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외국인 투자자 차별 그만”,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되나

그간 불만 빗발쳤던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 30년 만에 역사속으로 사라진다 ‘보이스피싱’으로 강화된 통장 개설 규제, 금융당국의 새로운 숙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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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사진=금융위원회

수십년 간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인으로 지목된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가 오는 12월에 폐지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를 통해 그간 불발됐던 국내 증시의 MSCI 편입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신규 계좌 개설이 필수적임에도, 최근 보이스피싱 문제로 해외 거주자들의 통장 개설이 힘들어지면서 규제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 폐지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가 ‘자본시장 금융 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고 5일 밝혔다. 1992년 도입돼 30여 년 간 유지 온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를 폐지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는 지난 1월 25일 금융위 및 관계기관은 ‘외국인 투자자의 자본시장 접근성 제고 방안’의 후속 조치다.

지금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리나라 주식, 채권 등의 상장증권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금융감독원에 인적사항 등을 등록하고 ‘투자자등록번호(외국인 ID)’를 발급해야만 했다. 이러한 번거로운 절차가 외국인들이 우리 증시에 투자하는 데 큰 걸림돌로 작용하자, 그간 업계에서는 이를 철폐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1998년 상장주식에 대한 외국인의 거래 한도 제한을 원칙적으로 폐지하면서 현재 2,500여 개 상장사 중 33개 종목이 외국인 전체한도, 그중에서도 2개 종목만이 외국인 개인별 한도 관리 대상으로 축소됐으나, 증권사 관행상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는 변함없이 모든 상장 종목에 대해 유지돼 외국인 투자자들의 폐지 요구가 빗발치기도 했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앞으로 외국인 투자자 법인은 LEI, 개인 외국인 투자자는 여권번호를 활용해 증권사에서 바로 계좌개설이 가능해진다. 한편 기존에 투자자 등록을 한 외국인의 경우 기존 ‘투자등록번호’를 그대로 사용하도록 하여 제도 변경에 따른 불편도 최소화될 방침이다.

문제 많았던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

업계뿐만 아니라 학계에서도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오래전부터 나왔다. 국내 투자자가 나스닥 종목을 거래하는 경우 투자자 등록을 위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주민등록등본을 제출하지 않는 것처럼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도 ‘글로벌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투자자 등록제를 운영하는 경우가 없어 해당 제도를 두고 글로벌 투자자들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는 우리나라의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에도 걸림돌로도 작용했다. MSCI는 미국 투자은행 모건 스탠리가 만들어 발표하는 세계 주가지수다. MSCI는 미국계 펀드의 95%가 투자 지표로 삼을 정도로 투자시장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일반적으로 MSCI 지수에 편입되면 글로벌 펀드가 이들 종목의 일정 비율을 기계적으로 매수하기 때문에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코스피200지수에 특정 종목이 편입되면 ETF도 해당 종목을 추종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간 정부는 국내 증시의 MSCI 편입을 위해 지속적으로 다방면의 노력을 추진해왔으나, MSCI가 발표하는 ‘2022 시장분류 검토(Review List)’에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한 첫 관문인 ‘워치리스트(관찰대상국)’ 등재부터 불발되는 등 좌절을 겪어야만 했다. 외국인들로부터 불만이 폭주했던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와 함께 외환시장 접근성 부족, 지수 사용권 제한 등의 국내 증시의 고질적인 문제점들이 개선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이번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도 폐지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MSCI 편입은 물론,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에 대한 접근성이 제고되면서 외국인 투자가 더욱 확대될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해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를 폐지해서 외국인 투자자의 투자 상황이 확인되지 않으면 문제일 수 있지만 제도를 폐지해도 식별할 수 있고 국가기간산업 종목에 대한 투자 한도 제한도 유지되는 만큼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이나 악영향은 없을 것이며,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사진=금융감독원

기존 규제와의 충돌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그러나 일각에서는 보이스피싱이 기승을 부림에 따라 대포통장 차단을 명분으로 외국인 대상의 국내 계좌 개설이 어려워진 만큼 이번 시행령 개정안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중국 등의 해외 국가에서 교묘한 수법의 보이스·인터넷 피싱으로 국민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잦아지면서, 금융당국 차원에서 대포통장의 악용을 막기 위해 현재 관련 규제가 강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금감원은 금융위원회 및 관계부처 함께 사용자 본인이 지정한 단말기(최대 3대)에서만 공인인증서 재발급을 허용하고 있다. 나아가 해외 보이스·인터넷 피해사례를 고려해 3백만원 이상의 계좌 간 이체는 수취 계좌 입금 10분 후 인출이 가능하도록 ‘지연인출제’를 도입하는 한편 카드론 신청 금액이 3백만원 이상일 경우 2시간 이후 지연 입금을 의무화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증시에 뛰어든 외국인 투자자의 대부분이 덩치가 큰 만큼, 이번 시행령 개정안의 본격적인 도입 이후 증권사에서 계좌 개설을 진행할 시 위의 대포통장 개설 관련 규제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타이밍’이 생명인 트레이딩 싸움에서 지연인출제, 지연입금 등으로 인해 초과 수익에 대한 확률적 우위를 잃고 들어가야만 한다는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 철폐로 국내 증권 시장의 새로운 도약을 꾀하는 가운데 정부는 새롭게 생겨나는 규제 관련 이슈들에 대해서도 고민을 이어 나가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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