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폭등, 달러 가치 하락에서만 기인했다고 보긴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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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 폭등, 연준 중요 인사의 비둘기파적 발언이 결정적 영향 줬다?
실제 시장 참여자들도 내년 5월 금리 인하 가능성 50% 이상으로 예측 중
다만 이번엔 달러 '약세'만 있었을 뿐, 달러 '폭락' 불러왔던 과거 사례와는 차별돼

금값이 폭등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미국의 기준 금리가 예상보다 빠르게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시장에 퍼지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금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으로 보는 시각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이번 금값 랠리 현상은 달러 ‘폭락’을 동반했던 과거 사례와는 다소 차별되는 만큼, 미국의 정부 부채 급증 및 지정학적 리스크에서 비롯됐다고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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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금값이 ‘금값’된 이유?

30일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오후 12시 기준 현재 국제 금값은 온스당 2,048 달러를 가리키고 있다. 이는 전고점인 10월 27일(2,006 달러)은 물론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여진이 한창이던 지난 5월 5일(2,016 달러) 이후 가격도 훌쩍 뛰어넘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시장조사업체 펀드스트랫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향해 움직이고 있고, 온스당 2,500달러(약 323만원)를 넘을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금값이 말 그대로 ‘금값’이 된 이유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 긴축 중단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라는 설명이 시장에선 지배적이다. 통화 정책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생겨난 투자자들이 달러 가치가 하락할 것으로 예측, 금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연준 내 대표적인 매파 인사가 기존 기준금리 인상 의견을 폐기한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크리스토퍼 윌러 연준 이사는 지난 28일(현지 시각) 한 행사장에서 “현재 통화정책이 경제 과열을 식히고 당초 통화 정책 목표인 물가상승률 2%로 되돌리기에 적절하다는 확신이 커지고 있다”며 “앞으로 3, 4, 5개월 후 인플레이션이 잦아들면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발언이 전해지자 기준금리에 민감하게 움직이는 2년물 미국 국채금리도 이날 0.1% 포인트 하락한 4.753%를 기록했다. 10년물 금리 역시 0.04% 포인트 하락한 4.35%까지 떨어졌다. 지난달 10년물 국채금리가 5% 저항선을 돌파했던 것을 감안하면 불과 한 달 새 0.6%포인트 이상 빠진 것이다.

내년 5월 금리 인하 시작될 것이라고 보는 시장 참여자들 ‘5할’로 급증

지난해 3월 이후 11회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한 연준은 올해 9월부터 두 차례 동결하면서 현재의 연 5.25~5.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30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 시장 참여자들은 연준이 내년 5월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을 49.6%로 보고 있다. 최소한 내년 중순까지는 고금리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던 10월 중순의 분위기와는 확연히 달라진 것이다.

다만 시장의 과도한 기대감을 경고하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년간 추진된 긴축의 효과가 현재까지도 완전히 나타나진 않았다는 것이다. 클레어 롬바르델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변동성이 큰 식량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은 전 세계적으로 하락세를 보였으나 미국과 유럽, 영국의 소비자물가지수 품목의 절반 이상은 여전히 4% 이상의 연간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며 “연준의 물가 안정 목표인 인플레이션 2%에 도달하기 위해선 현재의 통화정책이 아직 일정 기간 동안은 제한적으로라도 유지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비교적 긴축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는 미국과는 대조적으로, 유럽권과 영국의 경우 아직 통화 완화 정책을 근시일 내에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클레어 이코노미스트는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인플레이션이 잡히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나, 미국보다 늦게 통화 긴축을 시작한 ECB와 영국 중앙은행 영랑은행의 경우 아직 지속적인 물가 상승 압력이 잔존하는 만큼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 시점인 2024년 상반기보다 훨씬 긴 2025년까지 기준금리를 현재 최고 수준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출처=페드워치

이번 금값 랠리 원인의 근본적인 이유는?

다만 이번 금값 랠리의 배경을 단순 시장의 연준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 측면에서만 바라봐선 안 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물론 달러 인덱스가 이번 달 들어 가장 가파른 월간 하락세를 보인 것은 맞지만, 과거 달러 ‘폭락’을 동반했던 금값 랠리 사례와 비교해 보면 이번 현상은 과거와 같은 굵직한 경제적 이벤트는 없었으며 이에 따라 단기적 달러 약세만으로 금값 랠리를 온전히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1960년 이후 금 가격의 슈퍼 랠리는 1970년대 미국의 금 태환 정지 사례, 1985년 플라자 합의, 2000년대 닷컴 버블과 중국의 경제 성장 ‘붐’, 그리고 이번까지 총 4차례였는데, 이번 랠리는 당시 시장 체제를 전반적으로 뒤집었던 과거와는 달리 달러 ‘초약세’를 동반하지는 않았다는 설명이다. 즉 2019년부터 이어진 달러화의 비교적 강세의 흐름 속에서도 금 가격 랠리를 이어가고 있는 현재 사례는 다소 특이 케이스라는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번 금값 상승세의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미국의 부채 급증을 꼽는다. 미국 정부 부채와 금 가격은 통상적으로 강한 상관성을 보이는데, 팬데믹 등 위기 극복 차원과 자국 산업 패러다임 전환 차원에서 과도하게 지출된 재정지출이 금과 같은 달러 대체 통화 수단에 대한 투자 열기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여기에 미·중, 미·러 갈등 등의 지정학적 리스크 또한 금 가격 랠리에 일조한 것이라는 게 현재 골드 시장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공통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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