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최강자’ 타이틀 위협에 대규모 인사 단행, 신세계그룹 “조직 경쟁력 쇄신”

계열사 대표 수는 ‘줄이고’ 책임·권한은 ‘키우고’ ‘실적부진의 늪’ 이마트, 한채양 신임 대표 선임 정용진 부회장 “위기에 더 크게 성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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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형 신세계 대표(왼쪽)와 한채양 이마트 대표/사진=신세계그룹

신세계그룹이 전체 대표이사 가운데 40%를 교체하며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다. 주력 사업인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의 대표가 동시에 물러났고, 계열사 간 시너지 극대화에 초점을 두고 조직 운영 체계를 개편했다.

신세계가 정기 임원 인사를 9월에 단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예년에는 통상 10월 하순경 정기 인사를 단행해 왔다. 업계에서는 신세계가 실적 위기감이 고조됨에 따라 조직 분위기 쇄신과 전열 정비의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해석하며 이명희 회장의 결단이 반영된 결과라고 풀이했다.

새 수장 맞이한 신세계·이마트, 기존 임원들은 ‘임기만료 전 퇴장’

신세계그룹의 20일 발표에 따르면 신임 이마트 대표로 한채양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가 선임됐다. 앞서 2013년 신세계 전략실 관리팀 상무, 2018년 전략실 관리 총괄 부사장 등을 거친 한 대표는 이번 이마트 대표 선임과 더불어 이마트에브리데이와 이마트24의 대표를 겸임한다. 신세계는 오프라인 유통 사업군을 3사 1대표 체제로 운영하며 조직 역량을 결집하고 성과를 극대화할 방침이다.

백화점 신임 대표에는 박주형 신세계센트럴시티 대표가 선임됐다. 박 대표는 백화점과 센트럴시티 대표를 겸한다. 이마트와 백화점은 물론 개발 사업에 주력하는 센트럴시티까지 두루 거친 인물로, 백화점과 센트럴시티의 시너지를 가장 잘 끌어낼 인사라는 평가다. 박 대표는 2004년에는 신세계 경영지원실 상무, 2011년에는 이마트 부문 전략경영본부장 부사장을 역임한 바 있다.

이로써 2019년 이마트 대표로 영입돼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진행했던 강희석 대표가 임기를 2년 이상 앞두고 물러났으며, 지난해 사장으로 승진한 손영식 신세계 대표도 자리를 내주게 됐다. 계열사 대표 수를 줄이고 더 큰 책임과 권한을 부여한 것도 이번 인사의 특징이다. 송현석 신세계푸드 대표는 주류 계열사인 신세계L&B 대표를 겸직하게 됐고,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대표도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를 함께 맡는다. 또 신세계라이브쇼핑 대표에는 이석구 신세계 신성장추진위 대표가 선임됐으며, 마인드마크 대표에는 외부에서 영입된 콘텐츠 비즈니스 전문가 김현우 대표가 낙점됐다. 더블유컨셉코리아는 지마켓 이주철 전략사업본부장을 대표로 내정했다.

이마트 ‘역대급’ 영업손실, 업계 “경질성 인사 단행, 예상했던 일”

신세계 그룹은 지난해에도 한 차례 대규모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지난해 10월 말 진행된 정기 인사를 두고 신세계 그룹은 “사업별 비즈니스 전문성을 극대화하고 대표이사 진용을 공고히 구축하는 한편 외부 인재 영입과 전문 조직체계를 강화했다”며 신상필벌(信賞必罰, 공로가 있는 사람에게는 상을 주고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벌을 줘야 한다는 의미) 원칙을 철저히 적용하고 핵심 경쟁력 강화와 미래 준비, 인재 육성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이후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아 또 한 번의 대규모 인사가 이어지자, 업계에서는 이번 신세계 그룹의 인사를 실적 부진 등으로 인한 경질 성격이 짙다고 풀이하고 있다. 강희석 이마트·SSG닷컴 대표의 경질이 대표적인 예다. 2026년까지로 예정돼 있던 강 전 대표의 임기는 이마트를 비롯해 SSG닷컴, G마켓 등이 줄줄이 적자를 기록한 데다 야심 차게 선보인 유료 멤버십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며 결국 이른 종료를 맞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마트의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7조2,711억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손실은 530억원에 달한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한 수준이며, 영업손실은 330% 확대됐다.

5월 3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이마트 연수점을 찾아 매장을 둘러보고 있다/사진=신세계그룹

쿠팡에 ‘업계 1위’ 내준 이마트, 선두 되찾을까

경쟁사 쿠팡의 성장세도 신세계 그룹의 물갈이 인사를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올해 2분기 쿠팡의 매출은 7조6,749억원을 기록하며 이마트(7조2,711억원)의 실적을 3,500억원가량 넘어섰다. 이같은 쿠팡의 선전은 지난해 본격화한 것으로, 쿠팡은 지난해 3분기부터 4개 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오며 이마트를 비롯한 유통 대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지난 5월 이마트 연수점을 찾아 “오프라인 혁신을 위해 앞으로도 더 많은 투자를 할 것”이라고 말하며 “우리는 물건을 파는 경쟁을 하는 게 아니라 고객의 시간을 사는 경쟁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글로벌 경제 위기와 물가 상승 등을 언급하면서 “이마트는 항상 위기가 왔을 때 더 크게 성장해 왔다”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로도 계속되는 부진에 최근에는 노조까지 나서 ‘이마트 살리기’에 힘을 보탰다. 이달 14일부터 시작된 ‘조합원 이마트 장보기 캠페인’을 통해 조합원당 5만원의 상품권을 지급, 노사상생을 도모하면서다. 김상기 전국이마트노조 위원장은 “위기 상황에서 회사와 노조가 서로 탓하며 갈등하고 반목하기보다는 머리를 맞대 함께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사가 힘을 합쳐 다시 ‘업계 1위’를 되찾겠다는 의지를 다진 가운데 이마트가 무사히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지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편 신세계그룹은 이번 인사와 관련해 “조직의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쇄신하고 어려운 경영 환경을 돌파해 새로운 성과를 창출하겠다”며 “앞으로도 철저한 성과능력주의 인사를 통해 그룹의 미래 준비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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