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둔화 여파에 2분기 외감기업 성장성·수익성 지표 동반 ‘하락’

매출액 4% 가까이 줄고, 영업이익은 반토막 반도체 수출 부진 및 글로벌 성장 둔화에 따른 타격 정부 ‘상저하고’ 가능하다지만 하반기 성장 악화 요소 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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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인천항만공사

반도체 등 국내 주력산업의 수출 부진으로 인해 올해 2분기 기업 매출과 이익이 크게 줄었다. 부동산 부실 위기에 따라 악화된 중국의 경제 상황을 비롯해 글로벌 경기 둔화가 크게 작용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상반기 저성장이 하반기에는 크게 회복될 거란 정부의 전망과 달리, 일각에선 엔저 장기화에 따른 수출 기업 수익성 악화 등의 악재로 하반기 회복이 불투명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은 ‘2023 2분기 기업경영분석발표

한국은행이 12일 발표한 ‘2023년 2분기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국내 비금융 영리법인기업의 영업이익률이 전년 동기(7.1%) 대비 절반 가까이 하락한 3.6%로 집계됐다.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기계·전기전자업의 재고자산 평가손실이 발생하면서 제조업이 2.9%, 건설 현장 붕괴 재시공에 따른 영업손실로 비제조업이 4.6%를 기록했다.

매출액도 전년 동기 대비 4.3% 감소했다. 올해 1분기에는 0.4% 상승했지만, 2분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매출액이 각각 -4.8%, -2.0% 부진한 성적으로 거두면서 하락 전환했다. 분야별로 살펴보면 제조업과 비제조업이 각각 6.9%, 0.7%씩 감소했다. 제조업 중 석유화학이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로 수출액이 줄면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7% 급감한 것이 주요했다.

기업의 안전성 지표 가운데 하나인 부채비율은 90.8%로 미지급 배당금 지급 등의 영향으로 1분기 95.0%보다 감소했다. 다만 차입금 의존도는 26.0%로 전 분기 수준을 유지했지만, 기업규모별로는 대기업(25.0%→24.4%)은 하락한 반면 중소기업(30.2%→32.8%)은 상승했다.

주력산업 부진에 따라 수출액 ‘11개월 연속감소세

정부는 국내 주요 수출 품목인 반도체 가격의 하락이 기업 전체 수익성 악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성환 한은 경제통계국 기업통계팀장은 “재고 증가 등의 영향으로 8기가바이트(GB) D램 반도체의 경우 판매 가격이 지난해 2분기 3.37달러에서 올 2분기 1.40달러로 58.4%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는 상반기 침체가 하반기에는 크게 회복되는 것을 의미하는 ‘상저하고’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은은 지난 8월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 전망치를 기존 1.4%로 유지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도 지난 3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늦어도 10월쯤부터 수출이 플러스로 돌아서기 시작하는 등 대외가 주력이 되는 경기회복세가 가시화될 것”이라며 상저하고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0.9% 성장한 가운데 정부 전망이 들어맞으려면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두 배 가까이 성장해야 한다. 다시 말해 연말까지 최소 1.7에서 최대 2.0%까지 성장해야 가능한 수치다. 그러나 이달까지도 수출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어 이 같은 전망에 회의적인 시선도 적지 않다.

국내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관세청 발표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지난 10일까지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7.9% 감소하며 수출 감소세가 11개월 넘게 지속되고 있다”면서 “국내 수출이 회복되기 위해선 반도체 등 기존 주력산업의 수출 경쟁력이 강화돼야 하지만, 부동산 부실 위기 등 중국 내수 침체가 가시화되면서 대중국 수출도 크게 제한된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출처=한국은행

엎친 데 덮친 격 엔저 장기화우려까지

정부는 하반기 성장을 끌어올리기 위해 수출 회복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4일 ‘수출 활성화를 위한 추가 지원방안’을 통해 반도체, 이차전지, 자동차 등 수출 주력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디지털, 콘텐츠, 원전 등 유망 분야의 수출 동력을 키우겠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수출 지역 다변화 계획도 내놨다. 기존 미국과 중국 시장 중심에서 벗어나 중동·중남미·유럽연합 등 새로운 시장에서의 현지 수주 활동을 개척하기 위해 최대 181조4,000억원의 무역·수출 금융 지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수출국 다변화 전략이 새로운 변화를 이끌기 어려울 거란 전망이 나온다. K대학 경제학부 관계자는 “수출국 다변화 전략은 역대 정부가 수출과 경기 회복 흐름이 안 좋을 때마다 제시해 온 단골 지원책”이라면서 “비슷한 정책이라고 해서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이전부터 영역을 넓히지 못한 우리 수출 지역의 한계성을 고려할 때 큰 기대가 되지 않는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급격한 엔저 현상에 따른 국내 수출기업들의 수익성 악화 역시 우려되는 부분이다. 특히 일본 수출 붐을 맞은 국내 화장품 기업들이 엔화 결제로 인한 환차손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실제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HS 33류의 대 일본 수출물량 및 금액은 각각 2만820톤, 3억9,511만 달러(약 5,255억원원)로 전년 동기 대비 수출물량은 0.15% 감소했지만, 금액은 4.6%나 감소했다. 기업들이 환차손 영향을 크게 받고 있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엔저의 장기화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정혁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일본지역 본부장은 “일본 내 다수의 연구기관이 내년 엔-달러 환율을 평균 117엔까지로 내다보며 엔저 가속화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상황”이라며 “생산성 향상을 통한 비용 절감과 디자인·성능 등 제품 차별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엔저를 오히려 활용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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