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vs 하마스 ‘신(新)중동 전쟁’ 3차 오일쇼크 부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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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 "이스라엘 사실상 지상 작전 시작"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길고 어려운 전쟁 될 것"
블룸버그 "세계 경제성장률 1.0%p 하락할 전망"
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자신의 엑스(옛 트위터)에 올린 경고문/출처=엑스

이란이 가자지구에서 사실상 지상전 단계에 돌입한 이스라엘을 두고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경고했다. 이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에 이란이 본격적으로 개입할 조짐이 보이는 만큼 유가가 배럴당 250달러로 치솟을 것이란 경고도 나왔다. 원유 가격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진정되는 듯했던 전 세계 인플레이션이 재개될 기미를 보이자 전문가들은 세계 경제의 앞날에 대한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이스라엘 총리 “하마스와의 전쟁 2단계로 접어들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8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날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추가 투입함으로써 하마스와의 전쟁이 2단계로 접어들었다”고 밝혔다. 앞서 이스라엘은 하마스와의 전쟁을 3단계로 분류하면서 1단계를 ‘가자지구 공습’으로, 2단계는 ‘지상전’으로 정의한 바 있다. 3단계는 하마스를 격퇴하고 가자지구에 새로운 치안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네타냐후는 2단계에 전면적인 지상전이 포함될지 여부에 대해서는 확답을 피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네타냐후 총리가 ‘침공’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의 지상 작전 시작을 알렸다”며 “하마스에 붙잡힌 인질 협상을 위해 가자지구에 점진적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전면전이 벌어지면 인질 구출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만큼, 네타냐후 총리도 “이번 전쟁은 이스라엘의 두 번째 독립 전쟁이며 길고 어려운 전쟁이 될 것”이라며 장기전의 가능성을 비쳤다. 이어 “이란의 지원이 없었다면 하마스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감히 이스라엘 군인을 전쟁 범죄로 비난하는 사람들은 위선자”라고 덧붙였다.

이에 이란은 즉각 강력 대응을 시사했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X(옛 트위터)에 “시온주의 정권의 범죄가 레드라인을 넘었다”면서 “이것은 모두가 대응조치를 취하도록 만들 수 있다”고 경고하는 글을 올렸다. 이어 “워싱턴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하면서 자신들은 이스라엘에 전방위적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며 “미국은 저항의 축(Axis of Resistance)에 메시지를 보냈는데 전쟁터에서 분명한 응대를 받았다”고도 했다.

확전 조짐에 국제 유가 출렁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지상전이 격화될 조짐을 보이자 2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일 대비 2.8% 상승한 배럴당 85.54달러에 마감했다. 브렌트유 가격도 2.9% 상승해 배럴당 90.48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주 브렌트유는 약 2%, WTI는 약 4% 하락했는데, 전쟁이 격화되면서 하루 만에 큰 폭으로 반등하며 중동 지역의 긴장을 고스란히 반영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시릴 비더쇼벤 힐타워리소스어드바이저 수석 연구원은 28일 오일프라이스닷컴에 “바이든 행정부가 이란에 더 강력한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원유 수요 증가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며,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단기적으로 유가가 배럴당 100~11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7월 27일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고위급 인사 3명을 제재 명단에 올리는 등 이란에 대한 제재를 강화한 바 있다.

현재 시장에는 최악의 경우 국제 유가가 배럴당 2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최근 보고서에서 전쟁이 이란과 관련된 분쟁으로 확대되면 유가가 배럴당 120~130달러까지 상승하고, 이란이 세계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250달러 이상으로 오를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IEA “새로운 오일 쇼크로 이어질 수도”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사실상 전면전을 개시하며 휴전 가능성이 희박해진 가운데 세계 경제에도 암운이 드리워졌다. 국제 유가 급등은 통제되는 듯 보였던 인플레이션을 재점화하고 있는 데다 통화 긴축을 마무리하려는 중앙은행의 계산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반세기 만에 처음으로 ‘오일 쇼크’가 발생할 것이라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번 분쟁이 새로운 오일 쇼크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24일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우리는 석유 시장에 다시 한번 충격을 줄 수 있는 중동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석유 수출의 3분의 1이 중동 지역에서 발생하며, 중동은 산유국일 뿐만 아니라 필수적인 무역 경로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전쟁이 장기화하고 미국과 이란의 관계가 악화할수록 유가 상승 폭은 더 커질 전망이다. 이란은 올해 초 미국과 관계 개선의 조짐이 보이며 하루 원유를 70만 배럴 더 증산했지만 언제라도 이 증산 결정을 철회할 수 있다. 블룸버그는 “이 경우 유가는 배럴 당 3~4달러가량 오를 수 있으며 전쟁이 레바논과 시리아 등으로 확전한다면 배럴 당 8달러 상승할 것”이라며 “세계 경제성장률은 전망치보다 1.0%p 하락해 1조 달러(약 1,335조원)가량의 손실을 전 세계에 입힐 것”이라고 분석했다.

메그나드 데사이 런던정치경제대 명예교수는 한 기고문에서 “(이번 사태는) 미국과 유럽의 인플레이션을 다시 두 자릿수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국제통화기금(IMF)도 유가가 10% 상승하면 글로벌 인플레이션율이 약 0.4%포인트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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