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2023년 10월 경제상황 평가’ 발표, “전 세계적으로 지정학적 불확실성 큰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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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기 침체 우려 씻어내고 연착륙하나
중국 부진 완화됐으나 부동산 리스크 존재, 유럽 고물가·고금리로 경기 회복세 둔화
한국은 IT 경제 반등으로 수출 및 경제 개선 흐름 보였으나 지정학적 리스크는 여전

한국은행 조사국이 발표한 ‘2023년 10월 경제상황 평가’에 따르면, 올 3분기 글로벌 경제는 당초 예상보다 개선된 요인과 부진한 요인이 함께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고용자 수가 증가하고 있는 데다 반도체 경기 반등 등에 따른 수출까지 개선되면서 올 4분기 들어 경제 부진이 점차 완화될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한은은 주요국 통화긴축 기조, 중국경제 향방에 이어 최근 중동상태까지 가세하면서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향후 리스크의 전개 양상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좌)반도체 현물가격, (우)국제유가/출처=한국은행

올 3분기 당초 기대보다 높은 경제 성장률 점쳐지는 미국

먼저 미국의 경우 견조한 노동시장과 소비에 힘입어 하반기 접어들면서 높은 성장세를 나타났다. 9월 한 달간 미국의 일자리는 33만6,000개 증가로, 7월의 23만6,000개, 8월의 22만7,000개보다 많이 늘었다. 강력한 노동시장은 실물경제에서의 소비 지출 확대로 이어진 모습이다. 지난 5월 소매 판매는 지난달 대비 고작 0.2% 늘어났으나, 이후 7~9월부턴 각각 0.6%, 0.8%, 0.7% 증가했다. 이와 함께 전 세계적으로 AI 관련 수요 호조, 주요 기업들의 반도체 감산효과가 나타나 현물가격이 반등하는 등 긍정적인 여건에 힘입어 반도체 경기도 점차 개선되고 있다.

이에 월가에선 올 3분기 미국의 실질 국내성장률(GDP) 전망치를 일제히 올려잡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3분기 전망치를 기존 3.7%에서 4.0%로 올렸다. 경제컨설팅사 하이프리퀀시이코노믹스 역시 3분기 전망치를 기존 4.4%에서 4.6%로, 4분기 전망치는 기존 1.0%에서 1.2%로 상향했다.

그러나 한은은 연말부터는 고금리와 신용긴축의 누적 효과가 발생하면서 미국의 경제 성장세가 완만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나아가 전미자동차노조(UAW) 파업, 2024년 정부 예산안 통과 난항, 학자금대출 상환 재개 등도 미국 경제 성장의 하방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한편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그간 재화물가, 에너지 가격 등을 중심으로 둔화 흐름을 이어왔으나, 최근 서비스물가의 높은 오름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결정적으로는 국제 유가 상승의 기저 효과로 반등한 모습이다.

다만 유럽, 중국은 완전한 회복세 보이진 못해

이와 반대로 유럽 경제는 고물가·고금리가 지속되면서 10월 들어 성장세가 미약해진 모습이라고 한은은 분석했다. 특히 독일, 이탈리아 등은 제조업 부진이 지속되고 있으며, 그나마 비교적 양호한 흐름을 보였던 서비스업도 최근 회복세가 완만해졌다고 덧붙였다. 인플레이션의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속적으로 둔화하면서 근원물가가 지난해 9월 이후 처음으로 4%대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향후 금리 인상 영향이 본격화되면 유로경제의 성장흐름이 더욱 꺾일 것으로 예측했다.

중국 경제는 미-중 갈등, 부동산발 리스크 등 대내외적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올 하반기 들어 부진이 다소 완화된 것으로 파악됐다. 8월 들어 내구재를 중심으로 소매 판매 증가 폭이 확대됐고 신규대출도 늘어났으며, 9월엔 제조업 및 비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개선됐다. 이는 2분기 이후 중국 정부가 거대 부동산 개발회사인 비구이위안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대응해 부동산 시장 부양 조치를 추진하는 한편, 통화·재정정책도 추가로 완화했기 때문이다. 다만 부동산 경기는 아직까지 회복 조짐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좌)소비자물가 상승률 및 기여도, (우)근원물가 상승률/출처=한국은행

향후 국내 경기는 완만한 개선흐름 보일 듯

이스라엘·하마스(팔레스테인 무장정파) 사태는 국제 유가 움직임, 나아가 국내 물가의 향방에 대한 주요 변수로 꼽힌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 원유 생산지가 아닌 만큼 양측의 충돌이 원유 시장에 끼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미비하나, 해당 분쟁이 이후 글로벌 주요 산유국인 이란을 포함한 중동으로 확전되면 국제 유가와 물가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격 이후 전쟁 개입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시사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전쟁에 개입하면 석유 수출이 중단되고, 국제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급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은은 이러한 대외적 리스크에도 국내 경기는 비교적 완만한 개선흐름이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최근 취업자 수 증가세 지속에도 불구하고 가계원리금 상환부담 증대 등으로 우리 경제는 더딘 회복세를 보였으나, 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수출 감소 폭이 축소되면서 종국적으로는 부진이 완화됐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최창호 한국은행 조사국장은 “앞으로도 국내 경제는 IT 경기 개선 흐름이 이어지면서 수출 기반 산업인 제조업을 중심으로 완만한 성장세를 지속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미-중 갈등, 러-우 전쟁, 이-팔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존재하고, 주요국 통화긴축 기조 장기화 등으로 향후 성장경로의 불확실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한편 국내 9월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최근 요동치는 국제 물가의 움직임에 크게 영향받고 있는 가운데, 유가와 농산물 가격이 전월에 이어 상당폭 오르면서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제외) 상승률과 일반인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은 3.3% 수준을 유지했다. 즉 통제할 수 있는 범위 한에서 우리 경제의 물가는 비교적 잘 관리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향후 물가흐름의 경우 근원물가 상승률이 수요 측 압력 약화 등으로 점차 낮아지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둔화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관측했다. 다만 글로벌 금리 격차로 인한 환율의 파급 영향, 최근 중동 상태의 영향으로 인한 국제유가 불확실성 등을 감안한다면 둔화 속도는 당초 예상보다 더 낮아질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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