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안뽑] ㉘한국(의 많은) 개발자들이 40대가 되면 치킨을 튀기게 되는 이유

pabii research
개발자들의 수명이 짧은 이유는 직군의 문제가 아니라 자기 개발을 등한시하기 때문
유연한 사고 방식으로 새로운 지식들을 습득하는 역량이 부족한 경우 많아
한국식 암기형 사고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다보니 새로운 업무가 주어질 때 업무 습득 속도도 매우 낮은 편

노동시장에서 일반적으로 기술직의 수명은 짧다. 20대 중·후반 무렵, 노동 시장에 처음 진입할 때는 실력으로 한번 걸려나가고, 이후 30대에 들어가면서 경력직을 찾는 수 많은 기업들의 러브 콜을 받는다. 기술직 경력직들이라면 자기 회사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신입보다 훨씬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고, 임금도 그렇게 비싼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다 경력이 더 쌓이고, 연봉이 더 오르면 점점 주변에서 떨어져 나가는 사람들이 생길 것이다. 어린 직원이 계속 꾸준히 진입하는 직군일수록 떨어져 나가는 사람은 많아지는 반면, 그 직군에 요건을 충족시키는 인력이 없거나, 많더라도 상대적으로 실력이 뛰어난 분들은, 정년이라는 개념 없이 신체 건강이 유지되는 내내 매우 오랫동안 일을 하게 된다.

단지 그렇게 오래 일하는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 눈에는 40대가 되면 직장 그만두고 나와서 제2의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인식이 강한 것이 일반적인 기술직군 커리어다.

개발자-안-뽑음_20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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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가 되면 치킨 튀기러 가야 한다?

원인이 뭘까는 의문이 오랫동안 있었는데, 한국 사회 직장인들 사이에 떠도는 2가지 속어들에서 답을 찾게 됐다.

  • 첫 직장이 제일 좋은 직장이다
  • 회사 밖은 지옥이다

이런 표현이 나오는 궁극적인 이유가 한 가지라는 걸 알게됐다.

  • 자기 개발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첫 직장이 제일 좋은 직장인 이유가 매우 많겠지만, 더 좋은 직장을 갈려고 하는데도 안 된다면 이유는 한 가지다. 자신의 생산성이 첫 직장보다 더 올라가질 않기 때문이다. 자기 개발을 하지 않는데 어떻게 생산성이 올라갈까?

회사 밖이 왜 지옥일까? 회사 다니면서 시키는 일만 했지, 다른 부서 업무도 따라가면서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볼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회사 업무라는게 엄청나게 많은 업무들이 결합되어서 하나의 생산품을 만들고, 판매하고, 운영하는 방식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회사 생활을 열심히 하다보면, 자동적으로 그 산업군의 전문가가 된다. 그런데, 기업 미팅을 가보면 부장급으로 승진한 분들 정도 되어야 대화가 되는 경우들을 헤아릴 수 없이 많이 겪었고, 첫 직장을 들어갔던 그 무렵부터 아래의 표현들을 자주 들었었다.

  • 확실히 부장 승진한 사람들은 그래도 대화 되는 사람들이네
  • XX 대기업이 엉망인 줄 알았더니 그래도 임원들 현장 짬은 무시 못하겠네

속칭 ‘천재’들은 한 직장에서 1~2년만 다녀도 자기 팀과 관련된 업무를 하는 여러 부서에서 즉시 전력감이 되는 만능 인력이 된다. 야구로 치면 유격수가 3루수, 2루수 정도는 큰 어려움 없이 볼 수 있고, 급하면 1루수도 할 수 있는 것과 같다. 오오타니 쇼헤이 같은 엄청난 천재들은 투타겸업도 메이저 리그 최상위권으로 할 수 있는 수준이고, 아마 리그 수준이 조금만 낮아도 타자들이 배트에 공을 건드리지도 못하게 만들고 타석에서는 홈런을 펑펑 쳐대면서 다른 선수들이 불필요하게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인력들은 자기 업무 하나만해도 제대로 따라가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그 업무의 전문가로 올라서려는 능동적인 태도보다, 회사가 시키니까 마지못해 한다는 수동적인 태도인 탓에 업무 전문성이 생기는 속도가 더더욱 늦어진다. 회사 입장에서는 20대 중반에 뽑아서 3년 교육 시키고 나니 어지간한 업무를 할 수 있게 된 덕분에 ‘생산성 > 급여’ 수준이 됐다가, 다시 ‘생산성 < 급여’ 수준이 되는 순간이 굉장히 빨리 오는 직원이 되는 것이다. 부등호가 바뀌는 순간을 50대, 60대까지 미룰 수 있고, 생산성이 매우 높은 사람들이 부장급으로, 임원급으로 승진하게 되는 것이다.

GoogleSearchConsole_PabiiResearch_2024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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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들만 성장하지 않는걸까? 모두가 성장하지 않는걸까?

한국의 다른 기업들처럼 남들이 만든 걸 그대로 복사해서 붙여넣기에 가까웠던 사업을 제외하면 난 한 번도 개발자들에게서 결과물을 받은 적이 없다. 심지어 새로운 지식을 하나 더 공부해야하만 하는 순간이 와도 엄청난 시간을 써야 했는데, 대표적인 예시가 우리 회사 웹페이지다.

구글 서치 콘솔(Google Search Console)에 들어가보면 우리 회사 웹사이트가 얼마나 구글 검색이 잘 되도록 셋팅이 되어 있는지 각종 기술적인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데, 그 중 웹페이지 로딩에 문제가 있다며 지적을 해 주는 부분이 있다. 이유가 뭔지에 대해서 기본적인 정보들을 함께 확인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LCP (Largest Contentful Paint)가 문제가 있는 웹페이지들을 지적해주면서 현재 그 페이지들에 대한 구글 검색이 잘 되질 않을 수 있다는 경고를 준다.

이게 무슨 뜻인지 이해하고, 우리 회사 웹페이지에 맞춰 수정작업을 진행해야할텐데, 일단 자기가 모르는 내용이라 당황하고, 자기 업무가 아니라 프론트 엔드 개발자 업무라고 회피하고, 프론트 엔드 개발자는 퍼블리셔가 해야되는 업무인 것 같다고 피하고, 결국 아무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시간이 흘렀었다.

위에 공유한 그래프에서 볼 수 있겠지만, 기존에 운영하던 한국어 웹사이트 콘텐츠를 파비리서치로 모두 모으고 난 다음에 1달 넘게 서비스 효율화 작업에 시간을 쓰지 않았으면 구글이 신규 웹사이트 콘텐츠를 구글 검색에 안 보여줬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GoogleSearchConsole_LCP_PabiiResearch_2024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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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P 문제로 웹사이트를 인덱싱(Indexing)만 해 갔지, 정작 검색에 노출시켜주질 않았기 때문이다. 예전 같았으면 계속 구글이 신규 사이트를 Indexing만 해 가고, 검색 순위는 악화되고 있는 걸 답답한 마음으로 지켜만 봐야 했을텐데, 지난 몇 달간 서버를 직접 만들면서 피상적이나마 개발 지식이 쌓인 덕분에 아래의 작업들을 진행했다.

  • 이미지 서버 분리 작업
    • 단순히 Amazon S3를 쓰는 것이 아니라, 회사 서버를 Scale out해서 이미지 파일은 내부에서 갖고 있는 방식으로 정리
    • Cloudflare에서 이미지를 Cache로 갖고 갈 때 WebP 버전을 갖고 가도록 정리
  • 이미지 크기 최대 값 설정
  • Nginx의 FastCGI Cache에 이미지 파일들 Cache되는 기간 설정 및 WebP 변환된 이미지 URL 변경 지정

그 외에도 몇 가지 작업들을 더 진행했는데, 덕분에 12월 중순부터 LCP 문제가 사라졌고, 구글의 Core Web Vital 에서 통과 점수를 받는 웹사이트로 성장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에는 PHP 버전을 업데이트 했더니 서버에 문제가 생겼는데, 체감상의 성능 이상을 바로 알아내기는 했지만, 위의 구글 서치 콘솔에서도 하루 문제가 생겼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금은 업데이트를 일부 되돌려 놓은 상태인데, 시간적인 여유가 좀 생기면 이것저것 문제점을 수정해서 남은 업데이트를 완료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간 개발팀에 같은 요청을 하면 그냥 1주일 전에 저장해놓은 사이트로 원상복구 시키자고들 그랬고, 그 전에 LCP를 어떻게 해결해야되는지에 대해서 효과적인 해결책을 갖고 온 경우는 단 1명도 없었다. 애당초 이런 업무를 시키면 짜증부터 냈다. 왜 자기가 모르는 일, 머리가 아픈 일 (즉, 공부해야되는 일)을 시키냐더라.

자기 개발을 하지 않는 개발자

비단 개발자들만 그런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직군에서 사정은 비슷할 것이다. 자기 개발을 하지 않고, 그저 회사를 이용해먹으려고만 하는 사람들은 회사 이름에 얹혀가면서 자기가 엄청나게 대단한 사람이라고 과장하지만, 실제로는 빈 껍데기에 불과한 상태로 겉으로 보기에만 그럴 듯한 상품들을 내놓을 것이다.

왜 SKY, SKP 출신의 대한민국 최고 스펙 개발자들이 6개월 부트캠프 나온 외국 애들보다 더 나쁜 서비스를 만들 수밖에 없었을까?

그들 나름대로는 뭔가 열심히 했겠지만, 위의 LCP 문제 같은, 아주 사소한 문제들마저도 한국어도 된, 코드 1줄짜리 단순한 해결책이 없으면 해결을 못하는 것이 한국인 개발자들의 실상이기 때문이다. 외국 애들은 개발 실력은 모자랐어도, 이런저런 문서를 찾아서 읽고 이해하는 교육 만큼은 굉장히 탄탄하게 되어 있었기 때문에, 자기가 만드는 서비스는 명령권자 책임이 아니라, 자기 책임이기 때문에, 혼자서 이것저것 찾아보던 중에 내가 위에서 했던 작업과 유사한 작업들을 찾아서 진행했을 것이다.

자기 개발에 실패할 수록 무능한 인재가 되는 시간은 빠르게 온다

위에서 길게 쓴 글을 한 줄 요약하라고 하면,

  • 게을러서 무능한 것이다

라고 할 수 있다.

급여를 많이 주면 더 열심히 일할까? 내가 지난 몇 년간 알게 된 것은, 개발자가 특히 더 심할 뿐, 직군을 가릴 것 없이 본인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지식을 습득해서 한 발 더 나가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개발자들은 한 줄 해결책을 찾던 사람들이다보니 상대적으로 장문의 문서를 읽고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더딘 것이고, 평소에 긴 호흡의 전문 지식을 계속 읽고 생산해내야 하는 사람들일수록 상대적으로 그 시점을 늦출 수 있을 뿐이다.

  • 내년부터 맛있는 치킨을 공급테니까 올해부터 치킨 가격을 2배로 인상하겠다

는 표현만 믿고 2배 가격을 덜컥 내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회사에서 주는 급여도 마찬가지다. 지금 당장 치킨을 2마리 주던가, 2마리에 필적하는 수준의 고급 치킨을 상품으로 내놔야 2배 가격에 팔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실력이 2배가 되거나, 2배의 시간을 투입해야 급여가 2배로 올라간다.

단순히 회사를 길게 다녔으니까 월급을 올려달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으면 매년 맛이 떨어지는 동네 앞 치킨, 주변 경쟁자가 많이 생긴 동네 치킨 가게를 떠올려 보라고 하고 싶다.

세상 모든 기업 오너가 오오타니 쇼헤이 같은 천재에게 저가의 연봉을 주면서 일을 시키고 싶을 것이다. 반대로 모든 인력은 회사에서 더 많은 연봉을 받고 싶다. 둘의 힘겨루기가 타협점을 이루는 곳은 근속연수 같은 시간으로 표현된 경력이 아니라, 근로자의 실제 실력과 그 실력을 담아서 만든 상품의 수익성이다.

그간 경험상 한국의 어느 직군을 가건 위의 LCP처럼 자기가 모르는 사건, 그런데 회사 사업 모델에 큰 영향을 주는 사건이 터졌을 때 빠른 속도로 문제 해결책을 찾아 적용하는 유연한 인력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 능력을 갖춘 인재 분들이 다른 무능한 인력들 대비 더 월등한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런 무능한 인력들이 왜 시장에 계속 남아 있는지, 도대체 이 시장은 왜 이렇게 비효율적인지 모르겠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Akerlof의 Lemon market 이론은 시장에 어느 비율 이상의 Lemon(겉만 화려한 상품, ex. 침수 중고차)이 존재할 경우에 그 시장 자체가 아예 형성되지 않거나, Lemon 때문에 억울한 정상 상품이 생긴다는 추론을 해 낸다. 국내에도 분명히 누군가는 억울한 정상 상품이실 것 같은데, 나는 더 이상 찾아보는 것을 포기했다. 굳이 Lemon 선별에 돈과 시간을 쓰지 않아도 되는 해외 개발자 노동력 시장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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