이 포함돼 기한을 넘길 경우 평가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 VC 임원은 “기한에 맞춰 펀드를 결성한 VC와의 형평성을 고려하는 것은 맞지만, 기한 연장 제도가 투자자 확보의 어려움에서 비롯한 것임을 감안하면 최소한 불이익은 없어야 하지 않나”고 토로했다. 또 다른 VC 관계자는 “구체적인 운용사 평가 기준이 공개되지 않아 조기 결성 여부가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다만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펀드결성에 있어 추가적인 노력을 하는 운용사보다는 GP 자격을 반납하려는 사례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모태펀드 출자예산 확대에도, 업계 “기대는 일러”

이와 같은 상황에서 중기부는 내년 벤처·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모태펀드 출자 예산으로 올해보다 44.8% 늘어난 4,540억원을 편성했다. 이를 통해 총 1조원에 달하는 펀드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중기부는 “당면한 경제위기를 돌파하는 두 축은 수출 확대와 혁신적인 스타트업 활성화”라고 강조하며 “스타트업이 미래 성장의 동력이 될 수 있도록 정책 패러다임을 해외까지 확대해 우리 스타트업의 성장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꽁꽁 얼어붙어 있는 벤처창업 시장을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의지에는 공감하면서도 “펀드 결성 등 모태펀드의 원활한 운영을 위한 해결책을 찾기 전에는 ‘쏟아붓기식 예산 확대’가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자금 조달의 규모는 물론 그 시점도 중요한데, 모태펀드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기업의 생존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해마다 길어지는 펀드 결성 소요 시간이 벤처 생태계의 먹구름을 의미하는 만큼 정부의 예산 확대와 더불어 유연한 출자사업 전략 수립이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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