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전세 제도 개혁’ 의지 표명한 원희룡 장관, “임대차 시장 ‘큰 공사’ 할 것”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전세는 수명이 다한 것으로 본다” 전월세신고제 과태료 부과 시점 1년 연장 나날이 늘어나는 전세사기 피해자, 조속한 해법 나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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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사진=국토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전세는 수명이 다한 것으로 본다”며 전세 제도에 대한 개선을 예고했다. 원 장관은 대한민국 주거의 근간을 이루는 전월세 제도의 효용성이 한계에 이르렀으며 “근본적인 변화”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상한제, 전월세 신고제 등 임대차 3법을 시급히 개혁해야 할 대상으로 지목했다.

정부는 전월세 상한제 관련 처벌을 1년 더 유예하기로 결정했지만, 표면적인 조정 이상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임대료 인상률을 5%로 제한하고 계약기간을 2년으로 연장하는 것만으로는 임대차 시장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모든 아이디어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원 장관은 “세입자가 부족하거나 시세가 하락했다는 이유로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돈을 빌리고 반환을 미루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기존 전월세 관행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그는 이러한 관행이 계속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하며 올해 하반기에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전세 제도에 숨겨진 폭탄

전세 제도는 세입자가 부동산 가치의 50~80%에 달하는 상당한 보증금을 선불로 지불해야 하는 독특한 구조로, 우리나라에만 존재한다. 거액의 보증금을 통해 세입자는 임대 기간 동안 임대료 없이 거주할 수 있고, 임대인은 상당한 투자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전세 제도의 장점은 집값과 전세 보증금의 안정적인 유지와 더불어 공백 기간 없이 새로운 임차인과의 계약을 전제로 한다.

사실 전세 제도는 임대인과 임차인이 상당한 손실을 입을 가능성에 노출되어 있는 만큼 본질적으로 위험하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저축은행 및 대출 위기, 최근의 금리 인상과 같은 무수한 사례들이 전세 구조의 취약성을 드러낸 지 오래다. 위기 때마다 반복되는 ‘역전세’, ‘깡통전세’의 문제가 대두되면서 제도적 변화의 필요성에 대한 관심과 공감대가 높아졌다.

하지만 전세 계약이 본질적으로 금융 계약임에도 불구하고 사적이고 유연한 특성으로 인해 임대차 계약 규제에 상당한 어려움을 안고 있다. 현재 통용되는 전세 제도는 상업용 대출과 달리 채무 불이행에 대한 안전장치가 없어 임차인이 전세 사기와 깡통 전세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임차인이 임대인의 신용도나 연체 이력을 평가할 수 있는 수단이 사실상 전무하기 때문이다.

또한 전세는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갭투자를 조장해 시장의 역학관계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전세로 인해 주택 구입에 필요한 자기자본이 감소하면 집주인은 일반적인 규제 한도를 초과하여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전세 보증금이 주택 가격의 80%에 해당하는 경우 20%의 자기자본(갭 파이낸싱)만으로도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주택 가격이 떨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실제로 이러한 특성이 갭투자를 부추겨 가격 변동성과 거래 빈도를 증가시켜 부동산 시장 불안정성에 일조하고 있다. 이는 결국 과도한 가계부채 누적으로 이어져 경기 침체기에 더 깊은 불황에 빠질 소지가 다분하다.

전세사기대응 지자체 협력회의/사진=국토부

범정부 전세 사기 방지 대책, 이어지는 반발

전세 제도 개혁을 위해서는 전세 제도에 내재된 리스크를 완화하면서도 전체 인구의 15% 이상을 차지하는 전세 세입자를 보호해야 한다. 현재 정부에서는 과도한 가계부채 누증을 막기 위해 전세대출 보증비율을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임대인의 자금 운용 자유를 제한하는 에스크로 제도와 같은 대체 접근 방식은 보편적으로 지지받지 못하고 있다. 또한 보증금 폐지는 세입자의 주거비 증가와 같은 의도치 않은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시급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 2월 ‘범정부 전세 사기 방지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전세 사기를 예방하고 피해자를 지원하며 단속과 처벌을 강화한다고 밝혔으나, 정부의 전세 사기 원인 분석에 대해 논란이 일었다. 특히 주택시장 감정평가 기준을 개정하고 임대보증금 요건을 집값의 100%에서 90%로 낮추는 방안이 문제가 됐다. 이는 집주인이 집값의 10% 이상을 자기자본으로 보유하도록 의무화하여 ‘무자본 갭투자’ 사기를 방지하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이는 반대로 임대료가 90%를 초과하는 주택의 세입자가 더 이상 보증금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한편 ‘깡통 전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월세 보증금을 법적으로 제한하고 전월세 비율이 70%를 넘을 경우 임대인이 임대보증금 반환 보증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하는 등 다양한 방안이 제시되고 있으나 이마저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어지는 문제와 논란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전세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편해야 할 필요성은 여전히 분명하다. 주거는 국민 생활과 국가 경제의 중요한 요소인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종합적이고 면밀하며 실효성 있는 개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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