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안뽑] ㉚무능하면 코딩 테스트 준비, 똘똘하면 고급 포트폴리오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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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bii research
코딩 테스트 준비는 100문제 풀어보고 답안지 외우는 수준에 불과
코딩 테스트로 개발자 실력 평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 그런 회사는 가지 말아야
실력파 인재는 고급 포트폴리오 만들어서 회사가 꼭 뽑고 싶도록 역량 키우는 인재

“네X버 다니다 왔다더니 별 거 없네요?”

모 스타트업 C-level로 있는 친구와 점심 약속을 가던 길에 담배 피우던 개발자 ‘복장’을 하신 분들의 대화에서 들은 표현이다. 그 친구나 내 입장에선 “거기도 한국 회사인데 뭐가 다르겠냐, 그냥 좀 덩치만 큰 거지”라고 웃으면서 지나갔었다.

큰 회사에 다니면 실력이 뛰어나고, 더 많은 것을 배운다는 생각은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서부터 과장된 기대일까? 회사마다 사정이 다르고, 직군마다 역시 사정이 다를테니 일률적인 답은 없겠지만, 일단 더 많은 것을 배운다는 기대가 얼마나 사실에 가까울지에 대해서 한번 의문을 던져 보고 싶다.

왜냐면 1명의 평범한 인력이 할 수 있는 업무의 양이 현격하게 다른 초특급 인재들 일부를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의 인력들이 갖고 있는 역량이 큰 차이가 나질 않기 때문에, 보통은 큰 회사에서 일할 경우에는 굉장히 세분화 된 업무만 해서 전체를 보는 눈이 생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개발자-안-뽑음_202312
개발자-안-뽑음_202312

네X버 다니다 왔다더니 별 거 없네요?

특별히 국내 어느 회사라고 해서 다를 것 없고, 아마 위와 같은 이야기는 언제 어디를 가도 비슷비슷하게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한국의 대부분의 기업들이 업무하는 방식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왜? 뽑은 인력들이 대부분 고만고만한 사람들이고, 회사가 엄청나게 그 인력을 키워줄 수 있을만큼 역량을 갖춘 곳도 한국 땅에 희귀하고, 그걸 받아서 성장하는 인력들이 역시 한국 땅에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이다. 고만고만한 시장에서 고만고만한 인력들이 직장을 옮겨다니는데 엄청난 차이가 날 이유가 없다.

이건 외국계 회사의 국내 직장을 다닌다고 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가끔 운이 좋아서 매우 뛰어난 실력자 밑에서 시야가 열리는 경우도 있고, 뉴욕, 런던 오피스에서 돌아가는 A급 결과물을 보고는 혼자서 이해하고 한 발 더 앞서 나가는 인재로 성장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겠지만, 실제로 그런 ‘퀀텀 점프(Quantum Jump)’를 하기 위해서는 본인이 미리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쉽게 이야기하면, 영·미권 명문대에서 친구들과 치열하게 경쟁하며 실력을 쌓았는데 한국 기업에 취직한 인재와, ‘해외 대학 다녀봐야 나랑 별 차이없네’라고 생각하는 국내 2~3류 대학 출신의 인재가, 평소에 그 한국 기업에게 주어진 업무만 놓고보면 큰 차이가 안 나겠지만, 가끔 해외 기업들과 부딪히는 순간에 잠재력의 격차가 발휘될 여지가 있고, 그 때 갑자기 실력이 뛴 게 아니라 원래부터 있던 잠재력이 발휘가 된 것 뿐이다.

무능하면 코딩 테스트 준비, 똘똘하면 포트폴리오 준비

내가 평생 제대로 코딩 테스트 한번 받아본 적이 없는 사람이지만, 코딩 테스트가 무슨 방식으로 코딩 역량을 판단하는 시험인지에 대한 일반적인 이해는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내가 회사에서 고급 개발자를 뽑으려고 코딩 테스트를 볼 거냐고 물으면 그 질문한 사람을 비웃어 버릴 것이다. 굳이 따지자면 개발자를 뽑을 때 나는 아래 2가지 테스트를 할 생각이다.

  • 논리학 시험
  • 서버 업그레이드 후 장문의 문서를 읽고 코드 수정하는 과제

저런 코딩 테스트를 통과해봐야 회사에서 개발 업무 잘 하는데 아무런 관계도 없고, 아예 회사 업무와도 큰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쓸 능력을 검증해야지, 최소한 그 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더 근본적인 역량을 검증해야지, 왜 난데없이 100문제 풀어보고 코드 외운 애들이 엄청나게 이득을 보는 시험으로 직원을 뽑지?

지난 2023년 여름, 국내 초명문대 중 한 곳인 K대의 학생들 커뮤니티에서 어느 학생이 한국 인력에 대한 나의 비판 글을 보고는

  • 어차피 수학 못한다는 소리겠지, 그딴 거 필요없고 코테(코딩 테스트)만 통과하면 된다

라고 댓글을 달아놨던데, 좀 미안한 말이지만 그런 직원을 뽑게될 그 회사가 인력들을 어떻게 운용할지 뭔가 부처님 손바닥 안 같은 느낌이다. 내 자식이 그런 회사에 가겠다고 코테만 통과하면 된다고 나한테 소리쳤으면 그 자리에서 호적을 파내 버렸을 것이다. 자식 하나 안 낳은 셈 치지 뭐.

진짜 똑똑한 애들은 코테 같은 거 준비도 안 한다

개발 인턴 면접을 보면서 Python으로 달력 한번 만들어봐라는 과제를 던진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차라리 그게 훨씬 더 상식적으로 맞는 면접이었다고 생각한다. 좀 더 제대로 면접을 볼려면 달력 만들 때 여러 조건들을 넣어서 다른 코드를 복붙해서는 할 수 없는 과제로 만들면 될 것 같기는 한데, Python으로 코드를 어떻게 정리하고, 생각의 흐름을 어떻게 정리하는지 볼 수 있는 기초 과제의 구성 요건만 잘 갖추면 된다.

그리고, 포트폴리오가 탄탄하게 갖춰져 있는 애들이 면접에 오면 저런 과제는 주지도 않는다. 더 어려운 과제를 주거나, 아예 왜 이렇게 했냐 같은 질문을 던지거나, 뭘 하고 싶냐, 우리는 이런거 하고 싶다는 식으로 능력 테스트가 아니라 사고력 테스트, ‘핏(Fit)’ 테스트를 하기 시작할 것이다.

회사라는 조직이 커지면 커질 수록 회사가 원하는 인재 상이 생기고, 그 인재의 이미지에 부합하는 인재를 찾으려고 하지, 당장 기능적인 도전에서 간신히 그 장벽을 넘은 사람을 찾으려고 하지 않는다. 그건 상식이고, 당연하고, 못하면 다음날 짐을 싸야하는 조건이기 때문이다.

내가 개발자로 구직하는 학부 3~4학년이라면, 인력 없다는 스타트업에서 경험치 쌓고, 다른 회사들에서, 다른 개발자들이 해 놓은 Github 코드들 뒤져보고, 가고 싶은 회사들에서 무슨 개발을 할지 가늠해보고, 거기에 맞춰서 이런저런 개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볼 것이다. 직접 하나하나 만들어보다보면 온갖 고민들이 다 생기는데, 한국식 이력서로 어느 학교 졸업했다, 어느 회사를 다녔다고 한 줄씩 쓰는 방식으로 이력서를 받는 회사들 말고, 내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를 이해해주는 회사로 취직한다. 면접 중에 내 포트폴리오를 보고는 구체적으로 내가 잘못 한 부분을 지적하는 회사, 내가 몰랐던 부분을 깨우쳐주는 회사로 찾아갈 것이다. 거꾸로 무슨 질문이건 다 대답하고 나면 그 회사는 수준이 낮은 것 같아서 가기 싫을 것 같은데, 돌이켜보면 학부 4학년 1학기 끝나고 여름 방학 때 했던 인턴에 내가 딱 그런 태도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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