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제한폭 확대에 줄줄이 이어지는 공모가 상승, 제도 본질 잊었나?

15곳 중 12곳 공모가 최상단, 대부분 반짝 오른 후 공모가 밑돌아 희망가격 대비 최고 55% 올려, 가격제한폭 확대 부작용? 투자업계 “초저금리 정책 이후 처음 보는 공모가 버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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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유토이미지

상장 첫날의 가격제한폭이 확대된 후 공모 가격이 상향 조정되고 있다.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적정 주가를 조기에 찾기 위한 취지로 도입된 제도가 오히려 ‘공모가 버블’을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다만 이와 함께 공모가가 상향된 만큼 공모 수익률은 낮아져 ‘시장의 가격 발견 기능 회복’이라는 제도 본래의 취지를 달성했다는 반박도 따라 나온다.

상승하는 공모가

지난 3일 코츠테크놀로지는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 경쟁률이 무려 1,681.89 대 1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말 수요 예측 과정에서 공모가를 애초 희망 가격(1만~1만1,500원)에서 1만3,000원까지 상향 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몰린 것이다.

이는 비단 코츠테크놀로지뿐만이 아니다. 한국거래소가 지난 6월 26일 신규 상장 주식의 공모가 상한선을 기존 63~230%에서 60~400%까지 확대한 이후 대부분의 상장사 공모가가 희망가격 최상단에 위치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및 코스닥시장 업무규정 시행세칙’ 도입 배경

과거에는 신규 상장 주식의 경우 거래 첫날 개장 30분 전부터 30분 동안 입찰을 받았다. 시초가는 공모가의 90~200% 사이에서 고정됐다. 이후 일반 주식과 마찬가지로 상하한가(±30%)를 적용해 공모가 대비 63%~260%까지 가격 변동이 가능했다.

다만 기준가 설정 후 가격제한폭이 ±30%로 묶여 있는 방식은 매수 물량을 순식간에 싹쓸이하는 ‘상한가 굳히기’ 주문으로 인해 균형가격을 빠르게 찾기 어려운 환경을 조성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같은 현상은 상장 종목이 상한가까지 상승하는 거래일 초반에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렇다 보니 투자자들은 기존 거래 시스템이 결함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속칭 ‘광클맨’으로 불리는 초고속 인터넷 이용자들이 소량의 매수 물량을 독점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 불공정한 거래 기회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거래소는 신규상장 당일의 신속한 균형가격 발견 능력을 제고하기 위해 가격제한폭을 확대하는 ‘유가증권시장 및 코스닥시장 업무규정 시행세칙’을 개정했고, 이를 통해 다시 균형가격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했다.

기관투자자들 배만 불린다?

신규 상장 주식이 상장 첫날 공모가의 최대 4배까지 치솟을 수 있도록 가격제한폭이 확대된 이후 공모가가 더욱 올랐다. 주식을 상장한 15개 기업 중 12개 기업이 공모가를 공모가 밴드 최상단에서 책정했다. 8개 기업은 이미 공모가 기준가에서 40~50% 이상 가격을 올리기도 했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초저금리가 기업공개(IPO) 붐으로 이어진 2021년 이후, IPO 거품이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공모가가 높아지는 원인은 제도 변경 후 ‘IPO 흥행’으로 투자자가 몰리는 데 있다. 시초가 제도를 바꾼 후 ‘청약 열기’가 뜨거워지자 수요예측 과정에서 기관투자가들이 공모주를 더 받기 위해 공모가를 높게 쓴 것이다. IPO를 주관하는 증권사도 굳이 공모가를 제한할 유인이 크지 않다. 공모가격이 높아질수록 인수 수수료를 더 많이 받기 때문이다.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에 나선 기관들도 공모가격이 높을수록 유리하다.

하지만 개미 투자자들에게는 딴 세상 이야기다. 제도 변경 후 신규 상장한 기업의 주가는 대부분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주식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기관들이 뻥튀긴 주식을 개미들이 떠안고 전사했다”는 토로가 쏟아지는 상황이다. 일례로 지난달 19일 상장한 센서뷰는 상장 첫날 공모가(4,500원) 대비 51.78% 상승했지만,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26일 상장한 버넥트는 현재 공모가 대비 30% 하락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시장 ‘가격 발견 기능’ 회복 청신호

상장 당일 공모가를 하회하는 종목도 등장하고 있다. 지난달 27일에 동시 상장한 파로스아이바이오와 에이엘티의 종가는 각각 공모가 대비 37.6%, 26.9% 하락했다. 앞서 에이엘티는 올해 가장 높은 일반 청약 경쟁률(2512.15 대 1)을 기록했던 종목으로 투자자들의 기대를 모으기도 했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지난달 26일 상장한 버넥트 역시 상장 당일 공모가(2만5,000원)보다 26.9% 내린 1만1,700원에 마감했는데 지금까지도 공모가를 상회한 적이 없다. 상장 직후 기록한 2만4,800원이 현재까지 최대 기록이다.

이처럼 상장 당일 차액을 노리고 소위 ‘단타’로 들어간 개미들은 크게 손해를 봤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상장일 가격 변동폭을 확대한 덕분에 시장에서 ‘가격 발견 기능’이 원활하게 이뤄지며 적정 기업가치가 도출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허선재 SK증권 연구원은 “상장 당일 가격 변동 제한 폭을 확대한 조치는 성공적이었다”며 “투자자들의 신규 상장 종목 ‘따상'(공모가 2배로 시초가를 형성한 뒤 상한가) 기대감을 넘어 ‘따따블’에 대한 기대감을 충족시킨 기업은 아직 등장하지 않았지만 시장 논리에 의해 빠르게 적정한 기업가치를 찾는 데 도움이 된 것은 확실해 보인다”고 밝혔다. 공모가 대비 가격이 빠르게 하락했지만 그만큼 거품도 빠르게 빠졌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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