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창업 벤처기업의 글로벌 투자 동향

pabii research
글로벌 VC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 중인 '혼성 기업' 
바이오·제약 등 남성 창립자 없는 기업에 투자 꺼리나
창립자 모두 여성인 기업은 도리어 '뒷걸음질'

2023년 미국 VC(벤처캐피탈) 투자 시장에서 ‘혼성기업’, 즉 남녀가 공동 창립한 스타트업들이 그 어느 때보다 활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창업자가 모두 여성인 ‘여성기업’의 통계는 혼성기업과 정반대의 경향을 보였는데, 이는 주를 이루고 있는 산업의 분야가 다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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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창립자 보유 기업 대상 연간 VC 투자(2023.12.31. 기준), 주: 투자 금액(네이비), 투자 건수(민트)/출처=Pitchbook

‘혼성기업’, 사상 최고 연간 투자액 기록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첨단 기술을 중심으로 발달한 VC 투자는 태생부터 여성 기업인들에게 배타적인 산업이다. 여성 사회 진출이 보편화 한 현대에 들어서도 VC 업계 문화는 쉽사리 변하지 않았는데, 팬데믹을 기점으로 그 판도가 눈에 띄게 변화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 전문 연구기관 피치북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여성 창립자를 보유한 모든 스타트업, 즉 혼성기업과 여성기업은 도합 3,230건의 거래를 통해 사상 세 번째로 큰 금액인 약 327억 달러(약 43조2,457억원)의 VC 투자를 유치했다.

거래 건수와 거래 가치 모두 2년 연속 내림세기는 하지만, 이는 산업 전반의 경향과 일치한다. 2021년 이례적으로 많은 자본 투입과 함께 VC 시장은 폭발적으로 팽창했고, 이후 고금리 시대를 지나오며 빠르게 수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 창립자를 보유한 스타트업의 통계도 비슷한 노선을 밟았지만 팬데믹 직전보다는 훨씬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피치북은 이를 근거로 여성 창립자가 포함된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일이 VC 업계의 ‘뉴노멀’, 즉 새로운 표준이 된 것이라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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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VC 투자액에서 여성 창립자 보유 기업 대상 투자가 차지하는 비율(2023.12.31. 기준), 주: 혼성기업(네이비), 여성기업(민트)/출처=Pitchbook

‘여성기업’, 거래량 늘었지만 투자금은 줄었다

그런데 창립자가 모두 여성이라면 어떨까. 지난해 여성기업은 867건의 거래를 통해 28억 달러(약 3조7,030억원)의 거래 가치를 기록했다. 혼성기업이 유치한 투자금의 10분의 1 수준이다.

미국 전체 VC 거래에서 두 그룹이 각각 차지하는 비율을 보면 대비는 더욱 확연하다. 작년 혼성기업의 비중은 역대 최고인 20.7%를 차지했던 반면 여성기업의 비율은 전체의 2%에 그쳤다. 이는 2016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로, 팬데믹 이전과 비교해도 수치가 오히려 하락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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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창립자 보유 기업에 가장 많이 투자한 3개 산업의 각 투자 기여 비율(2023.12.31. 기준), 주: 혼성기업(네이비), 여성기업(민트)/출처=Pitchbook

창립자 성별 따라 달라진 패턴의 이유는 ‘산업의 차이’

이처럼 남성 창업자의 유무에 따라 다른 패턴이 나타나는 주요 원인은 산업군의 차이에 있다. 피치북의 조사에 따르면 두 그룹은 서로 다른 산업군에서 투자금의 대부분을 유치했다. 2023년 바이오·제약 산업은 혼성기업 대상 투자의 18%를 구성한 반면, 여성기업 대상 투자에서는 7% 비중에 그쳤다. B2B(기업간거래) 서비스 산업에서의 차이는 더 두드러졌다. 혼성기업 투자의 27%가 해당 산업에서 이뤄졌지만 여성기업 투자는 7%만이 B2B 서비스에서 비롯했다. 두 경우 모두에서 비등하게 20% 이상을 차지한 소프트웨어 산업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투자자들의 기준이 올라가며 우수한 소수 기업에 투자가 몰리고 메가딜이 비교적 다수 발생하는 현상이 나타났는데, 이 경향은 위와 같은 테크 산업군에서 더 두드러졌다.

이에 관해 다국적 정보 서비스 제공업체 톰슨 로이터(Thomson Reuters) 산하 VC인 톰슨 로이터 벤처스(Thomson Reuters Ventures)의 타마라 스테펀스(Tamara Steffens) 디렉팅 매니저는 “예전에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근무하며 보던 B2B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분야보다 지금 투자하고 있는 부문인 법률과 세금 분야에서 여성 창립자들이 더 자주 보인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산하 VC 펀드인 M12에서 매니징 다이렉터로 근무할 당시 프로젝트 스폰서로서 여성 창업자 경연 프로젝트를 지휘한 경험이 있는 타마라도 “요즘 들어 여성 창업자가 더 많아진 것 같다”며 “상황이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펀드 운용사의 대부분이 남성인 현실과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분야의 여성 전공자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상황 등이 VC 업계에서 여성 창업자의 투자 유치율이 저조한 이유로 지목되고 있다.

영어 원문 기사는 3 takeaways from VC funding for female founders | PitchBook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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