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모기지 금리’, 고금리 장기화에 해외 주요국 대출자들 신음

유럽 주요 6개국 모기지 대출자 가운데 ‘영국 주택 소유자’가 가장 큰 타격 미국도 예외 아냐,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 23년래 최고치 기록 국내 대출금리 오름세에도 ‘가계대출 잔액’은 5개월 연속 증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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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주요국 대다수가 급격한 통화긴축을 시행하면서 모기지 대출자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유럽, 미국 등의 모기지 시장에선 모기지 금리가 연중 최고치를 경신 중인 가운데, 주택 판매가 줄고 모기지 상환액마저 급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상단이 최대 7.1%까지 치솟으면서 대출금리 오름세에 따른 가계부채 부담과 경기 둔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고강도 긴축에 유럽 모기지 대출자들 ‘몸살’

5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럽중앙은행(ECB)과 영국중앙은행(BOE)의 고강도 긴축에 유럽 전역의 모기지 대출자들이 차입 비용 증가로 재정적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FT는 특히 고금리 기조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면서 일부 유럽 국가들의 모기지 시장에서 큰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 옥스퍼드대 경제학자 존 뮬바우어 교수가 유럽 주요 6개국(독일·프랑스·영국·이탈리아·스페인·네덜란드)의 최근 모기지 금리 수준과 2015년 이후 주택 가격 상승률 등을 비교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스페인이 기존 모기지 평균 이자율 3.44%로 가장 높았고, 네덜란드는 2015년 이후 주택 가격 상승률이 가장 큰 폭(47%)으로 뛴 것으로 나타났다.

스페인의 경우 전체 미결제 모기지 550만 건 가운데 410만 가구가 변동금리를 적용받고 있다. 특히 지난 7월부터는 고정금리에서 변동금리로 전환되는 혼합 상품이 전체 신규 모기지의 37%를 차지하면서 변동금리 대출자가 확대되고 있다.

뮬바우어 교수는 고금리 장기화에 따라 가장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유럽인들로 영국의 주택 소유자들을 꼽았다. 그는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에만 140만 가구 이상이 저금리 국면에서 설정된 고정금리 모기지가 해지되면서 크게 상승한 고정금리 비용의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지난 20년간 변동금리 모기지 비율은 크게 줄어든 반면 고정금리 모기지 비율은 늘어나는 등의 구조적 변화 덕분에 취약성이 어느 정도 줄어든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8% 근접한 모기지 금리

미국의 모기지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5일(현지 시간) 미국의 대표적 모기지 업체인 프레디 맥의 발표에 따르면 미국의 30년 만기 고정 모기지 금리는 7.49%까지 치솟았다. 이는 지난주보다 0.17%나 상승한 결과로 23년래 최고치다.

해당 상품의 금리는 연초만 해도 6% 수준까지 하락했으나 지난 2월 이후 급격하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모기지 금리 상승세의 배경 역시 중앙은행의 급격한 통화긴축에 따른 고금리 장기화에 있다. 향후 기준금리가 전반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할 거란 우려가 모기지 시장에도 반영된 셈이다.

모기지 금리 급등에 따라 미국의 주택 판매도 크게 줄어들고 있다. 미국 모기지협회에 따르면 지난주 주택 판매는 6%로 급락하며 1996년 이후 30년래 최저를 기록했다. 미국의 한 부동산 데이터 제공업체는 “최근 10년물 국채 수익률과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간 격차가 크게 줄어들면서 모기지 금리가 재차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고금리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자 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미 국채 10년물 채권수익률도 최근 16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고위 관계자들이 지속적으로 매파적인 행보를 이어가면서 채권 시장을 압박하는 것은 물론, 고유가와 미 정치권발 불확실성 등도 국채 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 추이/출처=FRED

국내선 대출금리 올라도 주담대 대출 늘어나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금리 상승세는 국내서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긴축 기조 장기화로 인한 국채금리 상승과 금융당국의 은행채 발행 한도 폐지, 수신금리 인상 경쟁 등의 여파로 은행의 대출금리는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담대 변동금리(신규 코픽스)는 전일 기준 4.17~7.121%로 집계됐다. 특히 최근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상단이 7.1%를 넘어섰고, 주담대 5년 고정형 금리는 4.00~6.441% 수준으로 올라섰다.

이날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5대 은행이 8월 신규 취급한 주담대 평균금리는 농협 4.24%, 하나 4.39%, 우리 4.45%, 국민·신한 4.52%로 집계됐다. 시중은행보다 비교적 대출금리가 저렴한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도 각각 4.31%와 4.22%로 올라섰다. 은행권 관계자에 따르면 잔액기준 주담대 평균금리가 은행마다 차이는 있지만 평균 전월 대비 0.01~0.03%포인트 상승했다.

문제는 대출금리가 오름세에도 가계대출 잔액은 5개월 연속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682조3,294억원으로, 8월 말(680조8,120억원)에서 한 달간 1조5,174억원이나 불어났다. 가계대출 확대를 견인한 것은 역시나 주담대였다.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9월말 기준 517조8,588억원으로, 지난 8월 말(514조9,997억원)보다 2조8,591억원 급증했다.

가계대출이 불어난 데는 정부 정책과 변화한 부동산 시장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일부 은행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의 판매를 종료하거나 대상자를 제한하면서 최대한 돈을 빌린 차주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면서 “여기에 부동산 시장이 최근 바닥을 쳤다는 주장과 향후 인플레이션에 따른 분양 주택가격 상승 전망이 공감을 얻으면서 대출이 많이 증가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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