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VC ‘팁스’ 본격 참전, 스타트업 육성 역량 갖춘 AC만 살아남는다

AC들의 전쟁터였던 ‘팁스’, 올해부터 대기업·중소 CVC 운영사로 본격 선정 투자 규모 ‘뻥튀기’ 노리는 VC, 자체 역량 기반으로 ‘모기업 기술 확보’ 노리는 대기업 치열해지는 AC 업계 경쟁, 기존 AC 살아남으려면 자금력보다 ‘육성 역량’ 함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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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IPS 홈페이지

올해 신규 팁스(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 TIPS) 운영사에 △더웰스인베스트먼트 △라구나인베스트먼트 등 중소형 벤처캐피탈(VC)과 △교보생명보험 △CJ ENM 등 대기업이 이름을 올렸다. 중소기업창업지원법(이하 창업지원법) 개정 이후 최초다.

‘AC들의 전쟁터’였던 팁스 경쟁에 중소형 VC와 대기업 CVC가 참전하며 관련 경쟁이 격화하는 양상이다. 특히 자체적인 역량을 갖춘 대기업 CVC에 업계 기대가 실리며 기존 AC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AC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결국 자체적인 스타트업 육성 역량을 길러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신규 팁스 운영사, 중소 VC·대기업 포함

26일 벤처투자 업계에 따르면 팁스 운영기관인 한국엔젤투자협회는 올해 신규 팁스 운영사 34곳을 선정했다. 이번 신규 팁스 운영사에는 △중소형 VC 9개사 △대기업 2개사(교보생명보험, CJ ENM) △은행청년창업재단(이하 디캠프) 등 AC 라이선스가 없는 곳들이 포함됐다.

중소형 VC들이 팁스 운영사로 선정될 수 있었던 건 2021년 12월 창업지원법 개정 덕분이다. 이전까지 팁스 운영사는 AC로 한정돼 있었으나, 창원지원법 전면 개정 이후 △초기 전문 VC △중소·벤처기업 및 중견·대기업 △신기술사업금융전문회사 등으로 운영사 선정 대상이 확대됐다.

이번 팁스 운영사 선정에 특히 많은 중소형 VC가 도전한 것은 지난해 말부터 이어지는 ‘벤처투자 혹한기’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고금리 기조로 인해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출자자(LP)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VC 업계 전반은 펀드 조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트랙레코드(투자 회수 실적)가 부실한 중소형 VC의 상황은 한층 심각하다.

민간과 정부가 공동으로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하는 팁스는 신규 펀드 결성 없이도 투자금을 키울 수 있는 수단이다. 팁스 프로그램은 민간 운영사가 먼저 1억∼2억원 규모로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정부가 연구개발(R&D)·사업화·해외 마케팅 자금을 최대 10억원 규모로 연계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자금난을 겪는 VC가 정부 지원금을 보태 투자 규모를 키우고, 더 큰 수익을 노려볼 수 있는 활로인 셈이다.

스타트업 시장 진입 이끄는 ‘액셀러레이터 CVC’

지주회사 체제의 일반지주회사는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CVC 보유가 불가능했으나, 2020년 공정거래법 개정 이후 2021년 12월부터 지주회사의 CVC 보유가 허용됐다(VC, 신기사 형태 한정).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지주사 소속 CVC는 총 11개이며, 7개 CVC가 벤처기업 130곳에 총 2,118억원을 투자했다. 투자받은 130개 기업 중 73.8%는 창업 7년 이하의 초·중기 단계 벤처기업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금까지 국내 CVC는 AC 형태로 설립될 수 없었다. 하지만 올 초 정부가 국내 CVC의 새로운 유형으로 AC를 추가하겠다는 의향을 드러냈다. CVC의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유도하고, 이를 통해 스타트업 생태계 전반을 활성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대기업의 팁스 운영사 선정은 AC 형태 대기업 CVC 설립의 밑거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대기업이 초기 스타트업 투자에 뛰어드는 것은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일반적으로 CVC는 모기업의 사업 포트폴리오에 보탬이 되도록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는 특징이 있다. 자본 차익보다도 모기업에 필요한 기술 및 상품을 보유한 스타트업 발굴 및 M&A에 중점을 두는 셈이다. 스타트업은 단순 투자금 외에도 그룹 계열사와의 협업, 마케팅 등 비금융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업계가 특히 대기업의 AC 업계 진입을 반기는 이유는 국내의 초기 스타트업 육성 환경이 갈수록 척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AC 업계는 벤처 펀드 조성에서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4월 정부 주도의 ‘모태펀드 1·2차 정시 출자사업’에서 AC가 결성하는 벤처펀드에 대한 출자가 별도로 편성되지 않자, AC의 본연의 기능을 살린 펀드 결성 자체가 어려워진 것이다.

AC 경쟁 시대, 역량 갖춰야 살아남는다

한편 업계에서는 VC와 CVC의 참전으로 AC 업계 경쟁이 심화하며 ‘구조조정’이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창업기획자(AC) 등록제가 시행된 2017년 1월 이후 지난해 12월 말까지 국내에 등록된 AC는 총 417개에 달한다. 당장 AC끼리의 경쟁만으로도 생존이 벅찬 가운데, 탄탄한 자체 역량으로 무장한 업계 ‘뉴페이스’들이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차후 AC 생존의 관건은 ‘역량’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AC에 가장 중요한 역량은 결국 육성이다. AC는 초기 스타트업의 자금 문제뿐만 아니라 네트워크, 전문성, 아이템 선정·보완·검증 등을 보완해 주는 역할을 한다. 시드 자금을 제공하는 것은 AC의 역할 중 하나일 뿐, AC의 ‘본질’은 아닌 셈이다.

AC는 어디까지나 돈보다 역량으로 초기 스타트업을 육성해 나가야 한다. 이미 탄탄한 자체 역량을 보유한 대기업의 벤처투자 시장 진입이 초기 스타트업의 ‘활로’가 될 수 있는 이유다. 자금 유치에 문제를 겪으며 라이선스 반납을 고민하는 AC가 증가하는 가운데, 이들 생존의 관건은 결국 스타트업 성장을 위한 교육 및 인프라 제공 역량 함양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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