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상장 의혹’ 파두 사태에 깊어지는 한숨, 기술특례상장제도까지 도마 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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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파두 상장 과정 전면 재검토 돌입
집단소송 예고에 파두 측 "시장 악화 영향, 실적 곧 개선될 것"
실적 목표 절반에도 못 미치는 기술특례상장 기업 '수두룩'
8월 7일 한국거래소 서울사옥 홍보관에서 열린 파두 상장기념식에서 이지효 파두 대표이사(왼쪽에서 네 번째)와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한국거래소

지난 8월 코스닥시장에 기술특례상장을 마친 파두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증시에 입성한 지 불과 3개월 만에 처참한 실적을 내놓으면서 주가가 연일 저점을 기록 중이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파두의 상장 예비 심사를 진행한 한국거래소를 비롯해 증권신고서를 검토한 금융감독원, 상장을 주관한 NH투자증권의 책임을 묻고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과 상장 주관사 등이 절차에 따라 적법한 상장이 이뤄졌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 투자자들의 시름이 깊어지는 가운데, 파두를 비롯한 기술특례상장 기업의 상당수가 부실 상장 의혹에 휩싸이며 제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4만5,000원이던 주가가 1만8,000원 아래로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파두는 전 거래일 1만8,5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 8월 7일 공모가 3만1,500원으로 증시에 입성한 파두는 4만5,000원까지 오르며 시장의 기대감을 여실히 보여줬지만, 3분기 실적 발표와 동시에 1만7,710원까지 폭락하며 충격을 안겼다.

파두가 발표한 올해 3분기 매출은 3억2,081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7.6% 하락한 수치다. 시가총액 1조원대에 달하는 기업이 상장 후 불과 3개월 만에 급격한 매출 감소를 기록하자, 시장에서는 “파두가 상장 당시 매출을 뻥튀기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파두는 금융당국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서 2023년 연간 매출 추정치로 1,202억원을 제시했다. 하지만 실제 매출은 2분기 5,900만원, 3분기 3억2,000만원에 그쳤다.

3분기 실적발표 이후 주가 하락이 이어지는 가운데 상장 전 초기 투자자가 파두의 3분기 실적 공시 직전 보유 지분을 매도해 투자 자금을 회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투자자들의 분노를 키우기도 했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포레스트파트너스가 설정한 문제의 펀드는 이달 8일 이전까지 파두 주식을 집중 매도해 투자한 자금을 거둬들였다. 장 마감 후 파두의 실적 발표가 있었던 8일까지 보유 중이던 주식을 부지런히 시장에 떠넘긴 것이다.

연일 논란이 뜨겁자, 금융 당국은 파두의 상장 과정에 문제가 있었는지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금감원과 한국거래소는 발행사 및 주관사를 통해 파두가 제시한 연간 매출액과 실제 매출액의 차이, 향후 실적 전망 등을 상세히 파악하고 있다. 또한 금감원은 기관 투자자들의 선행매매가 불공정거래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다. 금감원 공시심사실 관계자는 “기업이 의도적으로 매출을 조작하면 금감원은 이를 알 방법이 없다”며 “다만 향후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장 주관사 NH투자증권은 주가 폭락을 둘러싼 이번 사태와 관련해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NH투자증권이 사전에 파두의 매출 감소를 전혀 알지 못했다는 태도는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상장 주관사가 기업의 실적을 아예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기술특례상장제도 자체가 현재 실적보다는 앞으로의 성장성을 보고 상장하는 제도다 보니 도덕적인 이슈가 될 순 있어도 법적인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부랴부랴 실적 개선 나선 파두

계속되는 부실 상장 의혹에 파두 측에서도 입장을 밝혔다. 원종택 파두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15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낸드플래시 시장이 크게 악화하며 2분기 고객사 발주가 연기됐고, 3분기에도 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매출 회복에 이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파두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제어하는 컨트롤러 칩을 생산하는 반도체 기업으로, 고객사가 단 2곳에 불과해 해당 두 기업의 발주 연기가 자사의 실적을 좌우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어 원 CFO는 “SSD 전문 업체인 신규 고객사 두 곳을 추가 확보한 상태이며, 기존 발주 연기된 주문은 4분기 실적에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상장 과정에서 위법한 행위가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금감원에서 여러 사항에 대한 설명 요구가 있었고, 조사 중인 사안인 만큼 자세한 설명을 드릴 순 없지만 금융 당국의 조사에 성실히 응하고 있다”고 답했다.

사진=techcrunch

기술성 평가 역량 부족 여실히 드러나

금융당국과 회사의 입장 발표에도 시장의 비난 여론이 사그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집단소송 움직임도 포착됐다. 법무법인 한누리는 파두와 상장 주관사를 상대로 증권 관련 집단소송을 제기할 방침을 세우고 피해 주주 모집에 나서겠다고 15일 밝혔다. 한누리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파두 등은 올해 2분기 매출이 사실상 ‘0원’에 가까운 사실을 감추고 상장을 강행했다”고 지적하며 “늦어도 7월 초에는 상장 및 공모절차를 중단하고 후속 절차를 진행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파두가 투자설명서와 기업실사 보고서 등에 기재한 내용의 상당 부분이 사실과 다른 만큼 자본시장법상 배상책임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이와 동시에 시장에서는 기술특례상장제도의 신뢰도가 도마에 올랐다. 기술특례상장이란 기술 혁신성을 인정받으면 최소한의 재무 요건만 갖춰도 상장할 수 있는 제도로, 파두도 해당 제도를 통해 증시에 입성했다. 기술력과 성장성을 입증한 기업에 기회를 넓혀준다는 취지에서 도입됐지만, 부실 상장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8년 이후 기술특례상장을 마친 기업 중 스팩합병 및 상장폐지 종목을 제외한 149곳 중 102곳의 주가가 공모가를 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주가 부진의 배경에는 기대 이하의 실적이 있다. 올해 기술특례상장 기업 중 3분기 보고서를 제출한 기업 10곳 중 8곳은 올해 누적 매출이 당초 제시한 목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이 2억6,000만원으로 공모 당시 제시한 47억원의 5.5% 수준에 그친 에스바이오메딕스가 대표적인 예다.

부실 상장 논란이 갈수록 뜨거워지자 기술특례상장제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우수한 기술력을 갖추고도 자금 조달이 어려운 기업에 주식 시장 문턱을 크게 낮추는 방식으로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는 제도의 취지는 좋지만, 정보 이해도가 다소 부족한 시장 참여자들이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가늠하도록 도와주는 적절한 보완 장치가 없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융당국이 기술 성과에 관한 공시제도를 발전시키고 이들의 공시 위반 및 불공정거래에 대해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며 “특례상장 기업의 상장요건인 기술성 평가의 역량과 특례상장 기업과 관련한 투자자 보호가 보강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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