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포럼] 2024년 대만 총통 선거, ‘중국’ 요인 영향력 약화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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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을 사이에 둔 미·중 갈등 최고조, 사실상 미·중 대리전 양상
반중·독립 성향의 집권 민진당 라이칭더 후보 당선 가능성 높아
민진당 장기 집권에 성공할 경우 적대적인 양안관계 이어질 듯

[동아시아포럼]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코리아(The Policy Korea)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오는 13일 제16대 대만 총통 선거와 함께 제11대 입법위원 선거가 진행된다. 제14·15대 총통을 연임했던 차이잉원 총통은 연임이 최대 2회로 제한됨에 따라 이번 선거에 출마하지 않았다. 야당인 국민당과 민중당은 여당인 민진당의 집권 연장을 저지하고 정권 교체를 이루기 위해 연정을 시도했지만 누가 대선 후보로 나설 것인지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후보 단일화가 무산됐다. 그 사이 빅테크 기업 폭스콘의 창업자인 테리 궈 후보가 전격 사퇴하면서 이번 대선은 현 부총통인 집권 민진당의 라이칭더, 제1야당인 국민당의 허우유이, 신생 민중당의 커원저의 3자 대결 구도로 치뤄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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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East Asia Forum

라이칭더 선두 달리는 가운데 허우유이, 카원저의 3파전 양상

이번 선거는 대만을 사이에 둔 미·중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사실상 미·중 대리전 양상을 띄고 있다. 중국은 라이칭더 후보를 ‘급진적인 대만 독립 분자’라고 노골적으로 비난하며 군사 시위를 이어가고 있으며 미국은 현상을 바꾸려는 중국의 시도에 반대하며 사실상 민진당을 지지해 왔다. 현재 3자 대결에서는 반중·독립 성향의 민진당 라이칭더 후보가 지난해 7월 이후 실시된 모든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2위를 달리고 있는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는 경찰공무원 출신으로 현재 신베이 시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국내·외 정치활동 경험이 거의 없고 비교적 중도의 온건한 성향으로 분류된다. 허우유이 후보는 중국에 대한 입장을 직접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지난 1992년 ‘하나의 중국’에 합의한 ’92컨센서스’를 지지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마잉주 전 총통 등 국민당의 거물급 인사들은 허우유이 후보가 양안 관계에 대한 의지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민중당의 커원저 후보는 외과 의사 출신으로 지난 2014년부터 8년간 타이베이 시장으로 연임했다. 그는 반(反)기득권을 지향하는 아웃사이더 정치인을 표방하며 직설적인 화법과 간결한 언변으로 청년층의 지지를 얻고 있다. 그가 이끄는 민중당도 이번 선거를 통해 중도층 지지자들 사이에서 국민당의 범람(pan-blue) 진영과 민진당이 이끄는 범록(pan-green) 진영 사이의 제3정당으로 급부상했다. 커원저 후보는 자신을 제3세력의 대안으로 브랜드화하면서 양안 정책으로 ‘억지와 소통의 원칙(principle of deterrence and communication)’을 강조하고 있다.

2020년 선거 때보다 ‘하나의 중국’에 대한 지지율 20% 감소

대만 총통 선거에 있어 여전히 ‘중국’이라는 요인은 대만 사회에 정치적 분열을 야기하며 국민들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지난 2020년만큼 이슈가 되지는 못했다. 2020년 당시에는 선거를 앞두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연설을 통해 대만 통일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 데다 홍콩 시위에 대한 중국 정부의 강경 진압이 국제사회의 논란이 되면서 반중·독립을 주장하는 차이잉원 총통이 대만 주권과 민주주의의 수호자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고, 결국 2020년 선거에서 중국이란 변수는 차이잉원 총통의 압승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후 차이잉원 총통은 집권기간 동안 중국의 군사 압박이 이어졌음에도 중국의 위협을 경시해 왔다는 지적을 받았다. 지난 2022년에는 양안 관계가 악화 일로로 치닫는 불확실한 상황에다 민생경제, 코로나19 방역 등에 대한 불만이 반영되면서 집권당인 민진당이 지방선거에서 대패하기도 했다. 당시 차이잉원 총통에 대한 중간평가로 간주됐던 지방선거에서 패배하자 차이잉원 총통은 당 주석직에서 사임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진당 지도자들은 이번 선거에서 ‘전쟁과 평화를 결정하는 선택’이란 국민당의 내러티브가 라이칭더 후보의 지지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같은 국민당의 공세에 대해 라이칭더 진영은 ‘민주주의와 독재 사이의 선택’이라는 프레임으로 맞서고 있지만 중국의 군사적 위협과 그 대응전략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고 있다. 라이칭더 후보는 차이잉원에 이은 민진당의 새 정부가 중국의 폭력적 대응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국민들의 우려를 완화하기 위해 친독립과 주권 수호를 강조하기 보다는 차이잉원 총통의 신중한 접근방식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반면 친중 성향의 국민당은 중국과의 교류가 대만에 경제적·정치적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지난 2014년 ‘3·18 해바라기 학생운동’으로 입법이 저지된 양안서비스무역협정(Cross-Strait Service Trade Agreement, CSSTA)의 부활을 이번 선거의 공약으로 제안했다. ‘해바라기 운동’은 2014년 3월 국민당이 중국과의 CSSTA를 강행하려 하자 대만 학생들은 입법원을 기습 점거해 입법 절차를 저지한 사건을 말한다. 당시 제1야당인 민진당은 학생들 편에 서서 국민당 정권의 독단적인 역행을 질타했고 민심이 자연스럽게 민진당으로 모이면서 차이잉원 총통이 집권에 성공했다. 하지만 92컨센서스가 강조하는 ‘하나의 중국’을 지지하는 국민들의 비중이 2019년 대비 20% 이상 감소하면서 현재는 4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당의 제안은 설득력을 얻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수년간의 이어진 군사 위협과 경제 제재로 ‘중국 피로’ 심화

수십 년 동안 중국의 군사적 위협이 이어지면서 대만 국민들은 중국에 대해 불안과 분노를 느끼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당이 내세우는 전쟁과 평화에 대한 공약은 유권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위협은 여전히 우려스럽지만 최근에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정체된 임금, 주택가격 상승, 질좋은 일자리 부족 등 민생 경제에 대한 불만이 더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민생과 경제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중국 요인의 영향력이 약화됐음에도 중국 정부는 대만 정치에 대한 개입을 멈추지 않고 있다. 중국의 입장에서 라이칭더 후보의 승리는 대만의 독립적인 지위를 인정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는 만큼 이를 막기 위해 총통 선거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고자 하는 것이다. 중국은 대만의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군사적 압박을 지속하고 전쟁과 평화에 논쟁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민진당 라이칭더 후보의 신뢰를 떨어뜨리기 위해 허위 정보를 유포하는 동시에 대만에 대한 경제 보복과 무역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앞서 시진핑 주석은 신년사를 통해 “대만은 반드시 중국과 통일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고 중국 정부는 “대만 동포들이 민진당 정책의 위험성과 파괴성을 인식해 대만 독립을 단호히 반대하고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같은 중국의 시도는 대만 국민들의 여론을 흔들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반중 성향의 라이칭더 후보가 여전히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또한 과거의 사례를 살펴봐도 중국의 노골적인 위협과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는 대부분 당초 의도와는 달리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왔다. 지난 2020년 선거에서는 차이잉원 총통의 압승에 기여했고 지난 1996년과 2000년 선거에서도 중국의 강경 대응이 역효과를 내면서 중국 정부가 반대하는 후보가 당선됐다.

대부분의 대만 국민들은 중국에 복속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중국은 민주주의를 원하는 홍콩의 저항에 폭력적이고 강압적으로 대응했고 이는 홍콩을 비롯해 국제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과거 중국의 대응을 미뤄볼 때 오는 13일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될 경우 중국은 대만에 대해 적대적이고 비타협적인 정책을 이어갈 것이며 중국과 대만 간의 냉전과 긴장의 역사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원문의 저자인 테 위 왕(T.Y. Wang) 박사는 일리노이 주립대학교(Illinois State University, ISU) 정치학과 교수이자 JAAS(Journal of Asian and African studies)의 공동 편집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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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 위 왕/사진=일리노이 주립대학교(Illinois State University)

영어 원문 기사는 The China factor seemingly less significant in Taiwan’s 2024 presidential election | East Asia Forum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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